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해외시장 중 전통적인 텃밭으로 꼽히는 중동 지역의 수주가 주춤한 사이 베트남이 뜨고 있다. 대형사를 중심으로 플랜트, 인프라 공사를 따내며 해외수주의 새로운 ‘효자’로 자리 잡은 것. 베트남이 주목받는 이유를 들여다봤다. (CNB=손강훈 기자)
미국 vs 중동 갈등에 수주액 급감
‘성장가도’ 베트남, 대안으로 부상
대형사들 실적 견인할 ‘히든 카드’
베트남이 국내 건설사의 새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1일부터 이달 2일까지 국내 건설사들이 베트남에서 따낸 공사 수주액은 41억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 12억달러에 비해 3배 이상 증가했다.
이보다 많은 수주액을 기록한 나라는 아랍에미리트 뿐이다. 과거 해외수주의 많은 부분을 차지했던 사우디아라비아, 쿠웨이트, 이라크, 이란 등의 중동국가를 가뿐하게 앞섰다. 이 영향으로 아시아 수주액(147억달러)이 중동(86억달러)보다 60억달러 이상 많았다.
실제로 SK건설과 포스코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롯데건설 등이 올해 베트남에서 성과를 냈다.
SK건설은 지난 2월 베트남 최초 석유화학단지인 ‘롱손 석유화학단지 프로젝트’에서 에틸렌 플랜트 공사를 프랑스 회사 테크닙과 공동 수주했다. 규모는 20억달러 수준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6월 롱손 석유화학단지 항만공사와 저장탱크·배관 연결 공사를, 8월에는 Package L(부지조성) 공사를 계약했다. 삼성엔지니어링 역시 8월에 롱손석유화학이 발주한 플랜트(B HDPE·C PP) 공사를 따냈다.
롯데건설은 인프라 공사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8월 베트남 호치민 탄미로이 신도시에 지상 25층, 2개동 725가구의 아파트와 상업시설을 짓는 개발 사업을 푸끄엉그룹과 공동으로 투자하기로 했으며, 지난달에는 호치민 빈떤 지역에 상업시설 및 학교를 비롯한 아파트 3018세대, 대규모 판매시설(1만평)을 조성하는 사업의 MOU(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높은 경제성장률, 개발호재 풍부
베트남이 주목받는 원인은 ‘개발호재’ 때문이다. 현재 이곳은 개발 속도가 ‘경제 성장세’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베트남의 국내총생산(GDP) 경제성장률은 6.81%로 10년 만에 최고치였다. 올해도 6.7%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2% 중반대인 한국 GDP 경제성장률보다 3배 가까이 높다.
그럼에도 베트남의 도시화율은 30% 대에 머물러 있다. 인프라 공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유엔(UN)은 베트남의 도시화율이 2050년 60%로 뛰어오를 것으로 봤다. 해외건설협회 역시 올해 베트남 건설시장 규모를 작년 126억달러보다 늘어난 142억달러 내외로 추정했다.
이렇다보니 이미 베트남에서 사업을 진행 중인 건설사들은 성과가 계속 늘어나는 추세다. 증권업계는 ‘냐베 신도시’ 개발을 진행 중인 GS건설과 ‘하노이 스타레이크’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대우건설이 이 사업으로 상당한 수익을 거둘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또 다른 이유는 그동안 국내 건설사 해외수주의 상당부분을 차지했던 중동 지역의 약세로 풍선효과가 발생하고 있다. 중동발(發) 수주가 부진하자 성장 중인 베트남으로 몰린 것.
올해 중동 수주액은 86억달러(2일 기준)로 작년 105억달러보다 18.1% 줄었다. 중동 국가의 돈줄인 국제유가가 지난해보다 크게 올랐음에도 발주량을 줄였다. 작년 배럴당 50달러 언저리에 그쳤던 두바이유는 올해 최고 84.12달러(10월3일 종가기준)를 기록했으며, 현재도 배럴당 60달러 중반 이상을 유지하고 있다.
이는 미국의 대이란 제재 등 국제정세 혼란과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한 현금유동성 확보 때문에 중동 국가들이 지갑을 닫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더구나 최근들어 국제유가는 조금씩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내년에도 몸을 사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와 관련 한 대형사 관계자는 CNB에 “중동은 국제유가, 정치상황 등 외부 환경에 영향을 많이 받아 불확실성이 크다”며 “아시아 특히 베트남의 경우, 경제성장률이 높고 상대적으로 위험이 적은 인프라 중심의 사업이 많다보니 건설사들이 매력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