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는 삶의 가장 기본적인 조건 중의 하나인 공간에 대한 개념을 바꾸어 놓았다. 학생들의 일상적인 학교 수업은 가정에서 온라인 교육을 통한 원격강의로 대체되었다. 직장인들의 일터는 직장에서 가정으로 옮겨 인터넷을 통해 연결된 네트워크 속에서 업무를 처리하는 재택근무로 바뀌었다.
이처럼 코로나19는 그동안 인류가 당연하게 여겨왔던 근본적인 삶의 형태를 바꾸어 놓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특히 노동, 교육, 보건, 공급망을 흔들어 놓은 것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질병의 확산, 의료 서비스의 과부하, 경기 침체, 근무형태나 소비습관 등의 변화가 인류 미래의 삶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코로나19는 직업 생태계에도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꼭 필요하지 않은 대면 서비스 직업들은 사라지게 될 것이다. 반면에 비대면과 관련된 직업은 많이 생겨날 것으로 예측된다. 쇼핑과 소비가 전자상거래로 이루어지며, 전자상거래는 중요한 변곡점을 맞게 된 것이다. 이제 전자상거래는 편의의 문제를 넘어 생필품의 공급망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다. 공급망의 경제적 수요를 사람들로만 모두 충당할 수 없기에 자동화는 필수가 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유발된 비대면(untact)은 날로 보편화되고 있다. 이 방식은 앞으로 의료계의 원격진료, 제조업과 음식점 등의 마케팅, 금융권, 공연문화계에서도 활발하게 도입될 것이다. 이미 온라인 구매, 온라인 뱅킹, 온라인 전형 및 결재, 온라인 쇼핑, 원격화상 회의, 인터넷 강의, 인터넷 카페, 유튜브 등에서 비대면 접촉을 실행하고 있는 데에서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정국 하에서 의료분야는 필요불가결한 전문직으로 평가받기에 충분하며, 향후 수 년 간 급격히 성장할 직종임에 틀림없다. 인구가 점점 고령화되고 수명이 연장되며 소득이 증가되면서 의료에 대한 수요는 더욱 커질 것이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기업의 근무환경이 확연히 달라진 게 있다. 그것이 곧 재택근무이다. 이는 봉쇄된 기업과 직장인들이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길은 재택근무 이외 다른 방법이 없다는 데에도 그 원인이 있다. 재택근무는 직업의 유형에 따라 정도의 차이가 있겠지만 코로나19 사태에서 그 성과는 양호한 것으로 평가된다. 재택근무는 직장인들로 하여금 통근시간, 사무실 냉난방과 불필요한 에너지 및 기타 비용의 지출을 줄여준다. 고용주에게는 사무실 공간, 주차 공간, 장비 시설, 사무용품 등의 지출이 줄어 비용 절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에도 재택근무를 계속하겠다는 기업들의 발표가 눈길을 끈다. 페이스북은 “향후 5∼10년 이내에 4만 5천명의 페이스북 임직원 중 절반이 재택근무를 할 것”이라고 하였다. 이밖에 트위트(twitter)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원할 경우 재택근무를 허용할 방침이고, 마스트카드(mastercard)는 코로나19 백신 출시 전까지 재택근무를 지속할 거라고 한다. 전자상거래 기업인 쇼피파이(shopify)도 2021년까지 재택근무를 연장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직장인들의 근무형태에 대한 변화의 움직임이 엿보인다. 롯데는 주 5일 중 1일은 의무적으로 재택근무를 실시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한다. SK텔레콤은 직원들이 소속 사무실까지 출근하지 않고, 집 근처 10∼20분 거리의 거점 오피스에서 근무하는 것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기업을 공격하는 사이버 안보 위협에 노출된다거나 지식 인프라가 분산된다는 우려도 없지 않다. 그러나 재택근무의 장점 또한 만만치 않다는 평가도 뒤따른다. 특히 재택근무는 지식 정보통신 산업 분야에서 창의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는 인류의 근본적인 삶의 형태까지 바꾸어 놓았다. 대면 서비스 관련 직종들은 대폭 감소될 조짐을 보이는 반면 비대면 관련 직업들은 우후죽순으로 생겨날 것으로 짐작된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의 직업 생태계는 4차 산업혁명시대와 맞물려 비대면 자동화 기술 분야는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그동안 코로나19 방역을 통해 획득한 노하우를 4차 산업혁명시대로 이끄는 동력으로 활용해도 무방할 것 같다.
* 구병두(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