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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텔링] 롯데·한진…‘가족 분쟁’에도 주가 치솟는 까닭

남매·형제 간 지분 전쟁에 개미들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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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20.05.07 09:29:03

 

한진가(家) 가족분쟁의 당사자들. (왼쪽부터)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누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경영권 분쟁이 진행 중인 기업들의 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누나의 난’으로 회자되는 한진가(家)와 ‘장자의 도전’이 계속되고 있는 롯데가(家)가 그 주인공이다. 통상 경영상태가 불안정하면 주가가 떨어지는게 일반적인데, 이들 기업은 아랑곳않고 주가가 고공행진 하고 있다. 이유가 뭘까? (CNB=도기천 기자)

한진家 ‘누나’, 롯데家 ‘장자’의 난
오너일가 지분 전쟁에 주가 ‘쑥쑥’
‘묻지마 투자’ 금물…꼼꼼히 따져야


한진그룹의 지주회사인 ‘한진칼’의 주가는 코로나19로 인한 침체국면에서도 기록적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4만원 안팎을 유지하던 주가는 이후 줄곧 상승해 8만2900원(6일 종가 기준)으로 2배 이상 올랐다. 특히 코로나 펜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전세계 하늘길이 막혀가던 2월 이후에도 꾸준히 상승세를 유지했다. 국내 1위 국적항공사인 대한항공이 한진그룹의 주력계열사라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롯데그룹 지주사인 롯데지주는 최근 일주일(5거래일)간 50% 가까이 치솟았다. 지난달 말까지 2만원대 중·후반을 유지했는데 지금은 4만원선을 오르내리고 있다.

롯데 또한 코로나 타격이 상당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 상승 패턴은 물음표다. 사회적 거리두기로 인해 핵심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운영하고 있는 마트, 백화점, 쇼핑몰의 매출이 급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지주와 사실상 운명공동체인 호텔롯데의 실적이 악화되는 와중에 고공행진을 한 점은 더 의문스럽다.

한국호텔업협회의 최근 집계에 따르면, 코로나 사태가 본격화된 2월 이후 전국 호텔 객실 가동률(OCC)은 평균 20%대에 머물고 있다. 3월 21.3%, 4월 25.3%다. 특히 특급호텔들의 피해는 더 크다. 5성급의 3월 한달 기준 OCC는 18.5%에 불과했다. 호텔롯데가 보유하고 있는 호텔들은 전부 5성급 이상이다. 여기에다 외국인 관광객 감소로 호텔롯데의 면세점 사업도 개점휴업 상태에 이르렀다.

호텔롯데는 롯데지주 지분 11,1%가진 2대주주인데다, 상장(기업공개) 추진이 롯데지주와 맞물려 있다. 롯데는 ‘오너일가-광윤사-일본롯데홀딩스-호텔롯데-한국롯데지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롯데그룹의 숙원은 호텔롯데를 상장시켜 한국과 일본을 양대 축으로 하는 경영구조를 한국(신동빈) 중심의 통합 체제로 일원화 하는 것이다.

따라서 호텔롯데의 실적 악화는 상장의 걸림돌이 되고, 이는 곧 롯데지주의 주가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럼에도 롯데지주의 주가가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서울 중구 소공동 한진그룹 본사. (사진=연합뉴스)

 

코로나 무색…가족 분쟁이 ‘호재’

이처럼 상황이 좋지 않음에도 한진칼과 롯데지주의 몸값이 올라간 이유는 뭘까? 앞뒤를 살펴보면 ‘경영권 분쟁’ 외에는 원인이 없어 보인다.

한진칼의 경우, 조원태 회장에게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작년 말 도전장을 낸 상태다.

양측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팽팽하다. 조 회장 우호지분은 모친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 델타항공 등을 합쳐 41.30% 가량이다. 조 전 부사장은 강성부펀드(KCGI), 반도건설과 함께 3자연합을 결성해 조 회장에게 맞서고 있는데, 이들을 다 합치면 42.75% 정도다.

양측 모두 40%가 넘는 지분을 확보한 상태에서 매입 경쟁을 하다 보니 소액투자자들이 가진 10% 남짓한 주식의 가치가 올라간 것으로 보인다. 수요에 비해 팔 주식이 부족하단 얘기다.

실제 지난 3월 주총 때는 조원태 회장 연임을 놓고 양측의 맞대결이 예상되면서 주가가 출렁거렸다. 주총 당일과 다음 거래일 연속 상한가를 기록했다. 당시 한진칼 지분 2.9%을 가진 국민연금공단이 캐스팅보트가 됐는데, 조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가까스로 사태가 일단락 됐다.

 

지난 1월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 영결식에서 장남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왼쪽)과 차남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슬픔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롯데지주 또한 비슷한 이유로 상승세를 탄 것으로 보인다. 롯데지주가 본격적으로 오르기 시작한 시점은 고 신격호 창업주의 장남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SDJ코퍼레이션 회장)이 “일본롯데홀딩스 6월 정기주총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해임안을 제출했다”고 밝힌 지난달 28일부터다. 이날 롯데지주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 롯데칠성, 롯데쇼핑, 롯데정보통신 등 다른 계열사 주가도 강세를 보였다.

주식 비율로 보면 일본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를 통해 롯데지주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홀딩스 최대주주인 광윤사의 대표이자 지분 ‘50%+1주’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신 전 부회장은 국정농단 재판에서 신동빈 회장이 유죄판결을 받은 점을 문제 삼으며 현재의 경영 악화가 신 회장 탓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신 전 부회장의 이같은 행동은 향후 주식 매입 경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을 낳고 있다. 방어하는 쪽이든 공격하는 쪽이든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롯데그룹 경영의 정점에 있는 롯데지주의 주식을 사들일 것이라는 예상이다. 2017년 10월 출범한 롯데지주는 당시 롯데제과, 롯데칠성음료, 롯데쇼핑 등 유통·식품 부문 42개 계열사를 분할합병한 것을 비롯, 지금까지 대부분 계열사들을 지주사 체제에 편입했다.

 

지난 3월 서울 소공동 한진 사옥에서 열린 한진칼 주주총회 모습. (대한항공 홈페이지 캡처)

 

한진·롯데, 상황 달라

하지만 주가가 앞으로도 계속 오를 지는 의문이다. 일단 전문가들은 한진칼과 롯데지주는 서로 경우가 다르다고 지적한다.

사실 한진가는 누구의 승리로 끝날지 장담하기 힘들다. 조 회장이 한진칼 주총에서 가까스로 사내이사에 연임하긴 했지만 불씨는 여전히 살아있다. 우선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임기가 내년 3월까지라는 점에서다.

대한항공은 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핵심계열사다. 대한항공이 최근 공시한 사업보고서(작년 12월말 기준)에 따르면, 대한항공의 최대주주는 29.96% 지분을 보유한 한진칼이며, 국민연금공단(11.50%), 정석인하학원(2.73%), 우리사주조합(1.51%) 등의 순이다.

반면 오너일가의 지배력은 미미하다. 삼남매인 조원태·조현아·조현민은 동일하게 0.53%씩이며, 모친 이명희 고문은 0.80%를 갖고 있다

따라서 한진칼이 대한항공에게 가장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만큼, 한진칼의 주식 가치는 양측 분쟁이 깊어질수록 상승될 가능성이 있다.

더구나 조 회장은 주총 참석자의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대한항공 이사직을 지킬 수 있다. 통상 주총의결은 참석 주주 과반의 동의만 얻으면 되지만, 대한항공은 경우가 다르다. IMF 외환위기 당시 해외자본의 적대적 인수합병(M&A) 시도가 성행하자 경영권 방어를 위해 1999년 이사 선임·해임안을 일반결의사항에서 특별결의사항으로 바꿨기 때문이다. 특별결의사항은 주총 참석 주주의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과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 취했던 조치가 되레 조 회장의 발목을 잡게 됐고, 주주들 입장에서는 한진칼 주가에 대한 기대감을 키우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

한편으로는 한진칼 임시주총이 소집될 가능성도 열려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3자연합은 지난달 한진칼 주총 후 꾸준히 한진칼 주식을 장내 매수하고 있다. 반면 조 회장 측 우호세력으로 알려진 카카오는 최근 한진칼 지분을 대부분 정리했다. 국민연금이 지난 주총 때처럼 조 회장 편에 서더라도 3자연합 입장에서는 해볼만한 판이 됐다는 얘기다.

증권가 관계자는 CNB에 “조 회장과 3자연합 간의 지분율이 역전한 만큼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면 3자연합이 임시주총 소집을 요구해 정면 승부수를 띄울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하지만 상법상 이사의 중도 해임은 임시주총에서 3분의 2 찬성을 얻어야 하는 만큼 쉬운 일은 아니다”고 말했다.

 

도쿄(東京) 신주쿠(新宿)에 있는 일본롯데홀딩스 본사 건물. 일본롯데홀딩스는 호텔롯데를 통해 롯데지주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주가는 실적” 투자 주의보

이처럼 2라운드가 예고된 한진과 달리 롯데는 형(兄)의 공격에도 불구하고 신동빈 체제가 확고하다. 신 전 부회장이 이미 과거에도 5번씩이나 이사직 해임을 시도했지만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에서다.

롯데가(家) 형제 분쟁의 시작은 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경영일선에서 해임된 신 전 부회장은 2015년 7월 창업주이자 부친인 고 신격호 명예회장과 누나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을 앞세워 반격에 나섰다. 자신을 해임하고 신 회장 편에 섰던 일본롯데 이사들을 아버지를 앞세워 해임한 것.

완전한 복수전이 되는듯했던 이 사태는 신 회장과 이사들이 반발하며 되레 신 명예회장을 대표이사회장직에서 해임함으로써 일단락됐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신 명예회장이 자신을 후계자로 지목했다며 신 회장을 압박했다. 일본롯데홀딩스 주총에 다섯 번에 걸쳐 신 회장 해임안을 제출하고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했다.

그럼에도 주주들은 신 회장을 절대적으로 신임했다. 신 명예회장이 은퇴한 2017년 이후 롯데는 ‘신동빈 원톱 체제’로 재정비 됐으며, 급기야 신 회장은 지난달 일본롯데홀딩스 회장으로 취임했다.

일본롯데홀딩스에서 신 회장의 우호지분은 종업원지주회, 관계사, 임원지주회사, 신 회장 개인지분 등 60%에 이른다. 반면 신 전 부회장은 개인 지분(1.6%) 외에는 지지세가 없는 상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NB에 “한진과 달리 롯데는 과거사를 잘 들여다보고 (주식매입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며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영권 도전은 계란으로 바위를 치는 셈”이라고 비유했다. 덧붙여 이 관계자는 “한진이든 롯데든 코로나19 피해가 큰 기업이라는 점에서 더 신중해야 한다. 결국 주가는 경영분쟁 보다 실적에 의해 제자리를 찾아가게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CNB=도기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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