일자리를 얻기 위해 자신의 온갖 재능을 나열한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이력서, 조강지처를 두고 젊고 아름다운 조수 클로델을 유혹하기 위해 자기 연민과 허세를 늘어놓는 로댕의 메시지, 뒤샹의 레디메이드 걸작 ‘병걸이’가 동생 수잔에게 쓰레기로 취급돼 버려진 이야기, 비어트릭스 포터의 ‘피터 래빗’ 시리즈가 탄생하게 된 배경, 리 크래스너와 잭슨 폴록의 휘청대는 결혼 생활 등 지난 600여 년 동안 유명한 예술가들의 사연이 담긴 편지들을 한데 모은 책이다.
90여 편의 편지들은 총 여덟 개의 섹션으로 나뉘어졌다. 크게 두 파트, 즉 편지를 받는 사람(1장-가족, 친구에게, 2장-예술가에게, 4장-후원자, 지지자에게, 5장-연인에게)과 편지의 목적(3장-선물, 안부 인사, 6장-업무적인 용무, 7장-여행, 8장-송신 끝)을 토대로 한다. 이때 예술가들의 편지를 단순히 활자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실물 편지를 스캔해 시각적인 즐거움을 준다. 예술가들이 사용한 종이의 출처부터 편지지 사방에 그려진 낙서나 드로잉을 비롯해 화가들의 실제 필적을 보는 즐거움도 준다. 예컨대 반 고흐의 글씨는 놀라울 정도로 우아하고 재치 있는 반면에 뒤샹의 글씨는 사실상 읽을 수 없는 수준이다.
각각의 편지에는 그것이 만들어지는 환경적 요인들을 아우르는 훨씬 더 큰 그림의 단서들, 이를테면 물리적 단서를 비롯해 내용을 통해 추적할 수 있는 수많은 신호와 경로로 빼곡하다.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 쓰였는지부터 시작해서 다른 과거사들로 연결되는 암시와 지시, 무언가를 말해주는 단어 및 어법들을 통해 다양한 결론들이 추론된다. 이렇게 편지 곳곳에 숨어 있는 실마리를 하나하나 끄집어내 편지 옆 상단에 짤막한 해석으로 정리했다. 이런 배경 지식들이 예술가의 편지를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다.
마이클 버드 지음, 김광우 옮김 / 2만 2000원 / 미술문화 펴냄 / 2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