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를 공통 주제로 세 국가를 잇는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의 서막이 올랐다. 현대자동차가 자사 브랜드 체험공간인 현대모터스튜디오가 위치한 베이징, 서울, 모스크바에서 여는 전시 ‘Human (un)limited’가 지난달 들어 순차적으로 개막했다. 기술이 고도로 발달하고 있는 가운데 역설적으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 묻는다. 4차 산업혁명시대에 한번쯤 해볼 만한 고민. 그 질문을 안고 지난달 27일 서울 논현동 ‘현대모터스튜디오 서울’을 찾았다. (CNB=선명규 기자)
베이징-서울-모스크바서 순차 개막
인류 미래에 대한 물음 전시에 담아
기기·기술·전통·음악…공존의 해법은?
시야를 넓히되 귀 역시 열어야 한다. 내부 공간을 따라 깊게 들어선 기기들, 그들을 둘러싼 건물 창문에 방대하게 새겨진 무늬, 대형 전광판에서 나오는 기하학적 영상, 명치 아래를 들끓게 하는 낮은 선율. 이들이 상관관계를 이루며 하나의 작품을 완성한다. 전체를 아이패드로 훑으면 증강현실로 구현된 이미지들이 등장해 움직이기까지 한다. 그리하여 ‘따로’였던 것은 비로소 ‘같이’가 된다.
이번 전시에서 주목해야 할 점은 작년과 마찬가지로 사유(思惟)다. 지난해 ‘미래 인류-우리가 공유하는 행성’(인간·기술·자연은 훗날 어떻게 어우러질까_기사 참조)을 주제로 같은 장소서 진행된 현대차의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와 마찬가지로 올해에도 명쾌한 해답 대신 고민의 여지를 남긴다. 인간과 기술, 창조자와 창조물이 미래에 어떻게 공존할까에 대한 물음을 해가 바뀌어서도 던진다.
이번 전시에 나온 미디어 아티스트 이예승 작가의 ‘변수풍경’은 인간다움을 탐색하는데, 반대로 다분히 기계적이다. 늘어선 알루미늄 구조물에 노트북, 모니터, 키보드 등 전자기기들이 층층마다 놓였고, 주황색 전구가 이따금 깜빡이며 이들을 비춘다. 각각을 연결하는 전기 배선도 감추지 않고 드러나 있다. 장기(臟氣)처럼 얽혀 있는데, 차이가 있다면 피부에 가려져 있지 않고 그 모습을 나타낸다는 것이다.
과거를 들먹이는 장치도 배치돼 있다. 스튜디오 야세오(jaSeo)가 전통 문살을 이용해 디자인한 요소가 발전을 거듭한 기술의 표상들 사이에서 지나간 시간을 간직하고 있다. 흐름의 흔적이다. 여기에 조은희 음악가가 해저에서 전해오는 음파처럼 깊은 소리를 얹어 청각적 감상을 덧입힌다.
감성과 이성, 보이는 것과 들리는 것, 딱딱한 것과 온기 있는 것들의 물성적 차이. 인간과 기술은 어떤 다음을 마주할까? 이질적인 요소가 모여 작품을 이룬 것처럼 다음 시간에 과연 이러한 간극을 극복해 조화로울 수 있을까? 끊임없이 물음표가 붙지만 이 또한 내일을 희망하는 기약의 한 방편이리라. ‘(무)한인류:’라는 전시 제목처럼 사고의 확장에 제한이 없어야 한다. 해석과 기대는 각자의 몫이다.
현대자동차가 이번에 진행하는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는 현대모터스튜디오의 3대 거점(베이징, 서울, 모스크바)에서 내년 2월 29일까지 열린다. 세계적인 미디어 아트 그룹 ‘아르스 일렉트로니카’와의 협업을 통해 18개 아티스트팀의 조각, 인터랙티브 설치미술, 미디어 아트 작품 등 총 31점을 선보인다.
스타트는 베이징이 끊었다. 지난달 19일 이곳서 열린 개막식에서는 건물 외벽에 베이징 도심의 미래를 표현한 데이비드 후왕의 벽화를 시작으로 16개 전시 작품에 대한 설명 등이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조원홍 현대자동차 고객경험본부장(부사장), 코넬리아 슈나이더 현대자동차 스페이스 이노베이션 담당 상무, 마틴 혼직 아르스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디렉터, 페이 준 중국 중앙미술학원 교수 등이 참석했다.
당시 조원홍 부사장은 “인간다움을 주제로 한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현대자동차의 글로벌 브랜드 체험공간인 현대모터스튜디오에서 진행하게 되어 의미가 깊다”며 “인간이 중심이 되는 현대자동차의 브랜드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고 직접 체할 수 있도록 모터스튜디오를 육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