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네상스 시대를 여는 데 앞장선, 학문과 예술의 든든한 후원자인 메디치 사람들 이야기를 다룬 책이다. 메디치 가문의 조반니 디 비치 데 메디치는 가문의 이름을 건 은행을 열었고, 은행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많은 돈을 벌었다. 피렌체 세례당의 청동문 제작자를 뽑기 위한 심사에서 로렌초 기베르티의 청동 조각을 보고 깊은 감동을 받은 조반니는, 그 감동을 시민들과 나누고자 기베르티의 작품 활동을 지원하기 시작했다.
조반니의 아들 코시모 디 조반니 데 메디치 또한 예술 후원의 길을 이어갔다. 피렌체의 영주가 된 코시모는 플라톤 철학에 감명을 받아 고대 문서들을 사들였고, 이를 보관하기 위해 산마르코 수도원에 도서관을 세웠다. ‘위대한 로렌초’라고 칭송받았던 코시모의 손자 로렌초 디 피에로 데 메디치는 피렌체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다. 로렌초는 선조들과 마찬가지로 막대한 재력을 기반으로 피렌체를 다스리고 수많은 학자들과 예술가들을 후원했다.
메디치가는 1737년 잔 가스토네가 죽고, 그의 상속녀 안나 마리아까지 죽으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지만, 그들의 흔적은 유럽 곳곳에 남아 있다. 이 책은 르네상스의 기본정신에서 현대 사회를 살아나가는 소중한 정신으로 자리 잡은 휴머니즘 또한 이 인문주의로부터 이어졌으며, 오늘날 국가와 종교, 인종을 넘어서 모든 사람을 인간 자체로 존중하는 정신이 됐다고 주장한다.
김영훈·손여운 지음, 정윤채 그림 / 1만 2000원 / 북스힐 펴냄 / 21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