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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병두의 세상읽기] 아베는 ‘경제적 동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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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구병두기자 |  2019.08.01 09:14:43

‘최후통첩 게임(ultimatum game)’이란 경제학 실험을 게임 형식으로 제시한 것으로, 첫 번째 사람에게 일정한 돈을 주고 두 번째 사람과 나누도록 하는데, 두 번째 사람은 첫 번째 사람의 제안을 수락할 수도 있고 거절할 수도 있다.

제안을 받아들이면 제안된 금액대로 두 사람이 나누어 가지지만 첫 번째 사람이 제안한 금액을 두 번째 사람이 거절하면 두 사람 모두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조건이 부여된 게임이다. 또한 게임은 단 한 번만 시행된다.

최후통첩 게임에서 합리적인 결정은 제안된 몫에 상관없이 상대의 제안을 수락하는 것이다.

즉, 인간은 합리적인 선택을 한다는 경제학적 관점에서 최후통첩 게임의 결과를 생각한다면 몫을 제안 받은 두 번째 사람의 입장에서는 어떤 제안도 거절할 이유가 없다.

그러나 몫을 제안하는 첫 번째 사람들은 대부분 30~40%에 해당하는 금액을 상대방에게 건네주었고, 제안된 금액이 20% 미만일 경우에는 두 번째 사람은 제안을 거부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제안을 거절할 경우, 두 사람 모두 돈을 한 푼도 받지 못하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사실을 알지만 사람들은 제안이 불공정하다고 판단하게 되는 경우 경제적인 이익을 포기하면서도 제안을 거절한다.

몫의 40~50%에 해당하는 금액을 나누어 주는 경향성은 처음 제시된 돈의 금액을 여러 번 변화시켰을 때도 일관성 있게 유지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결과는 인간이 합리적이지 않은 결정을 내리긴 하지만 단순히 경제적인 이득만을 챙기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이익이나 공정성도 염두에 둔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고전경제학이론에서는 사람들이 합리적이며 부(富)를 극대화한다고 가정한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최후통첩 게임에 참여한 사람들 대부분은 낮은 금액의 분배 제안에 불공평하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상대방에게 만만한 사람으로 보이는 것보다는 불공정한 적은 금액을 포기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한국대학생진보연합 학생들이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욱일기와 아베 총리 사진을 불태우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본능’과 ‘경제’의 경계

최후통첩 게임은 1982년 독일의 경제학자 베르너 귀트(Werner Güth)가 고안한 것이다. 이러한 최후통첩 게임은 만물의 영장인 인간들뿐만 아니라 하찮은 동물에게도 적용된다는 재미있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영장류학자 프란스 드 봐알(Frans de Waal)은 행동경제학자의 최후통첩 게임을 흰목꼬리감기원숭이에게 실험해보았다. 흰목꼬리감기원숭이 두 마리를 인접한 두 개의 우리에 각각 넣고 서로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볼 수 있게 하였다. 드 봐알과 그의 동료들은 각각의 우리 안에 돌멩이를 넣고, 원숭이들이 그 돌을 건네주도록 훈련시켰다. 원숭이가 한 개의 돌을 건넬 때마다 그 대가로 처음에는 오이 한 조각을 주었다. 두 원숭이는 오이를 매우 좋아하며 행복하게 먹었다.

몇 차례 진행한 뒤, 드 봐알은 이번에는 보상을 달리하였다. 첫 번째 원숭이가 돌을 주면 그 보상으로 포도를 주었다. 포도는 오이보다 훨씬 맛있다는 걸 원숭이들도 안다.

하지만 두 번째 원숭이가 돌을 건네면 계속해서 오이 한 조각을 주었다. 전에는 오이를 받아들고 좋아했던 두 번째 원숭이가 이번에는 심통을 부렸다. 녀석은 오이를 받아들고 잠시 동안 믿기지 않는 듯 들여다보더니 화가 나서 그것을 과학자들에게 던졌고, 괴성을 지르며 분을 참지 못했다. 행동경제학자들의 최후통첩 게임을 통해 하찮은 영장류와 만물의 영장인 인간의 공통점 하나를 발견한다. 그것은 상대방의 제안이 불공정할 때 거절한다는 사실이다.

상품 가격 또한 실질적인 최후통첩 게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판매자는 생산원가와 거래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계산하여 구매자에게 가격을 제시한다. 구매자는 판매자가 제시한 금액을 보고 그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공정한지를 판단한다. 상품 가격이 공정하다고 생각될 경우 구매자는 상품을 구매하지만, 상품 가격이 불공정할 경우 구매를 거절한다.

고전경제학이론에서는 인간을 ‘경제적 동물’이라고 표현하는 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러나 행동경제학의 최후통첩 게임에서 알 수 있듯이 인간들은 경제적 논리에 따르기보다는 오히려 인간적인 사회적 논리와 감정에 따라 판단하고 행동하는 게 아닌가싶다. 일본 아베도 새겨들었으면 한다.


* 구병두(건국대학교 교육대학원 교수, (사)한국빅데이터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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