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코로나19)가 주식부호 순위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통적인 산업군이 힘을 못쓰고 있는 반면 바이오, 언택트(비대면) 업종은 부상하면서 주식부자 순위도 변하고 있는 것. 이에 CNB가 업종별로 주식변동 현황을 연재한다. 첫편은 수직상승하고 있는 제약업계 오너들이다. (CNB=손정호 기자)
셀트리온 서정진, 주식부호 3위로
동국제약·한미약품·종근당도 ‘쑥쑥’
백신 길어질수록 기대감도 길어져
우리나라 최고의 주식부자는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이다.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뒤를 잇는다. 하지만 최근 순위에 큰 변화가 생겼다. 코로나19 사태로 제약사들의 주식가치가 부쩍 상승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상장사 주식부호 순위에서 서정진 셀트리온헬스케어 회장이 3위(지난 3일기준 CEO스코어 집계)로 올라섰다. 서 회장은 1월까지만 해도 7위였는데, 7개월 만에 4계단이나 올랐다. 서 회장은 회사 주식 35.7%를 가진 대주주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CNB에 “코로나 치료제를 만들기 위해 국내외에서 임상시험을 하고 있다”며 “내년 1분기에 임상을 마치고 상반기 중으로 허가 신청을 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다른 제약사 CEO들도 미소를 짓고 있다. 지난 2일 별세한 고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은 20위로 같은 시기에 5계단 순위가 올라갔다. 한미약품의 투자자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은 31위를 지키고 있다. 임 회장은 34.2%, 신 회장은 12.1% 지분을 갖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CNB에 “코로나 백신을 만들기 위해 벤처기업인 바이오앱과 업무협약을 맺고 식물을 활용한 항체를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도 수혜자다. 그는 계열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승승장구에 힘입어 같은 기간 100위에서 63위까지 올라갔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코로나19 백신 개발과 관련해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이 언급한 제약사다.
최 부회장은 SK디스커버리의 주식 40.1%를 갖고 있다. SK디스커버리는 SK케미칼의 지분 33.4%를, SK케미칼은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 98%를 갖고 있는 구조다.
이밖에 이장한 종근당홀딩스 회장은 68위, 일양약품 정도언 회장은 70위, 동국제약 권기범 부회장은 97위다. 이 회장은 76위에서 68위로 8계단이나 올랐고, 정 회장과 권 부회장은 100위 안에 새로 들어왔다. 이 회장은 33.7%, 정 회장은 21.3%, 권 부회장은 19.8%의 회사 주식을 갖고 있다.
서정진, 수조원대 수익 올려
이들이 보유한 주식은 얼마나 올랐을까.
서정진 회장이 보유한 지분가치는 지난 3일 기준으로 5조2580억원이다. 지난 1월과 비교해 94.6%나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임성기 회장은 1조1153억원으로 31.8%, 신동국 회장은 6427억원으로 14.2% 상승했다. 최창원 부회장의 주식 가치는 3743억원으로 85.1%나 뛰었고, 이장한 회장은 3591억원으로 31.3% 올랐다.
다른 업종 오너들의 지분 가치가 하락하는 동안, 이들은 대부분 상승하며 역주행 했다.
이들의 주식 가치가 상승한 이유는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감 때문이다. 질병관리본부에 의하면, 9일 기준 세계 확진자는 2천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사망자도 70만명을 훌쩍 넘어섰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코로나를 치료할 수 있는 신약과 예방약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개발에 성공할 경우 천문학적 수익이 예상된다는 점이 주가에 선반영 되고 있다.
진단키트와 마스크, 손소독제, 의약외품 등의 수요가 늘어난 점도 주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증권가에선 상당 기간 제약업종의 강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치료제와 백신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CNB에 “개발에 성공한 이후에도, 새로운 바이러스가 등장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제약업종의 주가를 받쳐주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신약을 만드는 데 길게는 10년 정도 걸리기도 한다”며 “정부에서 패스트트랙을 도입해 최대한 빨리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지만, 언제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오래 걸릴수록 기대 효과도 길게 가고, 이 점이 주가를 떠받치는 버팀목이 된다는 얘기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