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누아르와 세잔, 살바도르 달리, 프리다 칼로를 비롯한 전 세계의 유명 화가들이 직접 가꾼 정원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에 등장하는 장소는 여전히 남아 있으며 누구나 둘러볼 수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화가들은 꽃과 채소, 과일을 기르는 소박하고 단순한 행위에서 영감을 얻었다”며 “이들의 손길이 닿은 화단과 텃밭, 올리브나무 숲, 포도밭을 살펴보면 작품을 감상하는 것 이상으로 화가의 삶과 예술 세계를 깊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는 시간의 흐름을 고스란히 담아내는 정원은 매번 새로운 느낌으로 담아낼 수 있는 소재로, 화가들은 정원이라는 모티프를 반복해 그리면서 화법을 다듬고 완성해나갔다고 짚는다. 지베르니에 있는 정원에서 모네는 수백 점의 걸작을 탄생시켰으며, 정신병원에 입원한 고흐는 프로방스의 작은 정원에서 한 해 동안에만 150점이 넘는 작품을 완성했다는 것.
또 정원은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 됐을 뿐만 아니라 화가들의 정치적 위기나 고난의 시기에 휴식과 성장, 안식처가 되기도 했다고 말한다. 1930년대 후반 멕시코시티에서 살아간 프리다 칼로에게 ‘푸른집’ 정원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던 그녀의 삶과 예술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고, 추방당한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에게도 푸른집의 정원은 피난처가 됐다고 강조한다. 잉글랜드의 평온한 마을 서식스 찰스턴의 정원은 예술가들에게 또 다른 삶의 터전이었을 뿐만 아니라 제1차 세계대전의 징집을 피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도 이야기한다. 그렇기에 정원을 들여다보면 화가들의 작품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굴곡진 그들의 삶도 오롯이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재키 베넷 지음, 김다은 옮김 / 1만 7800원 / 샘터 펴냄 / 35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