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이 ‘맞춤형 화장품’을 통해 고객과의 스킨십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라네즈가 적극적이다. 지난 10월에는 베스트셀러 제품인 ‘립 슬리핑 마스크’를 직접 만드는 서비스인 ‘마이 딜리셔스 테리피’를 서울 명동의 라네즈 플래그십 스토어에서 선보였다. 이곳을 직접 찾아가 체험해 봤다. (CNB=김수식 기자)
만드는 재미에 꽂힌 밀레니얼 세대
향부터 포장까지 직접 만드는 립밤
40·50대와 외국인 관광객도 좋아해
시들해진 명동 상권의 ‘마중물’ 될까
매장은 서울 명동 중심지에 있었다. 지하철 명동역 6번 출구로 나와 5분 정도 걸으니 도착했다. 서비스는 3층에서 진행됐다.
‘립 슬리핑 마스크’는 수면 시 입술 각질을 녹여내고 보습까지 해주는 팩이다. ‘나만의 립 슬리핑 마스크’를 만드는 과정은 3단계를 거친다. 먼저, 10가지 향 중 하나를 골라야 한다. 향은 ▲레몬 ▲로즈마리 ▲민트 초코 ▲자몽 ▲페어 ▲체리 블라섬 ▲블랙티 ▲버가못 ▲유칼립투스 ▲마이 구미 등이 있다. 담당자의 도움으로 시향과 함께 설명을 들은 후 ‘버가못(일종의 감귤향)’을 선택했다.
다음으로 제품을 제작했다. 핫플레이트, 두꺼운 장갑, 온도계가 붙어있는 스푼이 눈앞에 놓였다. 역시, 담당자의 설명을 들으면서 체험에 들어갔다. 비커에 마스크 베이스와 향로를 덜어내고, 핫플레이트에 올려 스푼으로 내용물을 저어가면서 녹여냈다. 온도계가 90℃가 됐을 때 핫플레이트를 끄고 내용물을 저어준다. 그리고 70℃를 가리켰을 때 용기에 담아 식힌다.
내용물이 식는 동안 제품 케이스를 꾸몄다. 기본 서비스는 ‘리본 포장’과 메시지 카드를 색칠하는 ‘컬러링’이다. 케이스를 꾸밀 수 있는 추가 패키지로 ‘보석 십자수’와 ‘실링 왁스’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는데, 1000원의 비용이 추가된다. 이렇게 모든 과정이 지나면 나만의 립 슬리핑 마스크가 탄생한다. 총 소요시간은 약 40분.
라네즈가 맞춤형 서비스를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아모레퍼시픽에 따르면, 라네즈는 2016년 8월 고객 피부색에 알맞은 립스틱을 즉석에서 만들어주는 ‘마이 투톤 립 바’를 선보이며 화장품업계 최초로 맞춤형 화장품 서비스를 출시했다. 같은 해 11월 피부 유·수분 밸런스에 따라 맞춤형 수분 크림을 제작해주는 ‘마이 워터뱅크 크림’을 출시해 이를 발전시켜 왔다.
아모레퍼시픽이 이처럼 맞춤형 서비스에 꾸준히 투자하는 이유는 뭘까.
우선은 모바일을 중심으로 점점 커지고 있는 온라인에 잠식되는 오프라인 사업의 생존이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주요 유통업체의 온라인 매출은 전년 대비 15.9% 늘었다. 반면, 오프라인 매출 신장률은 1.9%에 그쳤다.
이런 차에 아모레는 ‘자신만의 것’을 갖기 원하는 젊은 층의 소비트렌드에 주목했다. 개인의 취향에 맞는 화장품을 직접 만들 수 있게 했는데 의외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실제로 라네즈 홈페이지에 접속하면 예약이 다 차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체험은 하루에 6번, 최대 2명씩 할 수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CNB에 “오프라인만의 장점을 살려 고객과 소통하고 한 번이라도 더 찾게 하는 것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고객들도 단순히 제품을 사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체험을 한다는 데서 재미를 느낀다”고 말했다.
실제로 매장을 찾는 손님도 늘고 있다고. 그는 “밀레니얼 세대뿐만 아니라, 4·50대들도 방문한다. 매장이 명동에 있어서 일본인을 중심으로 외국인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온다”고 덧붙였다.
이대로라면 전망도 밝아 보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CNB에 “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업계의 ‘아이덴티티’(Identity:정체성)를 보여줄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좋은 반응도 얻고 있다”며 “온라인에서 접할 수 없는 다양한 이벤트로 상품을 사는 행위가 아닌 즐기는 문화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명동 상권이 시들해 지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실제로 VT코스메틱이 방탄소년단(BTS)과의 컬래버레이션 라인으로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주목받았던 명동점을 폐쇄했고, LG생활건강도 로드숍 브랜드 더페이스샵 명동 매장 1곳의 문을 닫았다.
(CNB=김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