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총회 시즌이 대단원의 막을 올렸다. 기업들의 3월 정기주총에서는 전자투표제 확산,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자율지침) 등 주주권 강화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되면서 주총이 순조롭게 진행될지 의문이다. 이에 CNB는 주총 주요 이슈를 분야별로 연재하고 있다. 이번 편에서는 코로나19 여파로 확산중인 전자투표제를 들여다봤다. (CNB=손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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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 보는 주총①] ‘코로나19’가 국민연금 가는길 막나
주주행동, 온·오프라인 경계 무너져
전자투표, 코로나 보다 빠르게 확산
재계, 투표율 상승에 유·불리 고심
전자투표제도는 주주가 주총장에 직접 가지 않고, 모바일과 인터넷으로 투표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PC는 물론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으로도 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올해 주총시즌에 이 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도 늘어났다.
우선 한국예탁결제원이 ‘K-eVote’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탁결제원은 올해 ‘K-eVote’와 관련해 특별지원반을 운영한다. 작년에는 2주 동안 운영했지만, 올해는 한달로 기간을 늘렸다. 작년에는 ‘K-eVote’를 이용하는 상장사가 564곳이었지만 올해는 더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풍경1, 증권사들 “바쁘다 바빠”
이에 따라 주주와 회사를 이어주는 증권사들이 분주해졌다.
미래에셋대우의 경우, ‘플랫폼V’라고 불리는 운용시스템을 홈트레이딩서비스(HTS, Home Trading System), 모바일트레이딩서비스(MTS, Mobile Trading System)와 연계해 주주들이 손쉽게 전자투표할 수 있도록 했다. 작년에는 99개사가 ‘플랫폼V’를 사용했다.
삼성증권은 올해 처음 전자투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름은 ‘온라인 주총장’이다. ‘온라인 주총장’에 전자공시시스템 정보가 자동으로 입력되도록 했다. 손으로 정보를 입력해야 하는 수고를 덜어준 셈이다. 공인인증서 외에 휴대폰 간편인증, 카카오페이 등 다양한 방법으로 투표할 수 있다.
신한금융투자도 이런 방식을 준비하고 있다. 아직 서비스 이름과 론칭 일정 등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 오픈을 목표로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풍경2, 첫경험 수두룩… 주총 전망 ‘깜깜’
그렇다면 전자투표를 처음 도입하는 기업은 어디일까. 먼저 삼성전자가 올해 처음 전자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주식을 50:1로 액면분할해 국민주가 되면서 주주의 수가 크게 증가했다. 이에 소액투자자들이 쉽게 주총에 참여하는 길을 마련한 것. 삼성물산도 이 길에 동참하기로 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이를 확대한다. 9개 상장사(기아차, 이노션, 현대건설·로템·모비스·오토에버·위아·제철·자동차)에 추가로 도입한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상장사 7곳(에버다임, 한섬, 현대그린푸드·리바트·백화점·홈쇼핑·HCN), CJ그룹은 3곳(CJ프레시웨이·ENM, 스튜디오드래곤)이 전자투표를 진행한다. KT도 온라인에 합류한다.
제약업계는 한미약품과 계열사인 한미사이언스, 제이브이엠가 올해 온라인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금융당국은 총 850~950개 기업이 전자투표를 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650곳)보다 46% 정도 증가한 수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CNB에 “올해 처음 전자투표를 도입하는 상장사가 많다”며 “주주들이 보다 편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다양한 시스템 기능이 리뉴얼되고 있다”고 말했다.
풍경3, 올해도 여전히 ‘슈퍼주총데이’
이처럼 기업들이 전자투표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우선 주총 집중현상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주총은 대부분 이달 3~4째주에 열린다.
11일 한국상장사협의회에 의하면, 오는 27일에 가장 많은 기업들(171곳, 대상홀딩스·대한항공·롯데쇼핑·롯데제과·삼양홀딩스·아시아나항공·포스코·풀무원·크라운제과·한국지역난방공사·한전산업개발·현대상선·AK홀딩스·CJ제일제당·GS건설·LF 등)이 주총을 연다.
25일(141곳, 기업은행·녹십자·동아쏘시오홀딩스·대우건설·미래에셋대우·신세계·이마트·우리금융지주·엔씨소프트·한화·현대백화점·현대엘리베이터·현대제철·현대중공업지주·BGF리테일·CJ CGV·HDC현대산업개발·NH투자증권·SK·SK네트웍스 등), 20일(133곳, 광동제약·농심·롯데손해보험·삼성물산·삼성증권·삼성화재·아모레퍼시픽·일동제약·유한양행·종근당·하나금융지주·한국금융지주·한샘·효성·해태제과·GS리테일·KB금융·LG유플러스·LG생활건강·LG화학·SK하이닉스 등)도 분주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도 30일 58곳(두산·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CJ·CJ대한통운·KT&G 등), 24일 48곳(기아자동차·두산인프라코어·동원F&B·쌍용자동차·제일약품·한화투자증권·현대홈쇼핑 등), 19일 37곳(동화약품·삼성생명·삼성카드·오리온·한화손해보험·호텔신라·현대건설·현대자동차 등) 순으로 일정이 몰려있다.
풍경4, ‘손안의 주총’ 참석률 높아져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한 날에 여러 곳의 주총이 겹치는 투자자가 발생할 수 있다. 이럴 경우 전자투표를 활용하면 여러 기업의 주총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두 번째는 오프라인 참석률이 저조하기 때문이다. 주총이 성사되려면 총 25%의 지분이 참석해야 하는데 이를 채우기가 쉽지 않다. 대주주의 지분율이 높다면 어려움이 적지만, 낮을 경우에는 최대한 소액투자자의 참여가 필요하다.
민감한 안건은 더 어렵다. 감사나 감사위원을 새로 선임할 경우에는 대주주 지분율이 3%로 제한된다. 그만큼 다른 주주들의 찬성이 더 필요하다. 전자투표가 큰 힘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도 전자투표 확산에 한몫하고 있다. 보건당국에 의하면 현재 우리나라 확진자가 1만명에 육박하고 있으며 사망자도 백명 가까이 불어났다. 이렇다 보니 재택근무 등 ‘사회적 거리 두기’를 하는 기관과 기업이 많다.
주주 중에 고령층 비율이 높다는 점도 위험요소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층이 코로나19에 더 취약하기 때문이다.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고 주주들을 보호하기 위해, 상장사들이 전자투표를 적극적으로 독려하고 있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에 “작년에는 전체 의결권 중에 전자투표를 사용한 비중이 5% 정도였다”며 “올해는 다양한 이유로 기업들이 평소보다 더 적극적으로 이를 알리고 있다. 온라인을 활용하는 주주들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