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미술관이라고 하면 열에 아홉은 루브르와 오르세를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한 번쯤은 엄격하게 그림을 선별해 걸어둔 미술관을 방문하기보다, 예술이 생활 그 자체가 돼 있는 작은 마을을 천천히, 조용하게 걸으며 그림을 감상하는 여행을 꿈꿔보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고 저자는 권한다.
사원에 들어가 온종일 머무르기도 하고, 고흐가 그렸던 밤의 카페에 방문해 커피를 마시기도 하고, 세잔이 머무르던 별장에 방문해 그의 그림에 담긴 풍경을 실제로 보기도 하고, 성당 구석구석에 있는 부조물을 한참이나 쳐다보기도 하는 느긋하고 평화로운, 산책 같은 여행. 누군가는 낭비라고조차 할 법한 여행 말이다.
프로방스는 휴양지이자 예술의 도시다. 고흐가 머물렀던 아를, 샤갈이 사랑한 생폴 드 방스뿐만 아니라 코끼리 바위를 품은 에트르타, 몽 생 미셸 등 남서부 지역과 노르망디까지 도시 곳곳에 남아 있는 그림을 찾아다니는 여행은 새로운 경험이 된다. 미술관과 예술가들이 걸었던 거리와 살았던 집, 그림에 대한 설명뿐 아니라 저자가 직접 여행하며 기록한 쇼핑과 음식, 숙소와 와인 등의 여행 정보가 이 책에 담겼다.
길정현 지음 / 2만원 / 제이앤제이제이 펴냄 / 32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