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프로야구 전체 관중은 728만 6008명. 하지만 올해는 예년과 같은 열기는커녕 한산하기만 하다. 코로나19 여파로 경기가 무관중 상태서 진행되는 탓이다. 관중석에 앉지 못하게 된 팬들이 ‘직관’의 갈증을 느끼는 것은 당연지사. 하지만 대리만족의 길은 열려 있다. 이동통신사들이 내놓은 독특한 실황 중계 이야기다. (CNB=선명규 기자)
코로나로 무관중 개막한 프로야구
직관 갈증, ‘실감형 중계’로 풀어
관전형·분석형 등 팬들 선호 충족
LG유플러스의 ‘U+프로야구’와 KT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Seezn(시즌)에서 선보이는 ‘프로야구 Live’는 적시타의 쾌감을 그리워하는 이들의 해갈을 돕는 대표적인 서비스다. ‘중계’라는 점에서 동일하지만 둘의 개성은 분명히 다르다. 평균 20년차 야구팬들에게 둘의 주목 포인트를 물었다.
다섯이 합쳐 백년 이상. 프로야구에 빠져든 계기와 시기는 달라도 ‘골수팬’이라는 공통분모가 있다. 선동렬이 투수 3관왕을 차지한 1991년부터 한화 이글스가 마지막 우승 반지를 낀 1999년까지. 20세기 말부터 국내 야구와 함께 했다는 K·L·H·D·S(자신이 응원하는 팀 이니셜)는 더블헤더를 포함해 총 11경기가 열린 지난 주말 동안, 두 중계 서비스를 번갈아 이용하며 느낀 점을 이렇게 요약했다.
“‘U+프로야구’가 보는 재미를 극대화한 ‘관전형'이라면, ‘Seezn’ 프로야구 Live는 각종 기록을 깊게 들여다보며 관람하는 ‘분석형’!”
관전 재미↑ ‘U+프로야구’
작년까지 한 시즌에 보통 서른 번 이상 경기장을 찾았다는 K는 U+프로야구의 ‘포지션별 영상’에 가장 먼저 눈이 갔다고 했다. 3루, 외야, 홈 등 다양한 시점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 이 기능을 통해 직관의 묘미를 느꼈기 때문이다.
그는 “일반 중계는 당장 승부를 겨루는 투수와 타자를 중심으로 비추기 때문에 다른 상황은 보기 어렵다”며 “희생플라이 상황에서 주자가 언제 스타트를 끊는지, 타자 유형에 따라 수비 시프트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등을 실제 경기장에 있는 것처럼 관전할 수 있어 좋다”고 평했다.
경기도 경기지만 주체할 수 없는 흥을 발산하러 야구장을 주로 찾았다는 L은 “경기 내내 응원단을 보여주는 화면을 켜두면, 응원석에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는 경기장 구석구석을 담기 위해 60대의 고화질 영상 촬영 카메라를 동원했다.
‘집관’은 머피의 법칙이 지배한다. 택배 받는 사이 홈런이 나오고, 아기 먹일 이유식 만들러 주방에 가면 역전이 이뤄진다. 이들이 주목한 대안은 ‘주요장면 보기. “서너 시간씩 진행되는 경기를 전부 집중해서 볼 수 없다. 이 기능은 득점, 호수비 등 놓친 중요한 순간을 찾아 재생할 수 있어 쏠쏠하다”고 입을 모았다.
아쉬운 점도 언급했다. 철저히 각자의 취향을 반영했다.
모바일 야구게임 열혈 이용자인 H는 “‘방금 던진공’의 경우, 게임화면과 비슷한 그래픽이 흥미를 유발하지만 스트라이크와 볼만 구별해줘 단조롭다”며 “투수가 던진 전 구종(직구·슬라이더·커브 등)의 색깔을 달리해 표시해주면 포수의 볼배합까지 읽을 수 있어 관전하는 깊이가 더해질 듯하다”고 했다.
여전히 직관에 목말라 하는 K는 “경기장 상단에서 비추는 홈 시점이 너무 멀다”며 “포수나 주심 가까이서 보여주면 더욱 생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분석의 묘미, KT Seezn(시즌)의 ‘프로야구 Live’
지난 17일, 한 경기에서 나온 승부처. 득점기회에서 K는 마음을 비웠고, 실점 위기에서도 D는 안심했다. 주자 득점권 상황에서 투수는 피안타율이, 타자는 해결할 확률이 낮다는 지표를 미리 확인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예측 그대로. KT Seezn(시즌)에서 제공하는 ‘프로야구 Live’는 기록의 경기, 확률의 게임으로 불리는 야구의 본질적 재미를 한층 높여주는 서비스다.
가령 선발투수가 1회부터 3회까지 연속해서 주자를 내보냈을 때, 경기초반 피안타율을 살펴보며 실점 확률을 따질 수 있다. 투수의 상위타선, 하위타선별 상대 OPS(출루율+장타율)와 같은 세세한 기록을 실시간 제공하고, 몇 회까지 앞섰을 시 승리확률을 보여준다. 야구 경기에서 벌어지는 여러 변수를 분석을 통해 노출하는 ‘관전 포인트’ 기능을 통해서다.
떠들썩한 응원보단 분석하며 차분히 관전하는 것을 선호하는 S는 “방대한 기록지를 펼치고 경기를 지켜보는 기분”이라고 했다.
‘상대팀 비하’ 채팅창 개선은 숙제
양사가 공통으로 제공하는 기능에 대한 평가는 다소 엇갈렸다.
모두의 호평을 받은 것은 ‘동시 중계’다. “원래 응원하는 팀 말고도 세컨팀이 있는데 ‘타구장 경기’ 기능을 통해 함께 볼 수 있어 유용하다”(S). “탈꼴찌 대결이나 선두 싸움 등 관심 가는 경기가 많을 땐 화면 서너 개를 동시에 띄워 보기도 한다”(L).
‘실시간 채팅’은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팬들끼리 함께 응원하며 경기를 즐길 수도 있지만, 다른 팀 비하 등 분란을 일으킬만한 용어를 거를 수 있는 장치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팬들은 “‘꼴X’, ‘X쥐’ 같은 상대팀을 비방하는 문자가 보일 때가 있다. 꼭 욕설이 아니더라도 이런 말들을 거르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KT 관계자는 CNB에 “실시간 채팅의 정화 기능은 이미 적용돼 있으며, 해당 단어는 관리자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해 반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유플러스 역시 개선 가능성을 내비쳤다. 이 회사 관계자는 CNB에 “채팅 솔루션 내 비속어 등 기본적인 필터링은 적용돼 있다”며 “추후 운영 노하우를 쌓아 업데이트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