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독(구 한독약품)이 의료법을 위반하고 자사의 환자용 식품을 임상시험에서 치매예방 효능이 입증된 의약품인 것처럼 광고했으므로 행정처분을 내려야 한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왔다.

의사들의 모임인 바른의료연구소는 7일 “보건복지부에서 한독의 ‘수버네이드’ 광고가 의료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답변을 받았다”며 지방자치단체에 행정처분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연구소에 따르면 한독은 지난해 8월 경도인지장애 또는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를 위한 특수의료용도식품 수버네이드를 출시한 후, 다양한 매체를 통해 이 제품이 임상시험에서 치매 예방 효능이 입증된 의약품인 것처럼 광고했다.

한독 환자용 식품 ‘수버네이드’의 광고

그러다 지난 10월 열린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김상희 의원이 수버네이드의 의약품 오인 광고에 대해 지적하자, 류영진 식약처장은 “환자 영양조절 음식인데 마치 의약품으로 인식할 수 있겠다”고 답변했다.

이후 한독의 광고는 잠시 사라졌으나, 같은 해 12월부터 다시 동일한 광고가 게재되기 시작했다는 것이 연구소 측의 설명이다.

연구소는 지난해 12월20일 “의약품이 아니면서도 치매 예방에 효능이 입증된 것처럼 광고하는 것은 의약품 오인광고에 해당한다”는 내용의 민원을 보건복지부에 보냈고 “의료광고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자가 의료에 관한 광고를 하는 것은 의료법 제56조제1항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는 회신을 받았다.

연구소 측은 “이 조항을 위반한 자는 의료법 제89조에 따라 1년 이하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며 행정처분을 주장했다.

또 “지난 9월 의약품 오인광고 여부에 대해 식약처에 민원을 신청했다가 ‘제품 광고에는 특이 사항이나 부적절한 표현은 확인할 수 없다’는 회신을 받은 적이 있는데, 식약처장이 ‘환자들이 의약품으로 오인할 수 있다’고 했으니 이번에는 답변이 달라질 것”이라며 식약처에도 다시 민원을 신청했다고 덧붙였다.

연구소 관계자는 “유효성 및 안전성에 대한 엄정한 심사 없이 수입·제조업자의 신고만으로 시판이 가능한 특수의료용도식품에 불과함에도, 수버네이드를 마치 치매예방 효능이 입증된 의약품인 것처럼 광고하는 한독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왔다”며 “경도인지장애나 초기 치매 환자들이 수버네이드에 치매예방 효능이 있다고 믿고, 이 제품에 의지하다가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독 “의약품처럼 홍보한 적 없다. 광고는 잘못 나간 것”

한독 관계자는 연구소 측의 주장에 대해 “의약품처럼 홍보한 적이 없다”고 항변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의약품처럼 광고, 환자들이 치매 치료 대신 선택할 수 있도록 유도한 것이 아니라 의사들에게 제대로 된 상담을 받고 섭취하라고 권고하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는 “임상시험에서 치매 예방 효능이 입증된 의약품인 것처럼 광고한 것이 아니라, 실제 임상에서 해마 위축 등 CDR 치매 감정에서 어느 정도 효과를 봤다는 임상 결과가 나왔다는 것이지, 치매 치료 효과나 예방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 바는 없다”고 반박했다.

광고가 계속 게재되고 있다는 연구소의 주장에 대해서도 “실제로 광고가 노출된 것이 아니라 특정 매체 홈페이지에서 점검 중에 과거 광고의 URL(인터넷 주소)이 살아났을 뿐”이라며 “연구소 측이 해당 URL을 계속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우리도, 해당 매체에서도 접근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독 관계자는 “임상 진행한 것이 잘못은 아니지 않나. 일부 치매에 대한 효과가 있으니 의사들에게 제대로 된 상담을 받고 섭취하라고 권고하고 있을 뿐, 소비자 대상으로 (의약품처럼 홍보) 하는 것은 없다”며 “왜 문제를 제기하는지 잘 이해가 안간다”고 덧붙였다.

(CNB=이동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