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일본 수출규제, 환율 불안 등으로 증시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자구책 마련에 나선 증권사들이 이색 마케팅을 펼치고 있어 주목된다. 특히 전통적인 증권거래 수수료 수입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투자은행(IB) 시대가 도래한 만큼, 증권사들 간의 경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에 CNB는 독특한 아이템으로 고유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있는 증권사들을 소개해 왔다. 마지막 편은 그간의 취재를 통해 느낀 ‘살짝 아쉬운’ 점이다. <편집자주>
[관련기사]
[증권가 이색 마케팅①] 레스토랑·패션쇼·콘서트…“투심(投心)을 잡아라”
[증권가 이색 마케팅②] 골프·야구로 대동단결, 스포츠로 홍보한다
[증권가 이색 마케팅③] “2030 공략하라” SNS 개성열전
[증권가 이색 마케팅④] “튀어야 산다” 보고서 제목도 개성 톡톡
식당·콘서트·골프대회…‘단발성’ 아쉬워
금투협 야구대회, 일반인도 참가했으면
SNS·유투브, ‘지속가능·예측가능’ 필요
증권가 이색 마케팅이 좀 더 나아지는 방법은 없을까.
NH투자증권은 ‘투자가 문화’라는 이름으로 압구정에서 ‘제철식당’을 운영했다. 지중해풍 요리를 선보이는 ‘이타카’와의 콜라보레이션으로, 전국 각지에서 생산한 우리 농산물을 이용해 다양한 음식을 투자자들에게 내놓았다. ‘제철식당’은 증권가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던 식문화 마케팅이라는 점에서 특이하다. 하지만 일시적인 운영이라는 점에서 아쉬움을 남겼다. 상설매장으로 오픈하면 어떨까.
한화투자증권은 음악을 통해 시민들을 찾아간다. 여의도 사옥 앞에서 ‘라이프플러스 스치듯 라이브’ 공연을 하고, 봄에는 한강공원에서 그룹 내 금융 계열사(한화생명·손해보험·자산운용·저축은행)들과 함께 콘서트를 연다. 한화투자증권의 시도는 인디 뮤지션의 노래를 소개한다는 측면에서는 새롭다. 하지만 보다 구조적으로 인디 음악계를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추는 방안도 검토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하나금융투자의 패션쇼도 마찬가지다. 하나금융투자는 삼성동 플레이스원에서 제인송(JAIN SONG)의 ‘2019 S/S 컬렉션 패션쇼’를 열었다. 평창동계올림픽 의상감독이었던 송자인 디자이너의 브랜드를 통해 금융투자의 가치를 패션피플들에게 알렸다. 이 행사도 매우 아름답고 유니크한 마케팅이지만 일회성으로 끝난 것이 아쉽다. 하나금융투자가 지속적으로 패션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고, 콜라보레이션 의상 등까지 선보인다면 더욱 효율적인 마케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증권사들의 골프 마케팅도 조금씩 개선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NH투자증권이 여는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회’는 꾸준히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개최된다. 최종 3라운드가 열린 올해 6월 12일에는 약 2만명의 갤러리(골프 관람객)들이 모였다. NH투자증권의 ‘레이디스 챔피언십’은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소속 선수들이 참가하는 규모가 큰 대회로, 정기적으로 행사를 갖는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한국투자증권은 베트남에서 ‘챔피언십 with SBS 골프’를 열었다. 동남아시아 현지에서 훈련 중인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 조절을 위한 행사였다. 총 상금 7억원 규모의 정규대회를 열었지만 일회성 행사로 끝났다. 한국투자증권도 NH투자증권처럼 꾸준히 골프대회를 연다면 보다 신뢰감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이투자증권은 ‘VIP 고객 초청 골프대회’를 연다. 부산 동래, 경기도 가평의 베네스트클럽에서 임직원이 초대한 손님과 함께 ‘동반 라운딩’을 하는 것. 증권사 직원이 중요한 투자자들과 함께 직접 땀을 흘린다. 일종의 타겟 마케팅이지만 일반에는 잘 공개하지 않는다. 이를 골프 라운딩을 하지 않는 사람들도 참관할 수 있게 하거나, 유튜브 영상 등으로 만들어서 소개하면 보다 많은 이들이 알 수 있지 않을까.
증권가 야구경기도 개선해야 할 점들이 조금씩 다르다. 금융투자협회가 소속 회원사(한화투자·한국투자·삼성·현대차·교보·메리츠종금증권, 신한·하나·DB금융투자, 미래에셋대우, 미래에셋자산운용 등)들을 위해 매년 여는 협회장배 야구대회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오는 9월 초에 결승전과 시상식을 할 예정이다. 이 야구대회는 일반인들이 직접 참관할 수 있도록 홍보에 조금 더 공을 들이는 게 좋을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프로야구단인 ‘키움 히어로즈’의 메인 스폰서로 활동하고 있다. 오는 2023년까지 연간 100억원씩 500억원을 투입한다. 키움증권은 이전에 야구장 펜스와 전광판 광고를 했다. ‘히어로즈’는 구단주가 자주 바뀐 야구단이다. 보다 장기적으로 운영하기 위한 계획을 갖고 야구단을 운영하면 더 좋지 않을까.
SNS·카드뉴스·보고서…진화의 끝은?
증권사들의 특이한 온라인, 보고서 마케팅도 한 발자국 더 나아갈 여지가 있다.
KB증권은 온라인마케팅 전담부서인 ‘마블 랜드 트라이브’를 운영하고 있다. 이를 통해 웹툰 형식의 콘텐츠들을 공개하고 있는 것. 신한금융투자는 아만다라는 자체 캐릭터를 만들어서 금융투자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독자적인 캐릭터를 갖고 있는 증권사는 금융정보 전달이라는 일차적인 목적 외에, 픽션에도 도전하는 게 좋아 보인다. 스토리가 있는 허구의 이야기를 증권사 캐릭터를 통해 보여줌으로써, 보다 친숙하게 소비자들에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카드뉴스도 새로운 접근 방법이 필요해 보인다. SK증권은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삼성증권은 트위터로 다양한 형식의 카드뉴스를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카드뉴스로 주식 투자 정보를 전달하는 증권사들은 저널리즘의 방법론을 가미하는 게 필요해 보인다. 증권 투자는 큰 가능성과 함께 위험성을 동반하는데, 저널리즘 방법론으로 두 가지 측면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유투브의 경우 증권사들마다 각양각색이다. 매일 수십개의 동영상을 공급하는 증권사가 있지만, 몇 개의 동영상만 올려놓은 증권사도 있다. 구독자수도 천차만별이다. 28일 기준으로 키움증권(2만9067명), 한화투자증권(7044명), 한국투자증권(6920명), NH투자증권(4750명), 유안타증권(3226명), 이베스트투자증권(1975명) 등은 구독자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IBK투자증권(27명), 하이투자증권(50명), 이베스트투자증권(61명), 유진투자증권(70명), 케이프투자증권(106명) 등은 구독자가 적은 편이다. 유투브 계정을 만들어 놓지만 말고, 이를 활성화해서 사용하는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증권사 보고서의 특이한 네이밍도 조금 더 노력이 필요하다. 삼성증권(‘유통업 엔드게임’), SK증권(‘금리야, 나 지금 떨고 있니’), 교보증권(‘교보 애.세이’), 유진투자증권(‘트노스의 엔드게임’), 대신증권(‘너와는 미래가 보여’), 이베스트투자증권(‘건설-나는 유노윤호다’) 등이 재미있는 제목으로 투자자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DB금융투자의 상장기업 주변 맛집 리포트, 메리츠종금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의 액상전자담배 ‘쥴(JULL)’ 체험기 등도 새로운 트렌드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금융투자협회 차원에서 이런 재미있는 보고서들을 별도로 추려서 보여주는 사이트를 만들어도 좋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CNB에 “마케팅은 형식을 바꿔서 추진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금융그룹이나 증권사 컨트롤타워별로 컬처뱅크 등의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점점 금융을 문화나 스포츠, 놀이로 받아들이게 하자는 노력이 강해지고 있어서, 다양한 온오프라인 마케팅을 꾸준히 진행하기 위한 고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