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석밥, 햄버거, 샌드위치, 고추장·된장, 빵, 아이스크림, 커피 등 식음료 제품들의 가격이 줄줄이 오르고 있다. 해당 기업들은 인건비·재료비 상승 등이 인상 이유라지만,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월급만 빼고 다 오른다”는 불만이 나온다. CNB가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CNB=이동근 기자)
경기불황에도 먹거리 제품 가격 ‘쑥쑥’
원가상승→가격상승→매출저하 ‘악순환’
기업들 “각종 비용 올라 어쩔 수 없어”
작년 말부터 식음료 제품 가격이 계속 오르고 있다.
지난해 말 농심은 출고가격 기준으로 ‘새우깡’은 6.3%, ‘양파링·꿀꽈배기·자갈치·조청유과’ 6.1%, ‘프레첼’ 7.4%를 올렸다. 엔제리너스는 커피 가격을 평균 2.7% 인상했다. 롯데리아는 전체 판매 제품 중 버거 11종에 대해 판매 가격을 평균 2.2% 인상했으며, 버거킹은 배송 서비스 메뉴 가격을 200원씩 인상했다. 한국야쿠르트도 방문 판매 우유 12종 가운데 4종 제품을 평균 3% 인상했으며 푸르밀도 일부 가공 우유 가격을 25% 올렸다.
1월에는 빙그레 ‘바나나맛우유’가 8.0% 인상했고, CJ푸드빌 뚜레쥬르가 전체 품목의 14%인 약 90개 품목의 소비자 가격을 7% 인상했다.
2월에는 맥도날드 햄버거가 2월부터 버거 6종, 아침 메뉴 5종, 사이드 및 디저트 5종, 음료 2종, 해피밀 5종 등 23개 메뉴의 가격을 2.4% 인상했고, 써브웨이는 18개 샌드위치 제품 가격을 200~300원씩 인상했다. 햄 샌드위치 30㎝는 8400원에서 8600원으로, 미트볼 샌드위치 30㎝는 8700원에서 9000원으로 올랐다.
또 CJ제일제당의 ‘햇반 210g’이 소비자가 기준 1480원에서 1600원으로 8.1%(120원), ‘컵반 스팸마요덮밥’은 2980원에서 3180원으로, 어묵과 맛살 가격은 각각 평균 7.6%, 6.8% 인상되며 고추장과 된장 등 장류는 평균 7%, 다시다는 평균 9% 인상된다.
SPC 파리바게트 제품들은 3월부터 평균 5.0% 올랐다. 오르는 품목은 833개 품목 중 73개 품목(8.8%)이다. 세부 항목으로는 빵류 42품목(6.2%), 케이크류 20품목(4.6%), 샌드위치류 5품목(9.0%), 선물류 6품목(5.2%) 등이다.
4월부터는 롯데 계열 아이스크림 일부가 약 20%씩 오른다.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월드콘’, ‘설레임(밀크)’의 권장 소비자가격이 1500원에서 1800원으로 20% 오르고, 롯데푸드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구구콘’, ‘돼지콘’의 권장 소비자가격이 기존 1500원에서 1800원으로 20% 인상된다.
대상은 고추장과 된장, 감치미, 맛소금, 액젓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이 6~9% 인상된다. 고추장은 평균 7.1%, 된장은 평균 6.1%, 감치미 평균 9%, 기타 맛소금과 액젓도 각각 평균 7.4%, 9.2%씩 오른다.
공식적으로 가격 인상안을 내지는 않았지만, 신제품을 리뉴얼 출시하며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도 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 코리아는 2월 크림 크런치 라떼를 톨 사이즈 기준 6100원에 출시했는데, 사실 이 제품은 지난해 5800원에 판매한 슈크림 라떼를 리뉴얼한 것이다.
지난해부터 살피면 가격을 인상한 음·식료 업체들은 더 많다. 지난해부터 보면 교촌치킨(배달료 공식화), 남양유업, 도미노피자, 미스터피자, 삼양식품, 서울우유, 아웃백스테이크, 커피빈, BBQ 등(이상 가나다순)이어서 가격을 올리지 않은 업체들을 찾기가 오히려 어렵다.
소비자단체 “재료값 내렸는데도 인상”
이처럼 주요 가격 인상이 이어지는 것에 대해 소비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다. 특히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는 지난달 성명서를 통해 “업체들이 원가 인상 대비 과도한 수준의 가격을 인상하고 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협의회 측에 따르면 CJ제일제당 어묵·맛살의 경우, 원재료인 연육 가격이 2015년 대비 2018년 3분기 14.9% 하락에도 불구하고 최대 7.2% 가격 인상했고, 지난해 말 왕뚜껑 9.5%, 비빔면 4.7% 가격을 인상한 팔도의 최근 5개년 재무현황을 보면, 2013년 대비 2017년 매출원가율은 8.1%P 하락했다.
또 한국야쿠르트는 지난 8월 낙농진흥회에서 원유가격을 4원 인상한 것을 반영해서 방문판매 우유를 최대 5.6%까지 인상했지만 2016년과 2017년 원유가격 하락 시에는 이를 전혀 반영하지 않았다. ‘가맹점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14개 품목의 가격을 평균 약 10% 인상한 이디야는 매출원가율 60%대, 영업이익률은 10%대를 꾸준히 유지하며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나타내고 있다.
써브웨이의 경우 주재료인 토마토, 오이, 양파, 치즈, 햄, 번스(빵) 등의 가격이 2017년 대비 2018년에 하락했고, 롯데리아 역시 재무자료를 보면 매출원가율이 2016년 대비 2017년에 약 2%P 하락했다는 것이 협의회 측의 지적이다.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정부는 8일 이호승 기획재정부 1차관 주재로 정부서울청사에서 물가관계 차관회의 겸 혁신성장 전략점검회의를 갖고 가공식품 가격 안정을 위한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가공식품의 원가 분석 결과와 가격 정보를 공개한다고 밝혔다.
당시 이 차관은 “서민 생활과 밀접한 가공식품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 이후 2% 내외의 오름세를 보인다”며 “식품업계, 소비자단체 등과 협력해 가공식품 가격 안정을 위해 지속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부의 대책마련이 효과를 발휘할지에 대해 소비자들은 시큰둥한 반응이다. 지난해에도 가격 감시를 강화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큰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업계 “투자 비용도 고려해야”
업체들도 할 말은 있다는 분위기다. 한 번에 여러 업체가 가격을 올려 모두 가격 인상에 나서는 듯하지만, 몇 년 만에 가격을 올리는 경우도 있는데 소위 ‘도매금’으로 같이 취급받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대상의 경우 이번 가격 인상은 4년 만에 이뤄지는 것이다.
원재료비만 갖고 가격 인상에 대한 불합리성을 따지는 것은 억울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판매관리비, 인건비, 포장비용 등뿐 아니라 프렌차이즈의 경우 가게 임대료 인상까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최저임금의 경우 최저임금 대상자 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평균 임금이 오르는 점을 봐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포장비도 원가 상승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는 지적도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 안전 관련 기준이 높아지고 있어 이에 맞추기 위해 포장 관리를 철저하게 하다 보니 관련 설비에 예산을 적지 않게 반영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주요 제품의 가격 인상을 자제해 소비자 체감 물가 인상을 최소화 하는 업체들도 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의 경우 가장 많이 팔리는 아메리카노 커피의 가격 인상을 동결했고, 맥도날드는 ‘빅맥’, ‘맥스파이시 상하이 버거’, ‘맥올데이 세트’ 등의 가격을 인상 대상에서 뺐다. 또 대부분의 업체는 인상률을 한 자리수 이내로 맞추려 노력한 흔적을 보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A씨는 CNB에 “최근 연속해서 가격을 올리는 업체들은 이례적이기는 하지만 모든 업체들이 모든 제품 가격을 일시에 올리는 경우는 드물다”라며 “실제로 정가는 올렸지만, 대형마트나 온라인 할인 행사가 끊임없이 진행돼 가격 인상 효과가 그대로 반영되지도 않는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순히 나쁜 시선으로만 볼 것이 아니고, 제품 연구개발이나 마케팅 등 여러 가지에 투자된다는 점을 (소비자들이) 봐 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CNB=이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