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부산도시철도 2호선 전포역 내에 형제복지원 피해신고센터 ‘뚜벅뚜벅’ 개소식이 열렸다.
이날 형제복지원 피해신고센터가 열린 것은 지난 1987년 형제복지원이 폐쇄된 지 31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피해자들에 대한 진상 규명과 피해보상, 심리적 회복 등을 돕는 센터가 지자체 힘으로 처음 세워진 것에 첫걸음으로서 그 의미는 크다.
이날 개소식에 참여한 오거돈 부산시장은 “30년 동안 결코 감춰져서는 안 될 일이 감춰져 왔다. 저 자신도 부산시장으로서 다시 한번 여러분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전한다”며 “이 센터에서 피해자 여러분들에 대한 상담을 하고 여러 자료들을 수집하는 중요한 일을 한다고 알고 있다. 사건의 제대로 된 진상규명과 명예회복이 이뤄질 때까지 피해자 여러분들과 함께하겠다는 것을 다시 말씀드린다”라며 피해 보상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피해자들 앞에서 약속했다.
또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 위원장은 “오늘 오전 행안위에서 법안심사소위를 진행하고 있다. 이를 통과하면 전체 상임위로 회부된다”며 “우리도 목표한 것이 내일이 마지막 날인데 반드시 올해 안에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저희의 단기적 목표다. 정말 늦었지만 이렇게 진상규명을 위한 첫걸음을 시작한다. 더불어민주당도 뚜벅뚜벅 이름처럼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고 희생자와 유족의 명예가 제대로 회복되도록 쉬운 길은 아니지만 함께 걸어가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러나 형제복지원을 비롯한 ‘과거사 기본법 개정안’은 이날 오전 국회 상임위원회 법안소위를 넘지 못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과거사 기본법 7개 법안을 심의했지만 여야가 합의에 이르지 못해 의결하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측에 따르면 과거사 관련 법안이 물밀 듯 들어오는데 재촉해서 할 일이 아니라 충분한 자료를 검토해 심의해야 한다며 추가 심의를 요구한 것이다.
같은 시각 부산 전포역 내 뚜벅뚜벅 개소식 무대에 선 형제복지원 실종자·유가족 모임 대표 한종선씨는 담담하게 앞으로의 의지와 희망을 전했다.
개소식에서 한 대표는 “피해당사자들이 흩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꿋꿋하게, 멸시당하고 차별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이라 할지라도 무려 8년째 피해사실을 알리고 있다. 그러는 동안 오거돈 시장이 먼저 사과를 해주셨다. 이 사과가 부산시를 바꿔가고 대한민국을 바꿔가는 디딤돌이라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희가 해야 할 큰일들 중 어떻게든 살아남아 역사를 얘기해 바로잡고 앞으로 이런 일이 없게끔 하는 것이다. 오늘 법안소위가 열리고 내일 본회의가 열린다. 진상규명이 될 수 있는 법안이 꼭 통과되도록 시장님께서 도와주시고 시민 여러분께서 저희 피해 생존자들 차별하지 말아 주시고 위로해주길 부탁드린다”라고 말했다.
한편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은 지난 1975년부터 1987년까지 부산지역 복지시설에서 부랑인 단속이란 명분으로 민간인을 감금해 500명이 넘는 사람이 구타 등으로 숨진 사건이다. 피해 생존자 증언에 따르면 매일같이 강제노역과 폭행이 이어지며 철저히 인권유린을 당해왔지만 현재 아직 진상규명이 제대로 되지 않은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