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에 큰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도 빈센트 반 고흐의 이름과 그림 한두 점 정도는 눈에 익을 것이다. 정작 살아생전 그의 삶은 지독한 가난과 외로움, 거절의 연속이었다. 이 책은 반 고흐의 유년기부터 장례식이 치러진 그날 1890년 7월 29일까지의 삶 전체를 이야기 형식으로 풀어낸다.
기자 출신의 오스트리아 작가 슈테판 폴라첵이 반 고흐에 대한 전기 자료와 막대한 문화·역사·사상 관련 자료들로 그의 생애를 재창조했다. 슈테판 폴라첵은 주로 실제 예술가의 생애를 다룬 작품들을 발표했는데, 일상의 소소한 대화를 살려 이야기를 꾸려 나간다. 이 책 역시 반 고흐 삶의 주요 순간들을 주변 인물들과의 대화를 통해 풀어내며 그의 운명과 광기 그리고 정열을 전한다. 동생 테오와 주고받은 편지 또는 그의 그림에 대한 감상이나 평가를 중심으로 이해되던 반 고흐를 구체적인 서사 속에서 좀 더 가까이, 보다 인간적으로 읽어낸다.
사상과 예술 영역에서 수많은 대가를 배출한 풍요로운 시대였던 19세기의 풍광이 반 고흐가 파리에서 지냈던 시기를 생생하게 그린다. 에밀 졸라를 비롯해 툴루즈 로트렉, 폴 고갱, 세잔과 모네 등과 반 고흐의 대화에서 그들의 작품이 아닌 인격을 마주한다. 과학과 산업의 발달로 자본주의가 움트던 시절, 고된 노동으로도 배불리 먹지 못했던 수많은 민중들의 삶과 더불어 같이 신음하며 토해 낸 예술가들의 작품과 그들의 파란만장한 생애가 펼쳐진다.
슈테판 폴라첵 지음, 주랑 옮김 / 1만 5000원 / 이상북스 펴냄 / 40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