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록밴드 퀸과 리드싱어 프레디 머큐리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부분 삭제된 채로 중국에서 개봉됐다.
CNN에 따르면 지난 22일 중국 영화팬들에게 선보인 보헤미엄 랩소디는 남자들이 키스하는 것을 포함해 모두 6개 장면이 누락돼 있었다. 삭제된 분량은 2분 정도다.
편집은 TV 라이브 공연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시작됐다. TV카메라가 머큐리의 요란한 엉덩이 움직임에 줌인을 하자 프로듀서가 화를 내는 장면이다. 중국어판에선 그의 가랑이가 언뜻 비친 뒤 프로듀서가 지켜보던 TV화면이 갑자기 흐려졌다.
1977년부터 1986년까지 매니저로 활동했던 남자친구 폴 프레트너가 머큐리에게 입을 맞추는 장면도 중국어판에선 찾아볼 수 없다.
또 머큐리의 오랜 연인이었던 메리가 남성인지 여성인지를 따지고 그가 “난 양성애자라고 생각해”라고 말하자 메리가 “아냐, 프레디, 넌 게이야”라고 대꾸하는 장면도 삭제됐다.
퀸의 드러머인 로저 테일러가 머큐리의 새로운 헤어스타일을 보곤 “게이였어?”고 말하는 장면도 빠져 있었다. 중국어판에선 이상하다는 테일러의 표정만을 비춘 뒤 다음 장면으로 넘어간다.
원래 버전에서 술에 취한 머큐리가 손수 마련한 파티에서 서빙을 하고 있던 짐 허튼을 더듬는 장면이 있다. 중국어판에선 이 장면이 삭제된 탓에 후반부에 짐이 등장하면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 수밖에 없는 플롯의 공백을 남기고 말았다. 나중에 둘이 키스하는 장면도 사라졌다.
후반부에선 머큐리가 뮤직 비디오 ‘난 자유롭게 살고 싶어(I Want To Break Free)’를 촬영하는 현장에 여자 옷을 입고 나타난 장면에서 자행됐다. 뮤직 비디오는 통째로 빠졌으며, 비디오의 방영을 거절한 MTV측에 격한 반응을 보이는 장면이 바로 이어지고 있다. 관객들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 편집이다.
CNN은 다만 이런 검열과 몇군데의 오역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관객들이 머큐리의 성적 정체성을 짐작하기는 어렵지 않다고 평했다. 머큐리가 짐 허튼의 손을 잡고 부모 앞에서 커밍아웃을 하는 장면이 살아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