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우한시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신종코로나)의 실태와 확산을 경고했던 의사 리원량(李文亮·34)의 죽음이 중국 전역에 슬픔과 분노를 불러온 가운데 중국 학자들이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공개서한을 내놓았다.
9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신종코로나 발원지인 우한시에 위치한 화중사범대학의 탕이밍(唐翼明) 국학원 원장과 동료 교수들은 공개서한에서 “이번 사태의 핵심은 헌법이 보장한 언론의 자유”라고 주장했다.
이 서한에서 학자들은 “리원량의 경고가 유언비어로 치부되지 않았다면, 모든 시민이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할 수 있었다면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친 이 국가적 재앙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리원량을 포함한 8명의 의사는 중국 우한에서 새로운 코로나바이러스가 퍼지고 있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렸지만, 오히려 괴담 유포자로 몰려 경찰의 처벌을 받은 바 있다.
학자들은 “이들 8명은 사람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을 알리려고 했지만, 오히려 헌법에 보장된 권한을 침해당했다”며 “정부는 잘못을 저질렀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들 ‘내부고발자’에게 제기된 혐의를 철회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화인민공화국 시민들은 언론, 집회, 결사, 시위의 자유를 보장받는다”며 “시민들이 언론의 자유를 행사하는 것은 국가와 사회, 집단의 이익이나 다른 시민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신종코로나 확산은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이며, 우리는 리원량의 죽음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며 “우리는 우리 자신을 돌아보아야 하며, 관료들도 자신의 잘못을 반성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리원량의 죽음이 알려진 지 불과 몇 시간만인 지난 7일 오전 6시 웨이보(微博·중국판 트위터)에선 ‘리원량 의사가 사망했다’는 해시태그가 붙은 글의 조회 수가 6억7000만건을 기록했으며, 비슷한 제목의 ‘리원량 사망’ 글의 조회 수도 2억3000만건에 달했다. 이에 더해 ‘나는 언론의 자유를 원한다’는 해시태그 글도 286만건의 조회 수를 나타냈으나, 이 글들은 곧바로 당국에 의해 지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