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게임업계 종사자와 유저들을 위한 개발자컨퍼런스를 열었다. 봄이 한참 무르익은 판교 거리가 게임을 사랑하는 유저들로 넘쳐났다. 이들은 서로의 지식을 공유하며 미래에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 꿈을 꾸었다. 아트작품을 바라보며 웃음을 흘렸다. 그 현장을 그려봤다. (CNB=손정호 기자)
‘마비노기’ 개발자 스피치로 서막 열어
프로그래밍‧빅데이터…다양한 지식공유
아트전시회‧거리공연…체험거리 ‘풍성’
“‘마비노기’는 전설을 토대로 만든 게임입니다. 할머니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시는 것처럼 우리의 처음에 대해 말하려고 해요. 다음 세대의 게임 개발을 위해서죠.” (김동건 넥슨 데브캣스튜디오 총괄프로듀서)
회의이자 놀이인 ‘큰 축제’가 열렸다. 게임업계의 지식공유 행사인 ‘넥슨개발자컨퍼런스(Nexon Developer Conference, NDC)’가 지난 24~26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판교로의 넥슨 사옥 일대(경기창조혁신센터, GB1타워 등)에서 열렸다. 꿈이 현실로 살아나는 시간이었다.
NDC 행사를 알리는 노란색 플랜카드가 곳곳에 걸렸다. 4월의 따뜻한 바람 속에 간간히 벚꽃이 날렸고, 사람들은 상기된 표정으로 축제를 즐겼다.
키노트 스피치(행사의 시작을 알리는 기조강연)는 넥슨의 7개 스튜디오 중 하나인 데브캣스튜디오의 김동건 총괄프로듀서가 맡았다. 강연을 시작하기 30분 전부터 경기창조경제혁신센터 지하1층에는 사람들이 100m나 길게 줄을 섰다. 게임 속에서 방금 튀어나온 캐릭터처럼 코스튬 플레이(캐릭터와 비슷한 의상을 입는 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눈에 띄었다.
김 프로듀서는 히트작인 ‘마비노기’ ‘마비노기 영웅전’의 개발 스토리를 들려줬다. 검정색 가죽자켓을 입은 그가 무대에 모습을 드러내자 행사장을 가득 메운 1000여명의 사람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마치 교주나 록스타를 맞이하는 사람들 같았다.
그는 “젊었을 때 제출했던 첫번째 보고서의 이름이 ‘마비노기가 뭐야’였다”며 “‘마비노기’의 전설이 미래로 연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젊은 열정으로 시작했던 이 일이 현재의 넥슨을 있게 한 힘이라고 강조했다.
김 프로듀서는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어하지만 내성적이라 힘들어 하는 사람들을 위한 게임을 만들어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다”며 “이런 마음으로 동료들과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3D 기술이 흔하지 않던 시절에 플레이어가 아바타와 일체감을 느낄 수 있도록 만드는 등 도전에 도전을 거듭했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양한 강연이 총 5개의 장소에서 오전, 오후 동안 계속 이어졌다. 게임기획, 프로그래밍, 스토리텔링, 비쥬얼아트, 사운드, 마케팅 등 실무자들에게 필요한 지식 위주로 꾸며졌다.
넥슨 인텔리전스랩스, 엔씨소프트 게임AI랩 등에서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의 신기술을 담당하는 전문가들이 나섰다. 게임빌, 크래프톤, 펍지, 데브씨스터즈, 캡콤 등 많은 게임사에서 일하는 사람들도 강연자로 무대에 섰다.
김민석 크래프톤 크리에이티브디렉터는 CNB에 “다양한 주제를 다루면서 실전의 경험 위주로 강연을 한다”며 “게임을 기획하고 만드는데 실제로 도움이 되기 때문에 몇 년째 계속 찾고 있다”고 말했다. 굉장히 전문적이고 실용적인 컨퍼런스라는 얘기로 들렸다.
게임 속 캐릭터, 아트작품․책으로 튀어나와
이번 NDC에서는 게임 속 캐릭터를 아트작품으로 만날 수 있는 전시회도 열렸다.
넥슨 사옥 1층의 전시공간에서는 다양한 비쥬얼 아티스트들의 현실감 넘치는 작품들이 유저들을 맞았다. 방금 전투를 마치고 나온 듯한 전사, 궁전에서 살다가 소풍을 나온 공주 등 다양한 캐릭터들이 팬을 만났다. ‘듀랑고’ ‘메이플스토리’ ‘마비노기’ 속 주인공들을 비롯해 습작단계의 컨셉트 원화들도 전시됐다.
미공개 작품인 ‘드래곤 하운드’를 증강현실(AR, Augmented Reality) 기술을 활용해 소개하는 코너도 마련했다. 이곳의 태블릿PC를 들고 AR 장치가 마련된 공간으로 들어가면, ‘드래곤 하운드’ 속 용이 날아가는 장면을 체험할 수 있다.
3D 인터랙션 작품도 발길을 잡았다. 작은 모니터 속에 빨간머리의 통통하고 아름다운 소녀가 앉아 있다. 식탁에는 밥과 고기, 채소, 음료수 등이 차려져 있다. 3D 음식 이미지를 손으로 터치하면, 소녀가 움직여 음식을 맛있게 먹는다. 잠시 소녀와 함께 데이트를 하는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2층에는 넥슨의 발자취를 볼 수 있는 책이 있었다. ‘NDC 아트북’이다. ‘마비노기 영웅전’ ‘야생의땅: 듀랑고’ ‘카트라이더’ ‘피파 온라인’ ‘트리 오브 세이비어’ ‘아틀란티카’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 등 게임 캐릭터와 아트워크를 책을 통해 살펴볼 수 있었다.
외부공간에서도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었다. GB1타워 1층의 ‘NDC 플레이존’은 추억의 게임을 할 수 있게 꾸민 공간이었다. 갤러그, 메탈슬러그, 버블보블, 스트리트파이터, 테트리스, 킹오브파이터 등이다. 커다란 회색 게임기 앞에 앉아서 친구들과 삼삼오오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길거리공연도 매력포인트였다. 넥슨 사옥 앞의 야외 특설무대에는 퓨전밴드 두번째달, 넥슨의 직장인밴드 ‘더놀자밴드’, 음악레이블 ‘네코드(NECORD)’의 게임음악 연주가 울려퍼졌다. 기자가 찾은 24일에는 두번째달이 ‘마비노기’ ‘린: 더 라이트브링어’의 음악을 새롭게 편곡해 들려줬다. 잠시 눈을 감으면, 게임 속 환상세계로 들어갈 수 있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