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연 수천억원의 거래 관계가 있는 한 건설사 임원이 국토부의 하자심사·분쟁조정위원회로 활동하며 LH에 관한 분쟁조정을 수차례 심사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이 가운데서는 해당 건설사가 직접 시공한 LH 아파트의 하자 심의에도 관여한 것으로 확인돼 ‘셀프 심사’ 논란까지 일고 있다.
18일 국회 국토교통위 소속 박재호 의원(부산 남구을, 더불어민주당)은 국토부와 LH로부터 제출받은 분쟁조정 심사 현황 자료를 분석해 이같은 문제가 있음을 폭로했다.
박재호 의원에 따르면 LH와 거래 관계가 있는 일부 민간건설가와 감리업체 임원들이 과거 하자분쟁위원으로 활동했거나 현재도 활동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5년 6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2년 6개월간 활동한 제4기 위원 중에는 한신공영 상무이사를 비롯한 한진중공업 상무, 금강주택 전무이사가 대표적 인물이라고 박 의원은 지목했다.
한신공영의 경우 같은 기간 LH와 총 9건의 공사 계약을 맺었는데 그 규모가 총 4218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진중공업과 금강주택도 같은 시기 각각 5건씩 계약을 따내 2380억원과 1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1월부터 지금까지 활동하는 5기 위원 중에는 무영CM건축사사무소, 선엔지니어링종합건축사사무소 소속 임원들도 눈에 띈다.
이들은 분쟁위원으로 활동하며 LH와 각각 7건(305억원)의 건설사업관리, 2건(25억원)의 감리 용역 계약을 따냈다. 소속 임원이 위원으로 있는 일신건영도 61억원 규모의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민간건설사 소속 위원이 해당 건설사가 지은 아파트의 하자에 대해 직접 심사할 가능성이 크며 실제 관여한 사실까지 나타났지만 국토부는 구체적 심의 내용을 공개하지 않는 등 여전히 ‘깜깜이’로 일관한다고 박 의원은 질타했다.
박재호 의원은 “현행법에는 위원이 해당 사건에 대해 당사자의 대리인으로서 관여했거나 관여한 경우, 배제하게 돼 있기 때문에 법률 위반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며 “하자분쟁위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의 입법 및 제도 개선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