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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의 세상읽기] 코로나19를 의료·바이오·IT 성지(聖地) 만들 기회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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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구병두기자 |  2020.04.09 09:27:33

작금의 호모사피엔스는 1000만분의 1센티미터 밖에 안 되는 초미세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극도의 공포에 휩싸여 있다. 2019년 12월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코로나19는 불과 네달 만에 140여만명을 감염시켰고 사망자는 8만명을 넘어섰다.

그 피해 정도는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는 미국을 비롯한 유럽 선진국들이 다른 국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더 크다. 이유는 과학이 발달한 이들 국가들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발병한 지난해 연말만 하더라도 심한 감기 정도로 안이하게 여겨 골든타임을 놓쳤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어리석은 짓인가. 그래서 지구촌은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르고 있다.

인류역사를 통해 가장 많은 사람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은 주범은 전쟁도 아니고 테러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전염병이다. 그 가운데 인간에게 가장 큰 피해를 안겨준 것은 흑사병이다. 1330년대 동아시아 또는 중앙아시아 어딘가에서 시작하여 채 20년이 지나지 않아 유라시아 전체 인구의 4분의 1이 넘는 사람들이 죽었다.

20세기 들어와서는 일명 ‘스페인독감’으로 1918년부터 2년 동안 5000여만 명이 사망했다. 우리나라도 스페인독감을 피해가지 못했으며, 당시 74만명이 감염되어 14만명의 목숨을 앗아갔다.

어디 이 뿐인가. 2002년과 2003년에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로 인해 전 세계 8000여명이 감염되어 774명이 사망하였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때문에 2500명의 확진자에 35퍼센트 가량 사망했으며, 우리나라도 186명이 감염되었고 38명이 사망했다.

특히 흑사병은 당시 사회 풍토와 문화에도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절대 권력을 행사하던 교회가 흑사병으로부터 신자들을 구제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교회와 봉건영주의 전통과 권위가 사라져 결국 1000년 역사를 가진 중세는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었다.

코로나19 또한 세상의 거의 모든 시스템을 멈추게 하려는 기세로 무자비하게 인간들을 공격하고 있다.

1,2차세계대전 때도 학교는 문을 닫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전 세계 90퍼센트 이상의 학생들이 휴교령으로 등교조차 하지 못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뿐만 아니라 산업구조가 붕괴되어가고 수많은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올해 거의 모든 국가들은 마이너스 경제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오일 가격의 급락으로 경제 파탄을 목전에 두고 있는 중동 및 중앙아시아 10개국이 이미 국제통화기금(IMF)에 구제금융을 요청했다.

미국은 국민총생산(GDP)의 18퍼센트에 해당하는 3조 5000억 달러를 매년 의료비로 지출하며, 세계 최고의 의료진을 보유하고도 가장 많은 코로나바이러스 확진자가 발생했다. 9일 현재 확진자는 40만명을 넘었고 사망자는 1만4000여명에 이른다. 

뉴욕 주는 미국에서도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는 발생 초기부터 사회적 거리두기(social distancing)를 무시하였기에 이미 예견되어 있었던 게 아닌가 싶다.

 

대구동산병원에서 코로나19 확진자 진료에 투입되는 의료진이 비장한 표정으로 병동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료기술과 시민정신에 세계가 감탄

반면 우리나라는 이번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우수한 의료시스템이 높은 평가받고 있다. 국민의 입장에서 예기치 못한 불행을 직면하게 되었을 때 조국(祖國)으로부터 언제든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일찍이 역사학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상인, 공직자, 순례자들이 항상 붐비는 대도시는 인류문명의 산실인 동시에 병원균의 이상적인 번식처였다.

따라서 고대 아테네나 중세 피렌체에 살던 사람들은 다음 주에라도 병에 걸려 죽을 수 있고 갑자기 전염병이 발생하여 온 가족이 죽을 수도 있다는 것을 경고하였다고 한다. 문명화된 대도시에서는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다는 선현들의 지혜를 진작에 알았더라면 코로나19의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었을런지 모를 일이다.

한국질병관리본부(KCDC)는 코로나19에 대응하여 정확하고 신속한 진단과 공격적이고도 철저한 방역으로 전 세계로부터 인정과 찬사를 한 몸에 받고 있다. 여기에 수준 높은 의료기술과 헌신적인 의료진, 성숙한 시민의식이 더해져 국격(國格)은 날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모바일을 통한 신속하고 투명한 정보공개와 앱을 활용한 확진자·의심자 관리, 각급학교의 온라인 원격강의 등 IT 기술력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내친김에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의료·바이오·IT산업의 성지(聖地)로 만들자.



* 구병두(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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