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2000선 밑으로 무너졌다. 코스피는 지난달 29일 1996.05를 기록했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의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분쟁 심화의 영향으로 줄곧 하락하다가 2016년 12월 7일(1991.89) 이후 22개월만에 1990대로 내려앉았다. 올해 1월 코스피가 사상 최고를 기록한 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기 때문에 불안감이 큰 것으로 보인다.
코스피는 2007년 7월 처음으로 2000선을 돌파했다. 세계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8년 10월에는 938.75까지 하락한 적이 있다. 이후 천천히 회복해 2010년 12월 다시 2000선을 넘어섰다. 2011년 2200선을 넘었고, 제한적인 등락을 반복하다가 올해 1월 29일(2598.19)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올해 코스피가 다시 2000선 밑으로 하락한 이유는 무엇일까. 우리의 사드 배치 문제로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 기업을 외면한 영향에서 아직 다 벗어나지 못했는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사상 최대 규모의 관세 부과로 인한 무역위축이라는 악영향이 겹쳤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또 증권가에서는 올해 우리 기업들은 수익이 줄어드는 구조적인 싸이클에 접어든 상태라고 분석하기도 한다. 이런 하방요인들이 겹치면서 주가를 끌어내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가운데 연초 문재인 정부에서 발표한 원자력발전소 폐기정책, 높은 최저임금 인상률 등으로 인한 국내 불안이 높아진 점도 혼란을 키운 것으로 보인다. 원자력발전소 폐기와 신재생에너지 확대, 최저임금 인상은 좋은 목표다. 하지만 너무 먼 미래에나 잘 수용할 수 있는 정책을 너무 빨리 시행함으로써, 경제의 불확실성과 사회구성원들의 혼란을 키운 측면도 있어 보인다.
그러면서 남북, 북미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핵폐기와 UN의 대북제재 해제, 남북경제협력 재개와 확대라는 길을 걷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미국과 북한 사이의 입장 차이가 지속되면서 대북제재는 아직 해제되지 않았다. 남북 철도 연결 추진,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의 비무장화 등은 성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 등 기존 남북경협도 재개되지 않았다. 남북경협이 우리 기업의 실질적 이익이 되는 데에는 더 시간이 걸린다는 얘기다.
한반도 비핵화와 대북제재 해제, 남북경협 확대라는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는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게 맞아 보인다. 이는 대북 7대사업 독점권을 갖고 있는 현대그룹과 남북경협TF를 구성한 다른 기업들(건설, 철강, 은행, ICT 등)의 이익에도 부합하기 때문이다. 역사의 과오를 풀어간다는 점, 저성장 국면을 돌파할 수 있는 카드라는 점도 긍정적이다. 중국이라는 큰 시장을 우리 편으로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중요해 보인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미국의 이익은 지속적으로 개입될 것이다. 현재 미중 무역분쟁과 대북제재 지속 등도 결국 미국의 이익을 높이려는 계산 속에서 행해지는 것으로 풀이되기 때문이다.
이 시점에서 북한과 중국도 잘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서구사회의 민주주의, 자본주의를 받아들이는 게 자국민을 위해서 손해인지 이익인지에 대해서 말이다. 물론 미국이라는 1위 국가의 정치, 경제적 이익만을 위해서 움직이는 것은 불필요하겠지만,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경우 현실 공산주의가 낳은 여러 가지 폐해들, 그로 인한 자국민들의 고통이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북한이 변해야 한다. 그리고 이를 위한 치유의 시작, 또는 한 단계 더 발전하기 위한 시작점을 남북의 평화와 경제협력으로부터 찾는 게 현재로서는 합당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