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침체와 원재료 가격 상승 등으로 2018년 3분기까지 고전했던 식품업계가 최근 가격인상과 해외매출 회복에 힘입어 반등에 나서고 있다. 새해에도 제품가격을 올려 매출 하락을 방어할 심산이다. 이를 두고 소비자들의 비난도 커지고 있다. 식품업계는 새해에 기지개를 펼 수 있을까. (CNB=손정호 기자)
비용상승 맞서 제품가격 줄줄이 인상
수익에 긍정적, 소비자 눈총은 부담
오른 가격 정착되는 새해가 최대고비
2018년 주요 식품기업들은 경기침체가 길어지는데다 원가와 인건비 상승으로 수익이 하락했다. 사드 사태로 타격을 입은 중국시장도 좀체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지 않고 있다.
식품업계 1위인 CJ제일제당은 3분기 매출 4조9456억원, 영업이익 2562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매출은 12.1% 성장했지만, 영업이익이 1.5% 줄면서 주춤하는 모습을 보였다. CJ그룹의 다른 식품 계열사인 CJ프레시웨이(식자재 유통)도 수익성이 악화됐다. CJ프레시웨이는 매출(7043억원)은 6.4% 증가했지만, 영업이익(133억원)이 10.8% 줄었다.
식품소재를 많이 다루는 대상도 매출(7852억원)이 4.1% 줄었고, 영업이익(413억원)만 6.8% 성장했다.
제과업계 1위인 오리온도 실적이 감소했다. 오리온은 3분기 매출(4937억원), 영업이익(787억원)이 각각 5.4%, 0.03% 감소했다. 오리온은 중국 연매출만 ‘1조원’을 넘어서면서 국내 제과업계 1위로 올라섰지만, 2017년 중국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등 사드 직격탄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여파에서 점점 회복하고 있지만, 아직 예전 수준으로까지 복귀되지는 않은 것으로 풀이된다.
해태제과는 매출(2013억원)이 5% 감소했다. 영업이익(115억원)은 10.2% 증가했다.
라면업체들도 성적표가 좋지 않았다. 오뚜기는 매출(5796억원)이 2.7% 증가했지만, 영업이익(403억원)이 8.9% 감소했다. 농심은 매출(5660억원)과 영업이익(217억원)이 각각 0.95%, 30.6% 줄었다. 삼양식품은 매출(1101억원)이 1.6% 줄었지만, 영업이익(126억원)은 16.7% 성장했다.
일부기업은 그나마 선방했다. ‘파리바게트’를 계열사로 둔 SPC삼립은 3분기 매출(5508억원), 영업이익(106억원)이 각각 5.3%, 41.3% 증가했다. 롯데칠성음료는 매출(7893억원), 영업이익(383억원)이 각각 0.2%, 39.9% 늘었다. 동원F&B는 매출(7893억원), 영업이익(383억원)이 각각 7.8%, 28.4% 증가했다.
이처럼 식품업계 성적표가 초라한 배경에는 최저임금의 상승, 원재료 가격 인상,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감소 등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가격인상 기대 vs 소비자 비난 부담
하지만 식품업계는 새해에는 수익이 다소 나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기대는 최근들어 본격화된 제품 가격 인상에서 비롯됐다.
유가공 제품의 경우, 원유가가 올라가자 서울우유협동조합과 남양유업이 우유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SPC그룹 파리바게트도 우유 가격을 올렸고, 빙그레는 새해 초 우유 가격을 올릴 예정이다.
우유를 사용하는 아이스크림의 가격도 올라갔다. 롯데제과와 롯데리아, 해태제과가 일부 아이스크림 제품의 가격을 인상했다. 과자류 가격도 올랐다. 농심이 ‘새우깡’ 등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렸다.
프랜차이즈 업계도 가격을 올렸다. 롯데리아가 일부 품목의 가격을 올렸고, 미스터피자도 가격이 약간 인상됐다. 엔제리너스커피(롯데GRS 사업 브랜드 중 하나), 이디야커피도 가격이 일부 올랐다. BBQ도 가격 인상 행렬에 동참하고 나섰다.
식품업계의 이런 가격 인상 러시는 2018년 하반기부터 시작됐다. 따라서 이로 인한 매출과 영업이익 증대 효과는 4분기부터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케이프투자증권 조미진 연구원은 “4분기에는 가격인상 효과와 작년 동기 대비 기저효과로 식품업계 전체적으로 30%대의 성장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욕먹어도 내년만 버티자?
업계에서는 새해에는 제품 가격을 올리는 기업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원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몇 년 동안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은 기업들이 여럿인 만큼, 이들이 인상 러시에 동참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 입장에서는 원가와 인건비 상승 등이 겹치면서 더 이상 가격 인상을 미룰 수 없다는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팽배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는 생활물가 상승에 대한 반발심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식품소비를 줄이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제품만 구매하려 할 경우, 식품업계 전체 매출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CNB에 “한번 오른 가격이 정착되기까지는 통상 6개월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며 “따라서 제품가격이 줄줄이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 새해가 식품업계의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간편식 시장, 새 돌파구로 부상
한편 식품업계는 가격인상과 더불어 간편식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있다. 하루 다르게 시장이 성장하고 있기 때문.
최근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코엑스 푸드위크’에서는 가정간편식(HMR, Home Meal Replacement), 친환경(Eco-friendly) 등이 새해 식품업계 키워드로 선정됐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의하면 2015년 1조6000억원 규모였던 가정간편식 시장은 2017년 2조200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1인 가구의 증가와 함께 2년 만에 6000억원이나 시장의 파이가 커진 셈이다. 웰빙열풍을 타고 건강에 좋은 친환경 먹을거리에 대한 사회문화적 관심도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추세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CNB에 “식품업계 전반적으로 내수경기의 호재 요인이 보이지 않고 있다”며 “길어지고 있는 내수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새해에는 케어푸드 등 새로운 사업에 진출하는 경우가 늘 것으로 보인다. HMR의 성장세도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