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송전쟁’이 시작됐다. 좀처럼 불황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는 대형마트가 소비자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새벽에는 물론 야간에까지 배송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이 경쟁에 이마트와 롯데마트에 이어 홈플러스도 가세했다. 대형마트 3사의 배송전략을 들여다봤다. (CNB=김수식 기자)
대형마트 3사의 3색 배송전략
성장둔화 속 새 돌파구로 삼아
과대포장 등 남은 숙제 여전
직장생활을 하는 임산부 박효림(39세·여,가명) 씨는 최근 대형마트 배송주문을 자주 이용한다. 보통 회사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오면서 장을 보고는 했지만 배가 불러오면서는 장 보러 다니는 게 힘들게 느껴졌다. 그래서 배송주문을 시작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집 앞에 주문한 식재료들이 와 있으니 편하다.
직장인 길성균(35세·남,가명) 씨는 집에서 10개월 된 아이를 돌보는 아내를 대신해 장을 본다. 하지만 여전히 마트에 가는 것도, 상품을 고르는 것도 어렵다. 매번 아내에게 사진을 찍어 보내며 확인하는 것도 일이다. 배송주문은 이러한 고민을 해결해줬다. 아내와 같이 고르고, 집에서 편하게 상품을 받을 수 있다.
자취를 하는 남미연(27세·여,가명)씨 동네에는 대형마트가 딱 하나 있는데 거리가 멀다. 자동차가 없는 남씨는 많은 양의 물건을 사서 들고 오기가 불편하다. 배송주문을 한 이후에는 걱정이 사라졌다. 이동시간은 물론, 대형마트 안에서 견뎌야 했던 소음과 인파로부터 벗어날 수 있어 좋다. 다양한 상품을 비교할 수 없어 아쉬운 부분은 있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25일 서울 플라자 호텔에서 사업전략 기자간담회를 열고 ‘전국 당일배송’ 시대를 연다는 포부를 밝혔다. 140개 모든 점포에 온라인 물류 기능을 도입하고, 창고형 할인점과 대형마트 강점을 합친 ‘홈플러스 스페셜’의 온라인 쇼핑몰도 시작해 창고형 할인점 시장에서도 전국 당일배송을 실시한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스페셜의 온라인 확장판인 ‘더 클럽’을 공개했다. 홈플러스의 창고형 매장 스페셜의 온라인몰로 대용량 직수입 상품부터 소용량 신선식품까지 갖추고 있다. 지난 6일에는 서울 전 지역 당일배송을 시작했다. 오후 4시 주문량까지 해당 상품을 그날 안에 배송 받을 수 있다.
롯데마트도 이달 ‘야간배송’ 서비스를 시작했다. 당일배송 서비스 마감시간을 20시로 늦추고, 당일배송 시간은 자정까지 확대했다. 앞서 롯데마트는 지난 6월 기존 16시에 마감되던 당일 배송서비스를 18시 30분까지 늘린 바 있다.
이로써 롯데마트는 하루 약 700여건의 주문량이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온라인 사업 확장에도 더욱 활기를 띨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야간배송 서비스는 현재 서부 수도권의 온라인 주문을 전담해 처리하고 있는 ‘롯데마트몰 김포센터’를 시작으로 점차 확대 운영할 예정이다.
신세계그룹은 지난 6월부터 SSG닷컴을 통해 ‘새벽배송’을 실시하고 있다. 지난달 29일부터는 서울에서 경기도까지 서비스를 확대했다. 배송권역은 기존 서울 10개 구에서 경기 일부 지역을 포함한 17개 구로 넓히고, 일 배송물량 역시 3000건에서 5000건으로 늘렸다. 세 번째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인 ‘네오(NE.o)003’가 가동되면 새벽배송으로만 일일 1만 건을 처리할 전망이다.
실적 내리막…배송이 동아줄?
이 같은 대형마트 움직임은 지속되는 부진 속에서 빠져나오기 위함이다.
실제로 유통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 대형마트 3사의 올해 2분기 실적 전망이 비관적이다. 매출도, 영업이익도 급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마트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연결기준)이 적자 전환했다고 지난 9일 공시했다 1993년 서울 창동에 1호점을 낸 후 창립 26년 만에 처음으로 분기실적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2분기에 비해 영업이익이 832억원 줄어든 수준이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14.8% 증가한 4조 5810억원을 기록했고, 당기순손실도 266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롯데마트는 최근의 업황 부진과 온∙오프라인 간 출혈 경쟁 등의 여파로 최대 3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외국계인 홈플러스의 경우 분기 실적을 공개할 의무가 없어 정확한 2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확인할 수 없지만 호실적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추측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1인 및 맞벌이 가구가 늘면서 배송서비스에 대한 니즈(필요)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미 마켓컬리나 쿠팡에서 이를 증명했다”며 “온라인을 강화하고 있는 유통업계에서 배송서비스를 펼치는 건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계속 지적되는 있는 과대포장, 배송 제품 분실 등에 대한 문제점 등은 앞으로 유통업계가 풀어야할 숙제”라고 덧붙였다.
(CNB=김수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