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휘청이고 있다. 코스피는 지난달 29일 1990대로 하락했다. 이후 소폭 반등했지만 여전히 2000대에 머물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되고, 미국 기준금리가 인상되면서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10대 상장사의 시가총액도 크게 줄었다. 1일 서울 중구 을지로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코스피지수가 계속 추락하면서 2000선 언저리를 맴돌고 있다. 미중 무역분쟁, 환율‧금리, 국제유가 등 글로벌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앞날이 안개속이다. 이 영향으로 우리나라 10대 기업의 시가총액도 연초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코스피 상위 10대 종목의 시총은 얼마나 증발했을까. (CNB=손정호 기자)
미중무역분쟁에 코스피 휘청
2000선 언저리 겨우 턱걸이
시총 10대기업 중 9곳 타격
코스피가 휘청이고 있다.
코스피는 올해 1월 29일(2598.19) 최고점을 보였다. 하지만 이후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 등 외부 리스크가 커지면서 줄곧 하락했다.
7월 2일에는 2300선이 무너졌다. 10월 11일에는 2200선이 붕괴됐고, 이후에도 계속 하락해 29일 1996.05로 주저앉았다. 코스피가 1990대로 떨어진 것은 2016년 12월 7일(1991.89) 이후 22개월만의 일이다.
특히 10월 한 달 동안을 비교했을 때 코스피는 큰 폭으로 하락했다. 10월 1일(2338.88)과 31일(2029.69)을 비교했을 때 13.2%p 추락했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추락하는 한국증시 대진단 정책토론회’에서 “10월 코스피 하락율은 글로벌 최하위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김 센터장은 “현재 코스피의 주가순자산비율(PER)은 7.7배로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낮다”며 “재벌 중심의 지배구조와 인색한 기업 배당, 반도체 등 특정업종 쏠림현상, 높은 중국 경제 의존도 등으로 타격이 컸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가운데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구조적 문제가 하락율을 키웠다는 얘기다.
▲코스피지수가 폭락하면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대장주인 삼성전자를 포함해 상위 10위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많이 줄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상위 10위 종목 중 9개 기업은 올해 연초 대비 10월 말 기준 95조1626억원의 시총이 사라졌다. 삼성 전광판 모습. (사진=연합뉴스)
10대기업 휘청… 앞날은?
이처럼 코스피가 크게 추락하면서, 우리나라 증시를 대표하는 기업들의 시총도 많이 감소했다.
CNB가 시총 상위 10개 기업의 시가총액을 올해 첫거래일인 1월2일과 지난 10월31일을 비교한 결과, 9곳(삼성전자, SK하이닉스, 삼성전자우, 셀트리온, 삼성바이오로직스, LG화학, 포스코, 현대자동차, 삼성물산)의 시총이 감소했으며, SK텔레콤만 소폭 증가했다.
대장주인 삼성전자 시총(10월 말)은 272조1793억원으로 연초(1월 2일) 대비 17.3% 줄었다. 현대자동차(10월 말 기준 시총 22조7556억원, 연초 대비 감소율 -30.8%), 포스코(22조4942억원, -23.8%), 삼성전자우(32조3047억원, -15.5%), LG화학(24조4955억원, -15.5%), 삼성물산(20조5813억원, -15.1%)도 시총 규모가 많이 줄었다.
SK하이닉스(49조6497억원, -1.9%), 셀트리온(27조2736억원, -1.5%), 삼성바이오로직스(25조6389억원, -0.5%)는 소폭 감소했다. 이 9개 기업의 사라진 시총 규모만 95조1626억원에 달한다.
10대 그룹 상장사들의 시총도 150조원 정도 줄었다. 재벌닷컴에 의하면 10월 26일 10대 그룹(94개 상장사) 시총(우선주 포함)은 811조2860억 원이다. 작년 말(12월 28일 기준) 시총 968조290억원에서 156조7430억원(16.2%) 사라진 셈이다.
그룹별로 살펴보면 같은 기간 삼성그룹의 시총은 514조2920억원에서 433조1140억원으로 81조1780억원(15.8%)이 증발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102조2400억원에서 76조2000억원으로 26조400억원(25.5%) 감소했다. SK그룹은 116조8860억원으로 작년 말보다 10조2920억원(8.1%) 작아졌다.
LG그룹(82조1310억원)은 작년 말보다 25조6620억원(23.8%) 줄었다. 롯데그룹(26조7440억원)은 2조4740억원(8.5%), 포스코그룹(30조6490억원)은 4조4660억원(12.7%), GS그룹(12조4580억원)은 3030억원(2.4%) 감소했다.
한화그룹(11조8750억원), 농협그룹(4조2580억원)도 각각 6조4010억원(35%), 5900억원(12.2%) 줄어들었다. 현대중공업그룹(16조9700억원)만 6630억원(4.1%) 증가했다.
메리츠종금증권 이승훈 연구원은 CNB에 “주가가 떨어지고 상장사들의 시가총액이 줄어들면 투자자들의 심리가 위축되면서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며 “한 번 2000선 밑으로 더 내려갈 수 있다고 본다. 하지만 코스피의 이런 하락세가 내년에도 지속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이달 말 G20 정상회의를 통해 미국과 중국 정상이 만날 예정이고, 이후 협상 여부에 따라서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거대한 하방요인이 천천히 해소되면서 외부의 불확실성 중 일부는 결국 해소될 것이라는 해석이다.
(CNB=손정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