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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생현장] 증권업계, 위기냐 기회냐 ‘갈림길’에 서다

‘동학개미운동’에 희망 걸지만… 금융위기는 ‘현재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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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손정호기자 |  2020.04.03 10:34:57

코로나19 사태로 증권업계가 뒤숭숭하다. 주가폭락으로 저점 매수에 나선 개인투자자들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거래수수료 수입이 늘었지만 웃지 못하고 있다. 기업공개·인수합병 시장이 올스톱 되면서 주식거래 외의 돈벌이 수단이 전부 막혔기 때문. 이에 언택트(비대면) 거래를 늘리기 위한 여러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증권사들의 앞날은 어찌될까. (CNB=손정호 기자)

 

글로벌 증시 변동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권사들은 해외주요국의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련 브리핑에 대한 외신뉴스와 차트들을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책1 이머전시에 대비하라

일부 증권사는 비상경영체제에 돌입했다. 미래에셋대우는 최현만 수석부회장을 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었다. 금융시장의 안전성과 건전성 등을 면밀하게 체크하고 있다. 최근 변동성이 커진 시장을 고려해서 여러 가지 경제지표를 판단하는 수준을 더 높여서 대응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이진국 대표를 중심으로 비상경영대책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시장의 변동성 확대에 대해 모니터링하며, 고객의 자산가치가 떨어지지 않게 보호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도 김경규 대표를 위원장으로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다. 이곳에서 글로벌 경제의 변동성을 파악하고 있다. 비상대책위는 유동성과 신용 리스크, 주요 사업별 손익상황을 점검해 빠르게 해결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다.

KB증권도 비상대응체계를 가동하고 있다. 초기에는 확대비상대책반을 운영했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김성현, 박정림 대표를 위원장으로 하는 비상대책위원회로 대응단계를 높였다.

여기까지가 최근 불안해진 금융시장에 대한 대응이라면 한편으로는 전염병 자체에 대한 대책 마련에도 분주하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CNB에 “여의도 본사 외에 다른 사무공간도 마련했다”며 “부서별로 인원을 절반씩 나눠서 다른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감염의 위험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서다”고 말했다. KB증권 관계자는 CNB에 “대체근무지를 운영하면서 원격 시스템을 도입해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운영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증권사들은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펼쳐지자, 오프라인 설명회를 온라인으로 대체하고 있다. MTS와 HTS 등 기존 언택트 채널은 적용범위를 넓히고 있다. NH투자증권의 온라인 설명회 모습. (사진=NH투자증권)

 

대책2 온라인·모바일 마케팅 강화

다음으로는 언택트(Untact, 비대면)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증권사들은 대부분 PC로 사용하는 홈트레이딩 시스템(HTS, Home Trading System), 스마트폰으로 이용하는 모바일트레이딩 시스템(MTS, Mobile Trading System)을 갖추고 있다. 이를 보다 쉽게 사용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비대면 업무 범위를 넓혔다. 기존에는 HTS 비밀번호 재설정, 이체한도 변경 등은 영업점을 방문해야 가능했다. 하지만 최근에 유선으로도 가능하다. 아울러 고객들에게 문자 메시지를 통해 비대면 업무에 대한 내용들을 알려줬다.

하나금융투자도 이용 가능한 언택트 업무범위를 확대했다. 스마트폰에서 MTS를 별도로 설치하지 않아도, 기존 홈페이지에서도 계좌를 만들 수 있도록 바꿨다.

증권가 관계자는 CNB에 “비대면 채널을 통한 주식계좌 개설이 증가하고 있다”며 “유튜브를 통해 기존에 제공하던 동영상 강의의 조회수도 이전보다 높아져 온라인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증시가 하락하고 있지만, 증권업계에 긍정적인 분석도 있다. 주요기업의 주식이 저점일 때 매수하려는 개미 투자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분주하게 차트를 점검하며 통화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대책3 설명회도 온라인으로

온라인 투자설명회도 강화하고 있다. 평소에 증권사들은 투자자들을 위해 본사 강당이나 영업점에서 유망종목에 대한 전문가 강의를 했다. 하지만 코로나로 ‘사회적 거리두기’ 캠페인이 펼쳐지면서 온라인을 통해 추진하고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유투브 세미나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부터 유투브 세미나의 방송횟수를 늘렸다. 저녁 시간에 방송을 하는데, 최근 동시접속자가 1500명을 기록하는 등 반응이 좋다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도 온라인 세미나를 하고 있다. 월말 평일 오후 8시에 방송한다. 유투브를 통해 시청할 수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홍콩 현지법인의 전문가가 중국 유망종목에 대해 설명했다. 당분간 이런 세미나를 지속할 계획이다.


 

코로나19로 ‘동학개미운동’이 벌어지고 있지만, 투자은행과 자산관리 등 다른 사업군의 부진을 우려하기도 한다. 브로커리지 수익이 늘어나도, 다른 영역의 수익이 줄어 전체 이익이 전년보다 감소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딜링룸에서 한 딜러가 괴로워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앞날은? 희망 또는 절망

이번 사태는 어떤 결말을 불러올까. 일단은 두 가지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먼저 주식투자가 증가해 증권업계의 피해가 크지 않다는 긍정론이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주요 기업의 주가가 하락하자, 저점일 때 주식을 사기 위한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금융투자협회에 의하면, 지난달 25일 기준으로 주식거래 계좌 수는 3059만3754개로 1월 24일(2950만1414개)에 비해 109만2340개(3.7%)나 늘어났다. 작년 같은 기간 증가세(29만1564개)보다 3배 넘게 높다. 이달 들어서는 투자자 예탁금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하고 있다.

심지어 외국인들의 매도 물량을 개인투자자들이 받아내는 소위 ‘동학개미운동’이 계속되고 있다. 이는 국내 개인투자자들이 기관과 외국인에 맞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상황을 1894년 반외세 운동인 ‘동학농민운동’에 빗댄 표현이다. 개미들은 최근 한달새 12조원 넘게 사들였으며, 증권가에서는 앞으로 최대 20조원이 더 유입될 것이란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처럼 저점 매수가 활발하게 일어나면서 증권사의 주요 수입원인 주식거래수수료(브로커리지) 또한 급증하고 있다.

반대로 부정적인 시선도 있다. 국내 증시가 하락하면서, 기업공개(IPO)와 인수합병(M&A) 등이 연기되고 있고, 이에 따라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 부문의 수익성이 나빠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브로커리지(주식 위탁매매) 외에 자산관리(WM) 등의 사업군도 상반기 전망이 밝지 않다. 실례로 화장품 원료소재 기업인 엔에프씨는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해 일반공모 청약까지 마쳤지만, 주식가치가 내려갈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달 20일 돌연 상장 진행을 철회했다.

이에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증권업종의 1분기 영업이익이 전년에 비해 약 10% 정도 감소할 것으로 봤다. 연간 실적 추정치도 하향 조정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에 “주요 종목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위기를 기회로 삼으려는 사람들이 늘어났다”며 “하지만 브로커리지 외의 다른 사업군이 증시 침체로 부진해 전체 실적은 전년에 비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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