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조선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던 서양화가 황술조의 회고전이 1939년 작고 후 80년 만에 처음으로 경주엑스포 솔거미술관에서 열리고 있어 주목받고 있다.
(재)문화엑스포(이사장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솔거미술관 제1, 2 기획전시실에서 ‘토수(土水) 황술조 – 작고 80주년 기념 회고전’을 9월 15일까지 연다고 밝혔다.
경북도와 경주시가 주최하고 경주세계문화엑스포와 (사)한국미술협회 경주지부가 주관하는 이 전시는 지금까지 주목받지 않았던 황술조의 활동을 발굴 정리하고 작품을 고찰하기 위해 기획했다. 6월25일 개막 후 8월4일까지 1만1천181명의 관람객이 다녀갈 정도로 큰 관심을 얻고 있다.
한국미술사에서 1930년대의 서양화는 관념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다양한 표현 방식을 받아들이는 시기였는데 황술조는 풍부한 표현적 수법과 토속적 소재, 독특한 해석 등이 잘 드러나는 작가로 높이 평가되고 있다.
제1 기획전시실에는 ‘계림풍경’, ‘여인’, ‘정물’, ‘구룡포소견’, ‘흑자(黑子)二 앉아있는 누드’ 등 유화 7점과 수채화 1점, 드로잉 1점 등 9점이 전시돼 있다.
제2 기획전시실에는 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사진집과 작품 복사본 40여점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1933년 조선중앙일보와 1938년 동아일보에 연재한 삽화를 처음으로 공개해 의미를 더한다.
이번 전시를 총괄한 박선영 한국미술협회 경주지회장은 “황술조 선생의 작품은 100여점에 이르지만 현재 소장처가 확실한 작품은 20여점에 불과하다”며 “이번 전시를 통해 더 많은 작품의 소장처가 밝혀지고 선생에 대한 심도 깊은 연구가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박선영 지회장은 또 “이 전시는 1939년 유작전 이후 최초의 회고전”이라며 “경주 근현대미술을 이끈 선각자이자, 경주의 고적을 연구하는 학자이자, 암울했던 식민지 조선의 실천하는 화가였던 그의 삶을 재조명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1904년 경주에서 태어난 황술조는 계림보통학교와 서울 양정고등보통학교를 마치고 일본으로 건너가 동경미술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했다. 귀국 후 개성상업학교, 호수돈여학교 교사로 재직하며 작가생활을 시작했다. 민족적 이념을 내세운 재야 서양화가단체인 목일회 등에서 활약했다. 1936년 고향인 경주로 내려와 경주고적보존회 상임고문을 맡는 등 우리나라의 고미술에 심취했으며 다도와 조경에도 조예가 깊었다. 1939년 35세를 일기로 타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