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중국 간 무역분쟁과 일본발(發) 수출규제, 환율·금리·국제유가의 불확실성 등으로 글로벌 경기 전망이 밝지 않다. 여기에다 실업률 증가, 건설·서비스업 침체, 북미 협상 불확실성 등으로 내수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이다. 이에 CNB가 주요 기업들의 ‘상반기 성적표’를 토대로 앞날을 내다봤다. 세 번째는 불황의 늪에서 좀처럼 빠져나오지 못하는 대형마트 업계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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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 2분기 줄줄이 적자
이커머스·유통산업발전법 발목
초저가·온라인 강화로 ‘승부수’
대형마트들의 한숨이 깊다. 이마트를 비롯해 롯데마트, 홈플러스는 올해 2분기(4월~6월) 부진한 실적을 기록했다.
이마트는 지난 2분기에 299억원의 영업손실을 입었다. 매출액은 4조5810억원으로 전년대비 14.8% 늘었지만, 수익성이 악화됐다. 1993년 문을 연 이후 처음이다. 갑작스럽진 않다. 지난해 4분기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했고, 올해 들어서도 역신장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2분기 기존점은 4.6% 역신장했고, 할인점 영업적자는 43억원을 기록했다.
롯데마트도 마찬가지다. 2분기 매출은 1조5950억원으로 1.6% 늘어났지만, 339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전년 같은 기간(-270억원)보다 적자폭이 커졌다. 국내점의 성장률은 전년 대비 3.6% 낮아진 데다 판매관리비가 81억원 증가하면서 적자가 늘었다. 베트남(87.5%), 인도네시아(30.6%) 등 해외 할인점에서 영업이익이 증가했지만 국내 부진을 만회하기 어려웠다.
홈플러스는 비상장사여서 분기 실적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이마트·롯데마트와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이렇듯 대형마트가 지속적으로 실적 부진을 내고 있는 이유로는 ▲이커머스 업체의 성장과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른 규제 등이 꼽힌다.
먼저, 쿠팡, 티몬, 위메프, 이베이코리아 등 이커머스 업체의 성장이 대형마트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최근 이커머스 업체들은 기존 생활용품에 한정됐던 라인업을 신선식품 등으로 확대, 여기에 로켓배송, 샛별배송 등 고객의 쇼핑 편의성을 강조한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유통산업발전법을 토대로 한 규제도 발목을 잡았다. 2012년 정부는 전통상권을 살리고자 대형마트 규제를 강화했다. 의무휴업일 지정이 대표적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상 3000㎡ 이상 면적을 가진 대형마트는 기본적으로 의무휴업일 지정(매월 공휴일 중 2일), 영업시간 제한(오전 0∼10시) 등의 규제를 받는다.
위기탈출 ‘3사3색’ 전략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형마트들은 자구책을 찾아 나섰다.
이마트의 경우 ‘초저가’에 집중했다. 대량매입이 핵심이다. 대형마트가 가진 장점중 하나는 막강한 구매력을 바탕으로 더 낮은 가격에 좋은 제품을 다양하게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마트는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계획이다.
이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주문이기도 하다. 정 부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신세계만의 스마트한 초저가 모델’을 만들어 가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이에 이마트는 올해 1월부터 ‘국민가격’을 진행하고 있다. 최근에는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을 내세우고 있다.
롯데마트는 ‘PB(Private Brand)’에 주목했다. 상품의 차별성을 가질 수 있고 매출 향상 및 이익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그 일환으로 기존 38개의 PB 브랜드를 10개로 압축했다.
PB 브랜드 압축의 핵심은 고객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여러 종류의 브랜드에서 오는 혼란을 줄이고 대표 상품 출시를 통해 롯데마트만의 PB 브랜드를 각인시키려는 시도다. 롯데마트는 소비자가 느끼는 기존 PB 브랜드 이미지를 분석하고, 카테고리의 성장성 및 지속 가능성을 바탕으로 10개의 엄선된 PB 브랜드를 선택했다.
홈플러스는 온라인 판매채널 강화에 나섰다. 임일순 홈플러스 사장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경계를 허문 ‘올라인’(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합친 ‘올라운드’를 의미) 마트로의 변신을 주문하면서 ‘마트가 온라인도 잘한다’는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다.
지난 19일 안양점과 원천점을 리뉴얼해 선보인 ‘점포 풀필먼트 센터(FC)’가 대표적이다. FC는 대형마트에 장착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다. 기존 점포 자산을 활용해 물류센터 시공에 드는 거액의 비용과 시간, 관리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의 자택 가장 가까운 도심에서 누구보다 빠른 배송을 수행한다.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허문 올라인 모델을 선보인 것이다.
이 같은 노력에도 업계에서는 온라인 쇼핑으로 이동한 소비자의 마음을 되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유통업계 특성상 한번 방향이 바뀐 소비 트렌드가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
하지만 대형마트의 대응전략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어서 앞날을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마트 관계자는 CNB에 “생필품을 중심으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행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반응이 좋다. 특히, 지난 1일 4900원 초저가로 선보인 와인의 경우 19일 만에 22만병이 팔렸다”고 말했다.
(CNB=김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