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가 유통업계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한류 스타 이민호와 김고은이 주연을 맡았고, 김은숙 작가가 시나리오를 썼다. 식음료·유통 기업들은 이 드라마와 자사 제품을 연결해 소비자들을 유혹하고 있다. (CNB=손정호 기자)
드라마에 자사제품 노출 경쟁
이민호-김고은 효과…기대감↑
과도한 PPL…매출증가는 의문
# 악마적인 세력에 맞서 차원의 문(門)을 닫으려는 대한제국의 황제 이곤. 곤은 대한민국을 지키는 여형사 정태을을 아련한 눈빛으로 바라본다. 곤은 태을과 성당 앞에서 사진을 찍는다. 순간 시간이 멈추고, 홀로 깨어있는 곤은 혼란에 빠진다.
SBS 드라마 ‘더 킹: 영원의 군주’의 한 장면이다. 이 드라마는 과학을 공부한 대한제국 황제와 다른 사람의 삶을 지키려는 대한민국 여형사의 공조를 다룬 로맨스다. 서로 다른 평행세계에서 살아가는 두 사람의 사랑을 그렸다. KBS 2TV ‘태양의 후예’의 백상훈 PD가 메가폰을 잡고 인기작가 김은숙씨가 펜을 잡아 화제가 되고 있다.
그런데 이 드라마에서 또다른 관심을 끄는 분야가 있다. 바로 여러 기업의 간접광고(PPL, product placement)다.
먼저 파리바게트(SPC그룹 제과점 브랜드)는 이 작품에 상미종을 활용한 제품들을 대거 등장시켰다. 상미종은 특허를 받은 토종효모에 몸에 좋은 유산균을 더해 좋은 빵을 만드는 발효종이다.
드라마에는 곡물식빵과 우유식빵, 깜빠뉴 등 상미종의 기본적인 제품들은 물론, 치킨커틀릿 샌드위치, 스트로베리 케이크, 가나슈 쇼콜라 케이크 등 상미종을 활용한 빵들이 등장한다.
이밖에 고창 땅콩과 가평 잣, 서산 감태를 활용해 만든 과자 ‘정일품 전병’과 프랑스 버터를 사용해 고급스러운 느낌을 살린 ‘앙버터롤’도 드라마를 통해 접할 수 있다.
파리바게트 매장에 가면, 이 드라마의 포스터가 있다. 주인공들의 얼굴이 실렸다. 포스터 밑에는 드라마에 등장한 상미종 빵들이 진열돼있다. 안내방송도 한다. 잔잔한 음악이 흐르는 가운데 ‘더 킹’에 나온 제품들을 만날 수 있다는 여성 아나운서의 방송을 들을 수 있다.
파리바게트 관계자는 CNB에 “브랜드와 제품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드라마 마케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비큐(BBQ)도 적극적이다. 비비큐는 이곤 역할을 맡은 배우 이민호를 CF 모델로 내세웠다. 이민호가 치킨을 먹는 TV CF와 포스터를 만들었다. 이민호가 ‘레드 착착’ ‘블랙페퍼’ ‘크리스피’ ‘찐킹 소스’ 등 네 가지 종류의 치킨을 먹는 모습을 담았다.
드라마에도 치킨이 등장한다. 이민호는 드라마 속에서 데이트를 즐기던 중, 은색 포크를 활용해 양념치킨을 맛있게 먹는다. 치킨을 먹다가 놀란 눈동자로 여배우를 바라봐 팬들의 마음을 흔든다.
매장 마케팅도 인상적이다. 비비큐 명동점에 가면, 입구에서부터 이민호의 얼굴이 담긴 스탠드형 광고물을 볼 수 있다. 계단을 올라가면, 드라마 속에서 이민호가 치킨을 먹는 장면을 캡처해 만든 작은 광고판을 볼 수 있다. 매장 안에도 이민호의 포스터가 가득하다. 모니터로는 이민호가 등장하는 CF 영상도 보여준다.
대상그룹도 ‘더킹’ 마케팅에 동참하고 있다. 대상은 종가집 김치, 청정원 안주야 제품을 드라마 제작에 지원했다. 드라마에는 형사들이 근무 중에 김치 등을 먹는 모습이 나오는데, 대상이 제공한 것들이다.
‘더 킹: 황제의 김치’라는 주제의 이벤트도 펼치고 있다. 대상의 포기김치, 총각김치, 열무김치, 파김치, 돌산갓김치, 백김치 중에 황제 이곤이 반해버린 김치를 맞추는 것. 참여한 사람들 중 추첨을 통해 종가집 김치 6종, 스타벅스 상품권 등을 준다.
이밖에도 드라마를 통해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한국인삼공사 정관장의 분말형 홍삼, 한국코카콜라(LG생활건강 계열사)의 조지아 크래프트 아메리카노도 볼 수 있다.
너무 잦으면 ‘득보다 실’
그렇다면 기업들의 이런 드라마 마케팅은 큰 효과를 볼 수 있을까? 여기에는 전망이 엇갈린다.
우선 긍정론은 ‘김은숙 효과’에 기인한다. 김 작가는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태양의 후예’ ‘도깨비’ ‘미스터 션샤인’ 등의 사니리오를 집필해 팬층이 넓다. 따라서 PPL로 제품을 지원한 기업들도 홍보효과를 얻을 것으로 보인다.
스타들도 플러스 요인이다. 주연 배우인 이민호는 ‘꽃보다 남자’로 인기를 얻었다. ‘푸른 바다의 전설’ ‘상속자들’에 출연하며, 한국을 넘어 아시아에서도 통하는 한류 스타로 성장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민호가 등장한 드라마에 제품을 지원한 기업들은 해외시장 확대에 유리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방송업계 관계자는 CNB에 “김은숙과 이민호 모두 국내외에 팬들이 많다”며 “이들이 힘을 모은 드라마에 제품을 노출하면 기업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홍보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홍보효과가 크지 않을 거라는 시선도 있다. ‘더 킹’에는 10개 이상 기업의 수십 가지 제품들이 등장한다. 너무 많은 제품들이 PPL로 소개되다 보니, 각 기업들이 얻는 효과가 분산된다는 우려도 있다.
시청률이 낮은 점도 걸림돌이다. 김은숙-이민호 명성에도 불구하고 최근 ‘더 킹’의 시청률은 10%대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드라마에 제품이 등장해 주목을 끌게 되면 당연히 해당 기업에게 긍정적이지만, 극의 흐름을 방해할 정도로 너무 잦으면 오히려 기업이 얻는 홍보효과가 반감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