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파주출판도시에 자리잡은 독립 디자인 교육 기관, 파주타이포그라피배곳(Paju Typography Institute, PaTI)의 ‘수집과 글쓰기’ 수업에서 비롯된 산물이다. 수업을 이끈 전가경(디자인 저술가, 출판사 ’사월의눈’ 대표)은 한국 북 디자인에서 주목할 만한 지점이지만 실제 아카이빙조차 제대로 되지 않은 ‘1990년대 전시 도록’을 주제로 삼아 한국 현대 그래픽 디자인 역사의 한 면을 파헤쳐보고자 했다.
권민선, 유예나, 원야위엔, 세 명의 저자는 ‘수집’이라는 행위를 통해 총 62종에 달하는 1990년대 전시 도록을 확보했다. 그 과정에서 얻은 통찰을 기반으로 당대 도록에 대해 증언할 수 있는 비평가, 큐레이터, 그래픽 디자이너, 출판 편집자 등 지금도 미술·디자인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전문가를 직접 만나 육성을 들었다.
이 책에는 총 46종의 도록을 엄선해 실었다. 또한 현장 전문가 6명의 인터뷰를 다루며 자칫 사라질 수 있는 당대 상황의 증언을 활자로 포착했다. 더불어 프로젝트 진행 과정에서 저자들이 나눴던 세 차례의 대화를 통해 잊힌 것들을 호출한다. 수집하는 행위의 지난함과 이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며 일어난 여러 이야기를 공유할 수 있게 한다.
권민선, 유예나, 원야위엔, 전가경 지음 / 2만 5000원 / PaTI 펴냄 / 4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