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군 휴천면 엄천강변 운서마을에 귀농한 유진국씨가 17년간의 귀농일기를 모아 수필집 ‘흐뭇’을 펴내 화제다.
유 씨는 수원에서 아내와 함께 학원과 어린이 영어전문 서점을 운영하다 2002년 당시 초등생이던 두 아들과 20여 가구가 오순도순 살고 있는 휴천면 운서마을 엄천골로 귀농하고 17년간 틈틈이 귀농일기를 써왔다.
SNS에 올린 그의 귀농일기가 전문 출판인의 눈에 띄어 책을 출판하게 되었는데, SNS상에서도 글이 재밌다는 반응을 얻어 이미 독자도 상당하다.
유 씨는 마음가는대로 무작정 귀농해 초기에는 농부로 살아남기 위해 전·답 등 6필지 8,184㎡의 농지를 관리하며 토종벌도 치고, 된장도 만들고, 벼농사 알밤농사 등등 안 해본 농사가 없을 정도였지만 수업료만 톡톡히 내고 연달아 실패의 쓴맛을 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곶감을 만들어 팔면 술도 한잔할 수 있다는 이웃 어르신의 꼬임에 빠져 십 수 년째 곶감을 만들고 있다는데, 십여년의 시행착오 끝에 지금은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곶감을 만들고 있다.
출판사에서 책을 내자는 제안을 받고 에피소드를 쓴 ‘머리말’과 ‘오천 원어치의 봄’‘고객님 당황하셨어요?’‘아내는 샘물 같은 여자’‘아부지, 뒤에 곰!’‘똥고집 부리다가’‘바보 농부 이야기’‘사랑이 영농일기’ 등 7개의 챕터로 나눠 ㈜올림 출판사에서 207페이지에 걸쳐 발행했으며, 전원일기를 시골의 한가로움과 정겨운 풍경이 느껴지는 흐뭇한 문체로 풀어놓고 있다.
친구에게 들려주듯 하는 일기를 읽다보면 도시생활을 접고 귀농을 꿈꾸는 이들이 주의할 점, 가족·건강 등 귀농이 가져다주는 즐거움은 덤으로 알게 된다.
이웃 할머니들과 같이 감을 깎고 곶감을 만들며 힘들었던 이야기, 엄천골 이웃들과 같이 지리산 등반을 하고 천렵을 하며 즐거웠던 에피소드, 무유황 곶감을 고집하다 낙상사고로 고생했던 이야기, 민박 손님들과 웃겼던 이야기, 기계치이지만 용감하게 농업용 포크레인 운전까지 도전한 후기 등등 책을 읽다보면 저절로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고 생생하다.
유진국 씨는 “노력하고 고생한 끝에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처럼 봄에는 이웃과 산과 들에 다니고 여름에는 민박 치며 가을·겨울에는 곶감을 만드는 어엿한 ‘함양 농부’가 됐다”며 “맨땅에 헤딩하듯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귀농했기에 메말랐던 내 인생의 절반을 자연 속에서 보낼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이어 “이 책이 자연에 관심 있는 많은 도시민을 귀농으로 이끌고 도농이 상생하는 더불어 행복한 사회 만드는 데 일조했으면 좋겠다”며 사람 좋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