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개의 머리를 가진 여인’은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이론가이기도 한 막스 에른스트가 콜라주 소설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내세우면서 1929년에 발표한 작품이다. 전부 147개의 도판, 전체 9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에른스트 자신이 ‘콜라주’라는 방법을 발견한 것을 본격적으로 실천에 옮긴 것이라 할 수 있다. 그 실험은 삽화가 들어가 있는 옛날 책이나 박물도감 혹은 상품 카탈로그 등 기존의 책의 도판을 임의로 잘라내서 다시 붙이는 작업에서 인쇄 가능한 회화의 작품을 만들어낸다는 것.
이 책의 서사는 마치 꿈속에서처럼 공간적, 시간적 연속성을 갖지도 않으며, 논리적이거나 묘사적이지도 않기 때문에 하나의 이야기로 구성하기 어렵다. 독자들은 반복되는 동일한 모티브, 이미지들의 연쇄, 그리고 짧은 텍스트의 관계 등을 살피며 자신만의 연결고리를 찾아야만 한다.
프랑스의 시인이자 미술 이론가인 앙드레 브르통은 책의 서문에서 이 책을 읽는(혹은 보는) 일에 대해 다음과 같이 비유했다. “우리들 각자에게 고유한 진실은 다른 모든 사람에게서 한 조각을 재빨리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되는, 그것도 전에 본 적도 없는 조각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가져와야 하는, 일종의 직소 퍼즐 같은 것이다.” 이 책에서는 의심스럽거나 확실한 것으로 쓰이나 보이는 모든 것들이 독자들에게 기묘한 접촉의 힘을 행사한다.
막스 에른스트 지음, 이두희 옮김 / 1만 9000원 / 이모션북스 펴냄 / 33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