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 주요 그룹은 시가총액이 줄어드는 곳이 더 많았다. 하지만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실제 이달 들어 전반적인 반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하반기에 10대 그룹 주가는 어떤 흐름을 보일까. (CNB=손정호 기자)
금리인하 기대감에 반짝 랠리
10대그룹 시총 일제히 증가세
미중무역전쟁·북미대화 등 변수
올해 하반기 증시가 상승하면서, 10대 그룹의 시가총액 규모가 커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의하면, 자산총액 상위 10대 그룹의 시가총액은 5월 말 기준 765조1557억원이었다. 작년 마지막 거래일(12월 28일 종가 기준)과 비교해 2.2%(16조4062억원) 늘었다.
10대 그룹 중 시총이 증가한 건 삼성, LG, 현대자동차그룹 3곳에 불과했지만, 이 3개의 그룹이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전체로 보면 성장세를 기록한 것으로 풀이된다.
5월 말 기준 삼성의 시총은 384조5390억원이었다. 작년 말과 비교해서 4.25% 증가했다. 삼성(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등)은 10대 그룹 전체 시총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계열사 중 호텔신라(23.66%), 제일기획(17.3%), 삼성증권(12.22%), 삼성전자(9.82%) 등을 중심으로 성장했다.
현대자동차그룹(현대건설, 현대제철, 현대차증권 등)은 9.68%나 덩치가 커졌다. 이 시기에 79조4382억원에서 87조1314억원으로 증가했다. 현대글로비스(25.97%), 기아자동차(16.77%), 현대자동차(13.5%) 등의 증가폭이 컸다.
LG도 시총 증가대열에 올랐다. LG그룹(LG생활건강, LG유플러스, LG디스플레이 등)은 이 시기 규모가 4.16% 성장했다. 82조1656억원에서 85조5848억원으로 커졌다. 실리콘웍스(26.16%), LG전자(25.97%)의 증가율이 돋보였다.
7개 그룹의 시총은 감소했다. SK그룹(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이노베이션 등)은 109조1822억원에서 107조4607억원으로 1.58%, 포스코그룹(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ICT 등)은 28조3845억원에서 27조3231억원으로 3.74% 줄어들었다.
롯데, 현대중공업, GS, 한화, 신세계그룹도 시총 규모가 작아졌다. 이 기간에 롯데그룹(롯데지주, 롯데제과, 롯데푸드, 롯데쇼핑 등)은 11.48%(27조2894억원→24조1571억원), 현대중공업그룹(한국조선해양, 현대건설기계 등)은 10.11%(18조4192억원→16조5570억원), GS그룹(GS건설, GS리테일, GS홈쇼핑 등)은 7.08%(12조8924억원→11조9790억원) 작아졌다.
한화그룹(한화생명, 한화갤러리아, 한화케미칼 등) 13.3%(12조8924억원→10조5904억원), 신세계그룹(신세계, 이마트, 신세계푸드 등) 0.71%(9조9053억원→9조8352억원)도 감소했다.
하지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의 최근 금리인하 시사 발언 이후 10대 그룹을 비롯한 주요기업의 주가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5월말 기준 코스피는 2041.74포인트였는데 이후 꾸준히 상승해 현재 2094.15(17일 종가기준)를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10대 그룹(지주사 기준)의 시가총액도 지난달 말에 비해 평균 1.97% 가량 상승했다.
금리 인하, 주가 상승 동력될까
하반기 주가는 어떤 흐름을 보일까. 미국과 한국의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조금씩 퍼지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면서 자국 내 경기침체를 우려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올해 1~2번 정도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연준은 작년 4번에 걸쳐 금리를 올렸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2.25~2.50% 수준이다. 월스트리트저널에 의하면, 경제전문가들(설문 응답자 40%)은 연준이 오는 7월 30~31일 열리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통해 금리를 내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 기준금리(평균)가 올해 말 2.12%, 내년 말 1.96%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국의 기준금리도 인하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은행은 그동안 금리 인하에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주열 총재가 창립 69주년 기념식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는 발언을 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효자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악화되는 등 경제지표가 부진해진 것에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금리를 인하하면 돈을 은행에 맡기기보다 증시 등 다른 투자처로 이동시키는 경향이 생긴다. 이 경우 주식 투자수요가 늘면서 주가가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아울러 한반도 리스크가 약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주가 상승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서 “매우 멋있는 친서를 받았다”고 밝혔다. 한반도 리스크가 완화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다시 생기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CNB에 “미국 연준이 실제로 금리를 인하할지는 아직 조금 더 지켜봐야 한다”며 “미중 무역분쟁의 해결 정도에 따라서 하반기 코스피는 2000~2300선을 오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