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 엘갤러리가 화려한 도시의 야경을 아크릴, LED 소재로 표현하는 구본석 작가의 개인전 ‘소멸하는 밤’을 1월 25일~2월 14일 연다. 자본주의 구조에 담긴 화려한 도시의 야경 속 감춰진 삶의 무게를 조명하는 이번 전시는 3년 만에 열리는 작가의 개인전이기도 하다.
작가는 “3자적 시점에서 바라본 도시의 모습에선 진실이 보이지 않는다”고 작품을 설명한다. 무수한 세포처럼 구성된 비즈(beads)작업 시리즈와 LED(Light-Emitting Diode) 시리즈들은 멀리서 바라보면 조감도의 도시 형상을 이루며 그 구조는 완벽해 보인다. 하지만 작업을 확대해 들어가면 알 수 없는 구성과 회로처럼 혹은 추상 회화적인 요소들처럼 비춰지는 작업적 요소들이 무형의 물성처럼 느껴져 공허함이 다가온다.
작가는 작가노트를 통해 “멀리서 바라보는 화려한 도시의 이미지가 왠지 모르게 허전하고 텅 빈 것처럼 느껴졌다”며 “캔버스에 메탈비즈를 붙여 만든 나의 작업도 도시의 어지러운 네온사인처럼 조금은 과잉된 화려함을 보여주려 했다. 관객들은 그 화려함에 매혹되겠지만 메탈비즈들의 모임일 뿐인 나의 작업은 밤의 화려함으로 어두운 모습들을 감추고 허망한 가치를 품고 있는 도시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는 투명아크릴에 도시의 불빛들을 직접 뚫고 LED박스에 설치해 시각적으로 좀 더 차갑고 모던한 도시의 모습들을 표현한다”며 “또한 뒤 배경에 거울을 사용해 환영적인 공간에 집중하고 있으며 두 개의 거울을 설치해 무한히 반복되는 도시의 이미지를 통해 도시의 허구성과 환영적인 측면을 연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번 전시는 그동안 작가의 작업 속 감춰져 있었던 삶의 이면들을 기록해 온 에세이 형식의 기록들도 함께 재구성해 보여준다. 프레임으로 구성된 별개의 작품들을 하나의 설치미술로 배치해, 하나의 제국 형태와 같이 표현한다. 또한 작가의 신작을 비롯해 그동안 작가가 해온 모든 형태의 작업들을 아카이브로 구성해 선보인다.
엘갤러리 측은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말했다. 이번 전시는 이 말을 작가의 작품을 통해 다시 한 번 되새긴다”며 “차가운 도시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해보길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