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탐방로가 12월 16일부터 한 달간의 산불방지 입산통제 기간을 끝내고 다시 개방된다. 울긋불긋했던 단풍 옷을 벗고 하얀 눈으로 뒤덮인 설악을 즐기는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겨울산은 가을 산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지만 위험요소도 많아 반드시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 안전한 겨울 산행을 위해서는 추위와 바람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하는 만큼 방수·방풍의와 보온의류, 방한모, 보온장갑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또 기온이 떨어지면 배터리 방전이 빠르므로 휴대전화나 헤드랜턴용 예비(보조) 배터리 등 여분을 준비해야 하고 빙판과 눈길에 대비해 아이젠, 스패츠 등과 등산 스틱도 챙겨야 한다. 저체온증 예방을 위해 산행 중에는 땀을 많이 흘리지 않도록 가벼운 옷차림을, 휴식 중에는 두꺼운 옷차림으로 체온을 유지하여야 한다.

작년 한해 369만 여명이 설악산을 방문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수많은 인파가 몰려 각종 사건·사고가 발생하여 많은 요구조자들이 구조됐다.

겨울 산행 중에는 적설 등으로 등산로 식별이 어려워 길을 잃었을 때에는 왔던 길을 되돌아가는 것이 가장 현명하며 주변의 지형이나 휴대전화 어플 등을 이용하여 자신의 위치를 확인한 후에 이동해야 한다.

이마저도 어렵다면 신속하게 119로 조난 신고하여야 한다.

특히 겨울 산행 사고 발생에서 비 법정 등산로 산행(정규 등산로를 벗어나 입산통제구역으로 등산하는 행위) 중 발생한 사고는 요구조자의 위치 파악이 힘들고 현장 접근이 어렵고 안전시설 등이 없어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지난 10월 8일 17시 30분경 설악산 가리봉에서 장수대 방향으로 하산 도중 길을 잃어 조난되었다는 신고가 접수되었다. 이 지역은 산행 금지구역인 비법정 등산로이다. 또 이곳은 U자형 협곡으로 길을 잃게 될 경우 다른 길을 찾을 수 없고 급경사인 계곡을 따라 내려와야 하며 하산 중 실족 및 추락 가능성이 높은 지역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다행히 약 2시간여 만에 요구조자와 조우하였고 구조대원이 챙겨온 로프와 하강 장비를 이용하여 폭포만 4곳을 통과하는 등 총 6시간에 걸친 구조작업이 진행됐다.

이 경우는 다행히 조난자가 거동이 가능한 요구조자이어서 6시간이 걸렸지만 만약 거동이 불편한 환자였다면 훨씬 더 많은 시간이 소요되었을 것이고 휴대전화 불통지역이거나 비 또는 눈이 오는 등 악천후 상황이었다면 심리적 불안감과 저체온증 등으로 인하여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았다.

또 10월 28일에는 전일 불법 산행에 나선 산악회 회원 중 1명이 설악산 황철봉 인근 너덜지대에서 낙상으로 사망한 채 발견되었다. 이곳 또한 입산통제지역으로 산세가 험한 지역이다. 특히 이날은 강풍 및 강설로 구조작업에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구조 완료까지 이틀이 소요되었다.

이 밖에도 수많은 크고 작은 사고들이 정규 등산로를 벗어난 곳에서의 불법 산행 중 발생한다. 인터넷에 잠깐만 검색해도 불법 산행 후기 등 비 법정 등산로 정보를 손쉽게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산행이 결코 자랑이 아니며 본인의 생명을 담보로 한 목숨을 건 행위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강원지역 국립공원에서 지난 5년간 비법정탐방로를 산행하다 12명이 숨지고 25명이 부상을 입었다.

현재 국립공원 관리공단은 자연공원법 제28조에 의해 비 법정 등산로 산행 적발 시 5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고 있다.

모두가 경각심을 가지고 건전한 산행으로 본인의 안전과 생태계를 지키고 나아가 대한민국에 안전한 산행문화가 정착되기를 바란다.

인제소방서 구조대장 박정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