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상암’으로 불리는 경기도 고양시 덕은지구가 고분양가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덕은지구와 붙어있는 옛 국방대 부지가 주목받고 있다. 국방대 터는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파크 단지와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다는 점에서 상암동 생활권으로 꼽히지만, 그동안 덕은지구 개발에 가려 개발계획이 별로 알려진 바 없다. CNB가 강북의 마지막 노른자위로 꼽히는 이곳을 단독 취재했다. (CNB=도기천 기자)
덕은지구 열풍 국방대 터로 번져
사실상 서울…‘판도라 상자’ 기대
캠코의 매각방식, 분양가 ‘결정타’
경기 고양시 덕은구 덕은동에 위치한 국방대 부지(29만7천㎡)는 국방대학교 이전이 결정된 2013년경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가 매입했다. 공공기관 지방이전에 따라 공기업인 캠코가 매각을 대행하기 위해서다.
이후 캠코는 국토부, 고양시 등과 협의해 수도권정비위원회 심의, 예비 타당성 조사 등을 완료했다. 국방대가 2017년 충남 논산에 신축한 새 캠퍼스로 이전하자, 2018년 7월부터 10개월에 걸쳐 기존 건물 철거를 완료했으며, 현재는 부지 정비가 한창이다. 정비가 완료된 뒤 민간건설사에 부지를 매각할 예정이다.
고양시와 캠코에 따르면 이곳은 고양 미디어밸리, 서울 상암디지털미디어시티(상암DMC), 고양 덕은지구와 연계한 미디어 복합타운으로 조성된다. 아파트 단지와 업무시설 등이 들어서는데 산림이 조성된 북측은 공동주택 단지를, 제2자유로변은 상업과 업무시설을 배치할 계획이다.
국방대 터는 이전설이 나돌던 10여년 전부터 이미 관심을 끌었다. 이때부터 이 지역 원주민 소유 주택과 토지의 손바뀜이 활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상암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CNB에 “(국방대가 위치한) 덕은동 일대 가옥들은 수년에 걸쳐 조금씩 외지인들에게 넘어가, 막상 개발계획이 나왔을 때는 대부분 부동산이 외지인들 소유였다”고 말했다.
10년 무성했던 개발설, 현실로
이곳이 주목받은 이유는 행정구역은 경기도지만 생활권은 사실상 서울이기 때문이다. 서울 마포구 상암동 월드컵파크 단지들과 도로 하나를 사이에 두고 있으며, 서울 마곡지구와 가양대교로 연결돼 있다. 상암DMC 및 덕은지구와 맞붙어 있으며, 3기신도시로 예정된 창릉지구와도 지척이다.
이 일대는 아픈 역사현장이기도 하다. 인접한 경의선 수색역은 일제감정기 시절 일본군이 전쟁물자를 수송하던 보급로였으며, 부근에는 대규모 병참기지가 존재했다. 국방대 터 또한 일본군 주둔지로 알려져 있다.
이 부지의 현재 가치는 바로 옆에서 개발 중인 덕은지구를 보면 잘 알 수 있다. 덕은지구는 서울 상암동 아파트 가격과 큰 차이가 없을 정도로 분양가가 높다.
이달 말 분양 예정인 ‘DMC리버파크자이’(A4블록)와 ‘DMC리버포레자이’(A7블록)의 분양가격은 3.3㎡당 평균 2583만원과 2630만원에 각각 책정됐다. 전용 84㎡의 경우 8억 8000만원 안팎이다.
이는 상암동 월드컵파크 단지와 맞먹는 수준이다. 아파트 실거래가 정보 앱인 ‘호갱노노’를 보면 지난달 월드컵파크 9단지 전용 84㎡(12층)이 8억3000만원에 거래됐으며, 이전 거래들은 8억~8억5000만원 선이다. 월드컵파크 6단지의 비슷한 평형은 지난 1월 9억1900만원에 거래됐다.
LH의 땅장사, 분양가 키워
덕은지구가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음에도 이처럼 분양가가 크게 뛴 것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사실상 폭리를 취했기 때문이다.
LH는 2010년 덕은동 일대(64만㎡)를 도시개발지구로 지정, 원주민과 외지인들이 소유하고 있던 임야, 대지, 주택, 공장, 가게 등을 매입했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와 원주민들에 따르면, 당시 LH는 3.3㎡당 평균 500만원 가량에 사들였다.
이후 건물철거 등 부지를 정비해 건설사들에게 경쟁입찰(최고가 낙찰) 방식으로 매각했다. 택지개발지구나 공공주택사업지구에서는 추첨제로 공동주택 용지를 공급하지만, 덕은지구와 같은 도시개발사업지구는 도시개발법에 따라 최고가 낙찰 방식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LH는 이번에 분양하는 2개 블록 토지의 공개입찰 당시, 최저입찰가를 3.3㎡당 1729만~1815만원으로 정했고, GS건설이 2626만~2740만원을 써내 낙찰 받았다. 이는 지난해 이곳에서 분양한 대방건설의 ‘대방노블랜드’와 중흥건설의 ‘덕은중흥S클래스’의 토지매입비 보다 무려 60~70%나 높다.
앞뒤 상황을 종합해보면, LH는 도로정비, 건물철거 등 부지조성에 들어간 비용을 감안하더라도 막대한 차익을 남긴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이 같은 높은 토지비용이 고분양가로 이어진 것. 분양가상한제는 건설원가(택지비, 자재비, 인건비 등)에 시공·시행사(건설사)의 적정이윤을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는 방식인데, 건설원가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게 택지비(토지구입비)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 관계자는 CNB에 “LH와 시공사(건설사) 손을 거치면서 토지비용이 높아져, 결국 원주민과 청약자들이 고분양가 피해를 보게 된 셈”이라고 지적했다. 우선입주권을 부여받은 원주민들이 분양가가 올라가 막대한 추가부담금을 내야할 처지가 됐고, 주택청약자들은 ‘로또분양’을 기대하기 힘들게 됐다는 얘기다.
캠코는 LH와 다를까
하지만 국방대 부지의 경우 덕은지구와 비슷한 입지조건임에도 비교적 낮은 분양가가 점쳐진다.
우선 조성 원가가 상대적으로 적게 들어간 점이 이유로 꼽힌다. 국방대 터는 민간 부동산이 아니라 국방부 소유라 캠코의 부지매입비가 3.3㎡당 400만원 정도에 불과했고, 개발과정에 들어가는 각종 비용 또한 적었다.
인근 중개업소 등에 따르면, 덕은지구의 경우 원주민 이주비용, 철거비용, 도로정비, 토지조성 등 음으로양으로 들어간 비용이 많았지만, 국방대 부지는 국방대가 떠난 빈터였기에 각종 조성비용이 크게 절감됐다. 따라서 분양가상한제 방식대로 계산하면 덕은지구 보다 훨씬 낮은 분양가격이 나올 수 있다.
입찰방식 자체가 달라질 가능성도 있다. 통상 캠코는 경쟁입찰 방식으로 부지를 매각해 왔지만, 최근 덕은지구 고분양가 논란이 일자 국토교통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시행하는 도시개발사업의 택지공급 방식을 개선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따라서 추첨제 매각이 도입될 경우, 건설사들은 최고가 낙찰 방식에 비해 낮은 가격에 토지를 불하받게 되며, 이는 분양가격을 낮추는 결정적인 요인이 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캠코 관계자는 CNB에 “경쟁입찰로 부지를 매각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국방대 부지는 어떤 식으로 매각할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며 말을 아꼈다.
김갑성 목림원공인중개사 대표(덕은동 원주민)는 CNB에 “여러 상황으로 볼때 분양가가 낮아지리라 예상되지만, LH가 캠코로부터 땅을 사들여 개발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며 “이렇게 되면 다시 복잡한 과정을 거치게 되므로 덕은지구처럼 분양가가 부풀려 질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마디로 국방대 부지에 들어설 아파트의 분양가는 캠코의 손에 달렸다는 얘기다. 따라서 이곳은 덕은지구에서 실패한 정부의 부동산 안정 의지를 다시한번 가늠할 잣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