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칸 영화제와 미국 아카데미 영화제를 석권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흑백판으로 지난 14일 IPTV, 디지털케이블TV, TVING, 네이버 N스토어, 곰TV, 구글플레이, 카카오페이지 등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공개됐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잠시 잊혀졌던 기생충이 다시 사람들의 관심을 불러모으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인기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입증됐다. 앞서 제49회 로테르담 영화제에서 최초 공개된 ‘기생충: 흑백판’은 올 1월 미국을 비롯해 2월 해외 각국에서 개봉돼 세계 관객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홍콩에서는 지난 1일 TVOD(건당 결제 VOD)를 개시했으며, 오는 7월 1일 SVOD(구독형 결제 VOD)를 개시할 예정이다.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는 5월말로 VOD 론칭을 준비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7월 3일 DVD를 발매할 계획이다.
기생충의 인기는 스크린 밖 유통업에서도 이어졌다.
농심은 기생충의 인기에 힘입어 지난달 21일 영화 속 짜파구리(짜파게티+너구리)를 별도의 제품으로 국내에 출시했다. 이어 미국과 동남아시아, 일본, 호주, 러시아 등 해외에도 짜파구리를 선보였다. 그 결과 해당 제품의 매출이 급증하며 지난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 6877억원, 영업이익 636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액은 16.8%, 영업이익은 101.1% 성장했으며, 당기순이익은 67.7% 증가한 489억원으로 집계됐다. 당분간 식지 않을 것만 같은 기생충 신드롬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음에 따라 농심은 1분기 성장에 이어 2분기에도 매출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
또 이랜드월드가 운영하는 글로벌 제조직매형(SPA) 의류 브랜드인 스파오는 이달에 티셔츠, 다이어리, 핸드폰 액세서리, 에코백 등 기생충을 활용한 다양한 상품 라인업을 선보였다. 복숭아, 다송이의 그림, 수석, 인디언 등 영화 기생충 관련 모티브들을 제품 곳곳에 담아냈다.
이와 같은 기생충 열풍은 하나의 문화콘텐츠 지적재산권(IP)이 불러오는 원 소스 멀티 유즈(OSMU)의 가능성을 여실히 보여줬다. 코로나19로 인한 셧다운(경제활동 중단)과 소비심리 위축으로 전통적인 제조업은 큰 타격을 입은 반면에 소프트웨어와 엔터테인먼트, IT 등 기업들은 되려 ‘코로나 특수’를 누렸다.
이처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아 굴뚝 없는 전략 산업이자 상상력을 기반으로 한 ‘컬처 이코노미’가 급부상하고 있다. 원작 콘텐츠의 IP를 영화, 드라마, 게임, 연극,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2차 개발·판매하는 OSMU 사례가 많이 생겨남에 따라 문화콘텐츠 산업을 육성하는 게 장기적인 성장전략 중 하나로 유효해 보인다. 이를 위해 정부와 민간기업, 창작자들이 상생할 수 있는 생태계를 보다 효율적으로 활성화하는 게 필요한 시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