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본질은 관람이다. 작품을 담은 프레임(틀)만 달라졌을 뿐인데 감상이 새로워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제주도립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 해외미술특별전이 진행 중인 전시장에 이색 공간이 따로 마련됐다. 삼성전자 라이프스타일 TV ‘더 프레임(The Frame)’으로 명화를 재생하는 ‘Smart TV Zone’이다. 천천히 바뀌면서 계속 등장하는 그림에 일부 관람객은 아예 엉덩이 깔고 바라보기도 한다. 설핏 보면 모호한 신구(新舊) 프레임의 경계. 이들을 눌러 앉힌 비결은 무엇일까? (CNB=선명규 기자)
고갱·모네의 명작이 ‘미디어아트’로
디지털과 종이…이질(異質)의 역설
어린이들도 끝까지 눈 떼지 못해
“평면적 관람이 아닌 느끼고 체험하는 경험을 제공하고자 마련했습니다”
지난 2일 제주도립미술관 2층에서 만난 이곳 고동하 학예연구사는 감상의 확장에 주목했다고 했다. 그의 뒤로는 유럽 모더니즘 대표 화가들인 폴 세잔, 폴 고갱, 클로드 모네, 에드가 드가의 명화들이 미디어아트처럼 상영되고 있었다. ‘ㄷ’자 벽면을 따라 늘어선 TV 4대를 통해서다. 40여점의 그림이 부단히 반복만 되는 게 아니라 설명이 더해져 다큐멘터리처럼 이해를 돕고 있었다.
기존 관람법에 미세한 균열이 일어서일까? 캔버스에서 패널로 전이된 작품에 눈을 떼지 못하는 관람객이 적잖았다. 대학생 임지희 씨는 “이미 알던 작품이 대부분인데 TV로 만나니 새롭게 느껴진다”며 “특히 따스한 색감이 인상적인 모네의 그림을 쨍한 화면으로 접하는 기분이 남다르다”고 말했다. 7살, 9살 두 아들과 전시를 보러 온 김윤옥 씨는 “아이들이 아직 어려 보통 금방 지루해 하는데 웬일로 영상이 끝날 때까지 시선을 떼지 않는다”며 웃었다.
네 명의 거장을 각자의 역사관처럼 만든 것이 특색이다. 각 인물 구역을 TV 한 대에 실제 그림이 나란한 형태로 꾸몄다. 다양하고 많은 작품이 해설과 함께 펼쳐진다. 두 프레임이 곧잘 어우러지는 것도 특징. 전시장에 나온 삼성 ‘더 프레임’은 TV를 시청하지 않을 때 미술 작품이나 사진 등을 액자처럼 활용할 수 있는 ‘아트 모드’를 지원해 주변 캔버스와 조화를 이룬다. 따라서 디지털과 종이의 질감이 이질적이어도 물색없이 튀지 않는다.
그 앞에는 세 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의자가 설치됐다. 걸으면서 작품을 관람하다가 앉아서 천천히 영상을 감상할 수 있다. 끝까지 정진하면 4인의 발자취를 온전히 톺아볼 수 있다.
고 학예사는 “실사와 디지털로 구현된 작품을 통해 감상의 폭을 넓히기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제주도립미술관이 열 돌을 맞아 내년 2월 7일까지 여는 ‘프렌치 모던: 모네에서 마티스까지, 1850‑1950’전에서는 뉴욕 브루클린미술관이 소장한 모더니즘 대표 작가 45명의 회화와 조각 작품 60여점을 국내 최초로 선보인다. 1층 전시실은 풍경화, 정물화, 초상화와 인물조각, 누드화 4개의 섹션으로 구성했고, 2층을 IT 기술을 이용한 디지털 콘텐츠로 작품을 감상하는 체험공간으로 꾸몄다.
최정주 제주도립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근현대기의 미술사를 관통하는 ‘위대한 시대정신과 예술의 영향력’이 보여주는 큰 의미를 돌아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란다”며 “제주도민과 관람객 모두가 현대미술사의 맥락을 꿰뚫어 보는 안목이 더욱 향상되고, 국제도시 제주의 위상이 한층 높아지기를 고대한다”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