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장관 일가의 사모펀드 투자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가 한창인 가운데, 이와 무관한 대기업들의 실명이 오르내리고 있어 해당 기업들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주로 조 장관 가족이 투자한 펀드 자금이 흘러들어간 회사의 ‘협력사’라는 이유만으로 이름이 나오는데, 당사자들은 거론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CNB=도기천 기자)
조국 펀드 연관기업들, 대기업 협력사
단순 납품 관계지만 실명 거론돼 불편
행여나 ‘가짜뉴스’ 소재될라 예의주시
현대차와 기아차는 조 장관의 부인 동양대 정경심 교수가 주주로 등재된 사모펀드 운용사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코링크)의 실소유주 의혹을 받고 있는 (주)익성의 협력사라는 이유로 언론에 나왔다.
익성은 자동차, 건축, 화장품, 신소재 등 4개부문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중견기업이다. 회사연혁을 보면 1995년 설립돼 주로 자동차부품, 건축자재 등을 개발, 생산해왔다.
특히 소음 방지와 관련해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리를 반사·흡수하는 재료인 차음재·흡음재를 자체 제작해 자동차와 건축물에 보급하고 있다.
1999년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유망 중소기업에 지정됐고, 2001년에는 한국산업기술평가원으로부터 중소기업 부품소재개발기업에 선정됐다. 2016년에는 현대차그룹과 흡음재 분야에서 런칭하는 등 현대·기아차 납품업체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익성은 견실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해왔지만 최근 정 교수의 사모펀드 투자를 둘러싼 검찰 수사가 진행되면서 여러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 등에 따르면 정 교수는 조 장관이 문재인 정부의 민정수석에 취임한 직후인 2017년 7월 10억5천만원을 코링크에 투자했는데 코링크는 이전부터 익성과 긴밀히 협력해왔다. 코링크의 실질적인 운용은 조 장관의 5촌조카인 조모 씨로 알려져 있다. 조씨는 자본시장법 위반, 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상태다. 검찰은 조 장관과 정 교수가 이 과정에 어느 정도 관여했는지를 들여다보고 있다.
물론 현대·기아차는 이들을 둘러싼 의혹과는 아무 연관이 없다. 단순히 익성으로부터 자동차 부품을 납품 받았을 뿐이기 때문. 하지만 익성이 의혹의 중심에 등장하면서 회사명이 언급돼 불편해하고 있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조국 테마주’로 엮인 삼보산업에서도 등장한다. 삼보산업은 이태용 대표이사와 조 장관이 혜광고등학교 동문이라는 점에서 대선 테마주로 묶였다. 현대차와 기아차, GM대우 등에 알루미늄 2차합금 등 자동차 부품을 납품하는 상장기업인데, 최근 조 장관이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권주자 3위에 오르면서 주식 거래량이 폭증하고 있다.
대기업이 고객사? ‘사실무근’
이번 사모펀드 의혹에 연루된 회사 중 하나인 (주)IFM에서는 삼성, LG, SK 등 10대 대기업들 이름이 나온다.
IFM은 익성이 설립한 자회사다. 창립된 지 2년 남짓하고 직원은 10여명에 불과한 작은 기업이다. 전기차 배터리 부품을 생산·납품하고 있으며, 2차 전지 음극 소재 특허권을 갖고 있다.
코링크가 ‘블루코어밸류업 1호’ 펀드(블루펀드)를 조성해 정 교수의 투자금 중 일부를 웰스씨앤티에 투자했고, 웰스씨앤티는 다시 익성의 자회사인 IFM에 투자했다. 검찰은 정 교수의 돈이 코링크, 블루펀드를 거쳐 웰스씨앤티와 IFM으로 흘러간 과정에 위법성이 없는지를 보고 있다.
그런데 이 회사 홈페이지의 ‘고객사’ 코너에 들어가면 전기차 배터리 4대 소재인 양극재, 음극재, 전해액, 분리막에 내로라하는 대기업들이 이름을 올리고 있다.
양극재 고객사에는 LG화학, SK케미칼, 삼성정밀화학, 한화케미칼, LF 등이, 음극재에는 포스코, GS칼텍스 등이, 전해액에는 OCI, LG화학, SK케미칼 등이, 분리막에는 제일모직, LG화학, SK케미칼 등이 고객사로 표기돼 있다.
하지만 대부분 IFM와 거래 관계가 없거나 일부 기업은 아예 해당 사업을 하지 않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양극재 고객사로 올라 있는 한화케미칼의 경우 2015년에 이미 양극재 사업을 정리했다. 음극재 고객사로 기재된 GS칼텍스 또한 2013년 GS에너지로 배터리 관련 사업을 모두 넘겼다. 삼성정밀화학도 2015년에 삼성SDI에 배터리 소재사업을 넘겨 사업 연관성이 전혀 없으며, 롯데그룹에 매각돼 사명도 롯데정밀화학으로 바뀌었다.
뒤늦게 이런 사실을 파악한 기업들은 IFM 측에 고객사 명단에서 내려달라고 요청하는 등 조치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CNB는 IFM에 상관없는 기업이 고객사로 게재된 경위를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했지만 전화 연결이 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재계 한 관계자는 CNB에 “조국 장관 일가의 의혹과 대기업들은 아무 연관이 없지만 일부 언론들이 문재인 정부의 국책사업(전기차 등)과 사모펀드를 연결 지으며 추측기사를 내놓고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도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