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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분양가상한제, 무용지물인 이유

공공성 사라진 ‘무늬만 규제’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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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도기천기자 |  2019.11.07 09:02:25

(CNB=도기천 편집국장) 이렇게 바보(?) 같은 정책은 처음 봤다. 아현동에서는 평당 4천을 넘으면 안되고 상암동에서는 평당 1억도 가능하다?

분양가상한제 이야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6일 정부가 내놓은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는 시장의 혼란만 가져올 뿐 아무 실효성이 없는 대책으로 보인다.

우선 분양가상한제 적용지역의 예상분양가를 추측해보자. 분양가상한제는 건설원가(택지비, 자재비, 인건비 등)에 시공·시행사(건설사)의 적정이윤을 더해 분양가를 산정하는 방식이다. 건설사 마음대로 금액을 정하지 못하도록 규제하겠다는 것이다.

그런데 건설원가 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게 택지비(토지구입비)다. 이미 서울의 토지 가격은 전세계에서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오를대로 오른 상태다.

가령 최근 현대건설, 대림산업, GS건설의 3파전으로 좁혀진 서울 한남3구역을 보자. 한남동 686번지 일대에 5816가구 규모의 아파트를 짓는 이 사업의 공사 예정 가격은 3.3㎡당 595만원으로 총 1조8880억원에 달한다. 역대 재개발 사업 중 가장 큰 금액이다. 이 금액에는 건설원가와 각종 가산 비용 등이 혼재돼 있겠지만 대략 저 정도 규모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해도 20평대가 10억원을 가볍게 넘길 것으로 보인다.

공공택지라서 이미 분양가상한제가 적용되고 있던 곳도 마찬가지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64만㎡ 부지에 4815세대를 순차적으로 공급하고 있는 경기도 고양시 덕은지구의 경우, 인근의 서울 상암동 효과로 몇 년간 토지가격이 급상승하는 바람에 3.3㎡당 2천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에 분양이 진행되고 있다. 이는 고양시 역대 분양가 중 가장 높다.

이런 사례들로 볼 때 분양가상한제는 서민들의 내집 마련에 별 도움이 되지 못한다.

더구나 이번에 정부가 동 단위로 콕 집어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한 데를 보면, 이미 대규모 개발이 진행 중이거나 아파트촌이 포화상태에 이른 곳들이다. 분양가상한제는 소급적용되지 않으므로 기존에 입주자모집공고를 신청한 곳은 아무 영향이 없다. 또한 해당 지역에는 이미 아파트가 빼곡히 들어선 터라 새로 개발이 이뤄지기도 힘들다.

특히 집값 안정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상한제가 적용된 곳을 살짝 피하기만 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가령 아현동에서 분양가 제약을 받게 돼 인근의 성산동에 아파트를 지을 경우 아현동보다 훨씬 더 높은 가격에 분양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성산동 집값을 아현동 만큼 끌어 올리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지난 7월 김현미 국토부장관이 상한제를 예고하자 되레 서울 대부분 지역의 집값이 상승흐름을 탄 이유는 바로 이런 기대심리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경기도 판교 지역 공공임대 거주민들이 6일 LH공사 경기지역본부 앞에서 공공임대주택에도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할 것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전국LH중소형10년공공임대연합)
 

예견된 풍선효과? 서울 집값 요지부동

따라서 이런 땜질식 처방으로는 집값을 잡을 수 없다. 한쪽을 누르면 한쪽이 튀어 오르는 풍선효과를 막으려면 수도권 전 지역을 상한제 적용지역으로 정해야한다. 자유경제 시장에서 정부가 땅값(건설원가) 자체를 인위적으로 낮출 수야 없겠지만, 그린벨트, 시유지 등 토지비용이 별로 들지 않는 곳을 건설사들에게 불하하게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원가가 적게 들어간 만큼 분양가도 싸지는 게 제도의 원리이기 때문에 ‘반값아파트’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주택의 공공성 또한 꾸준히 강화해야한다. 공공분양, 공공임대, 특별공급 등 사회적 약자와 서민들을 위한 주택정책이 확대될 때 부동산은 저절로 안정될 것이다. 지금처럼 ‘LH아파트’ 하면 싼 자재, 인프라(교통·교육시설 등) 부족, 부실공사 등을 떠올리게 된다면 민간아파트 선호현상은 더 두드러질 것이다.

이런 점에서 최근 정부가 10년공공임대 보급사업을 사실상 접기로 한 것이나, 공공임대아파트의 분양전환 때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지 않기로 한 점은 매우 아쉽다. 수익성이 낮다고 공공성을 포기한 것 아닌가.

분양가상한제의 기본정신은 건설사의 폭리와 기획부동산의 가격담합 등 시장교란행위로부터 서민을 보호하고 국민의 기본권인 의식주를 안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몇몇 잘사는 동네를 콕 집어 이 제도를 적용해 부작용만 유발한다면 제도 본연의 취지와 맞지 않다. 어떻게 공공성을 확대할 것인가가 출발점이 돼야 한다.

(CNB=도기천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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