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에 처한 화훼농가를 돕기 위한 ‘플라워 버킷 챌린지’에 이어, 코로나와의 전쟁에서 최전선에 서 있는 의료진을 응원하는 ‘덕분에 챌린지’가 재계 전반에 번지고 있다. 평소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던 기업 총수들이 언론에 회자 되면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서민들에게 훈훈한 감동을 주고 있다. (CNB=전제형 기자)
재계, ‘플라워’ 이어 ‘덕분에’ 캠페인
대기업 CEO들 줄줄이 참여해 ‘훈훈’
‘재계 인맥도’ 알려지는 계기 되기도
재계에서 챌린지 바람이 분 것은 지난 2월부터다. 고(故) 박원순 서울시장의 제안으로 시작된 ‘플라워 버킷 챌린지’는 판로가 막힌 화훼농가로부터 꽃과 나무를 구매하는 공익 릴레이 캠페인이었다. 추천받은 사람이 캠페인에 참여한 뒤 다음 참가자를 추천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재계에서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이 스타트를 끊었다. 꽃을 사서 직원들에게 선물한 것. 이렇게 시작된 플라워 버킷 챌린지는 지금까지 70여명의 재계 인사들이 동참했다.
김 회장의 뒤를 이은 이들은 박정태 SK텔레콤 사장, 고동진 삼성전자 IM부문 사장,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 황각규 롯데지주 부회장, 권영수 LG 부회장, 한성숙 네이버 사장, 허세홍 GS칼텍스 사장, 서경배 아모레퍼시픽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문동준 금호석유화학 사장 등이다.
현재 이 열풍은 ‘덕분에 챌린지’로 다시 이어지고 있다. 덕분에 챌린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의료진을 격려하기 위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가 시작한 릴레이 캠페인이다.
이 캠페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존경’ ‘자부심’을 뜻하는 수어 동작 사진과 메시지를 SNS에 올리고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는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덕분에캠페인, #덕분에챌린지, #의료진덕분에 등 3개의 해시태그를 붙이고 다음 참여자를 지목하면 된다.
재계에서는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이 첫 참여자였다. 이 사장은 임혜숙 대한전자공학회 교수의 지명을 받고 지난 6월 22일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했다.
그는 다음 주자로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을 지목했다. 정 사장은 경계현 삼성전기 사장과 전해상 도레이첨단소재 사장을 추천했다.
이후 경 사장은 박정국 현대모비스 사장을, 전 사장은 이완재 SKC 사장에 바통을 넘겼다.
이 사장은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신정원 토탈그룹 한국총괄대표, 이지은 한국마이크로소프트 대표를 지목했다.
이 사장의 지목을 받은 장 사장은 지난달 김영률 한국바스프 회장과 신우성 금호피앤비화학 대표를 꼽았다.
다른 쪽에서는 철강업계의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을 시작으로 한 축이 형성됐다.
지난 5월 덕분에 챌린지에 참여한 장 사장은 다음 주자로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을 지목했다.
또 석유화학업계에서는 허세홍 GS칼텍스 사장이 김윤 삼양그룹 회장을 추천했다.
이달 들어서는 이명우 동원산업 대표가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0일 서종석 MSC Korea 대표의 지목을 받아 참여하게 됐다.
이 대표는 인도양에서 조업을 하다 수리와 보급을 위해 부산에 입항한 동원산업 선망어선 ‘아드리아’호의 해상직원 및 임직원들과 ‘덕분에 챌린지’ 캠페인에 참여했다. 그는 다음 참여자로 홍진근 수협 대표, 홍윤희 WWF Korea 사무총장, 김영목 지엔엠 글로벌 문화재단 대표를 지명했다.
이 같은 최고경영자(CEO)들의 응원은 의료진과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되고 있다.
이들의 선행을 담은 언론 기사에는 “우리가 익히 아는 기업의 CEO가 챌린지에 동참하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의료진들의 희생과 노고를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 “덕분에 챌린지에 동참하고 물품을 지원하는 기업인은 대한민국을 살리는 영웅” 등 칭찬 댓글이 주를 이루고 있다.
한편 플라워 챌린지와 덕분에 챌린지는 재계 인맥을 알 수 있는 계기도 되고 있다.
이번 캠페인은 의미가 있고 지켜보는 이가 많기 때문에 어지간히 가까운 사이가 아니면 다음 주자로 지목하기 힘들다. 따라서 지목된 순서가 곧 ‘재계 인맥도’라는 분석이 나온다.
일례로 이석희 SK하이닉스 사장과 정철동 LG이노텍 사장은 학술 연구기관인 한국공학한림원에 2017년 나란히 회원으로 참여한 전력이 있다.
이완재 SKC 사장과 장희구 코오롱인더스트리 사장 역시 화학업계에서 ‘절친’ 사이로 알려졌다. 두 회사는 2014년 합작사(SKC코오롱PI)를 설립하기도 했다.
또 장 사장은 2016년 바스프와의 합작사인 코오롱바스프이노폼 설립을 주도한 바 있다. 이로 인해 김영률 한국바스프 회장과도 각별한 사이다.
철강업계에서는 장세욱 동국제강 부회장과 이휘령 세아제강 부회장이 같은 1962년생으로, 부친인 고(故) 장상태 전 동국제강 회장과 이병준 세아스틸아메리카(SSA) 회장 시절부터 알고 지낸 사이다.
재계 관계자는 CNB에 “챌린지 캠페인에서 지목당한 사람이 거부하게 되면, 두 사람(지목한 사람과 지목당한 사람) 모두 불편해진다”며 “그래서 아주 친한 이에게 권하고 있는 것이고, 그런 측면에서 인맥이라면 인맥일 수도 있다”고 말했다.
(CNB=전제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