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세계 주식부호 판도를 바꾸고 있다. 코로나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통적인 산업군이 퇴락하고 언택트 업종이 부상하면서 주식 부자들의 순위에도 변화가 생겼다. 앞으로는 어떻게 될까. (CNB=손정호 기자)
코로나 여파로 주식부자 순위 이동
인터넷·제약·게임사 총수들 급부상
삼성전자·현대차 오너는 체면 구겨
주식 부자들 사이에 순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11일 블룸버그의 억만장자지수(Bloomberg Billionaires Index)에 의하면 우리나라 주식 부호 중에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과 김정주 NXC(넥슨 지주사) 대표의 지분가치가 상승했다. 반면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은 줄었다.
서정진 회장은 보유한 주식의 가치가 87억5000만 달러로 올해 초와 비교해 37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
김정주 대표는 72억70000만 달러로 23억4000만 달러 성장했다. 넥슨 관계자는 CNB에 “2분기 실적 전망치가 좋게 나오고 있다”며 “중국 매출이 점차 회복되고 있으며, 신작 모바일게임이 출시될 예정이라 기대감에 주가가 상승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180억 달러)과 이재용 부회장(66억 달러)은 각각 16억 달러, 1억5900만 달러 감소했다.
제약사와 게임회사 대표의 지분 가치는 늘어났지만, 스마트폰과 반도체 등을 만드는 IT기업의 파이는 줄어든 것이다.
이런 현상은 우리나라 조사에서도 드러난다. 기업평가 사이트인 CEO스코어에 의하면 지난달 29일 종가 기준, 주식부자 상위 100명의 지분 가치는 92조8479억원이었다. 1월 2일과 비교해 2.7%(2조5661억원) 줄었다.
전반적으로 증시가 부진한 가운데, 서정진 회장과 김범수 카카오 의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의 지분 가치가 상승했다.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서 회장은 3위에 랭크됐다. 올해 초보다 4계단 올랐다. 지분 가치는 4조8967억원으로 81.2% 증가했다.
김범수 의장은 5위로 4계단 올랐다. 보유한 주식 가치는 3조2947억원으로 72.6% 상승했다.
김택진 대표는 9위에 자리했다. 5계단 올라섰다. 주식 가치는 2조761억원으로 46% 커졌다.
이 시기에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부회장의 순위는 그대로였지만 주식 가치가 줄었다.
또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최태원 SK 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 관장(이건희 회장 부인), 정의선 현대자동차 수석부회장은 순위가 하락하고 주식 가치도 감소했다.
‘포스트 코로나’ 언택트 기업 장밋빛
이처럼 주식부자 순위가 바뀐 이유는, 코로나19로 산업 판도가 변했기 때문이다. 사람들 사이에 거리두기가 일상화되면서 백화점과 마트 등을 이용하는 일이 줄었다. 이에 따라 자동차와 식음료, 생활용품 기업의 매출이 감소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반면에 제약, 게임, 인터넷 기업은 미소를 짓고 있다. 제약사(동국제약, 대웅제약, 셀트리온, 일동제약, 유한양행, GC녹십자 등)는 코로나 치료제와 백신 개발 가능성이 있고, 진단키트와 마스크 등 수요가 늘어나 주가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게임사(넷마블, 엔씨소프트, 컴투스, 펄어비스 등)도 대표적인 언택트(비대면) 산업이라는 점에서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사람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 등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인터넷 기업(카카오, NHN 등)은 인터넷 사이트에서 쇼핑을 하고, 정보를 검색하는 일이 많아졌다는 점에서 강세다.
앞으로도 이런 현상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녹십자는 혈장 치료제에 대한 임상 3상을 오는 11월에 하고, 연말에 승인 신청을 할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8월 임상 3상을 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코로나 사태를 끝낼 치료제와 백신을 병원에서 사용하는 데에 상당 시일이 걸리는 만큼 이때까지 기대심리가 계속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가 끝나도 호조세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다른 바이러스의 유행 가능성이 남아있는 만큼, 코로나로 인해 크게 바뀐 산업 지형이 다시 예전으로 회귀되기는 힘들 것이라는 전망이다.
하나금융투자 이영곤 수석연구원은 CNB에 “코로나 사태와 맞물려서 제약, 게임 등 언택트 관련주의 강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치료제와 백신이 나와서 코로나 사태가 완전히 끝나도 언택트 산업은 계속 커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