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 마련된 ‘위대한 남북 궁궐 문화 유산전’을 찾은 시민들이 ‘올레드 AI 씽큐’ TV를 통해 문화유산 관련 영상을 시청하고 있다. (사진=선명규 기자)
개성 송악산에 있는 만월대가 서울 경복궁을 찾았다? LG전자와 문화재청은 3일까지 서울 종로구 경복궁에서 ‘위대한 남북 궁궐 문화유산전’을 연다. 고려시대 궁궐터 만월대와 훈민정음 혜례본 등 디지털 영상으로 구현된 남북한의 문화유산들을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다. LG전자는 ‘올레드 AI 씽큐’ TV 15대를 설치해 국내외 방문객들에게 한반도의 위대한 유산을 영상으로 소개하고 있다. (CNB=선명규 기자)
팔만대장경 등 한반도 문화유산
‘LG 올레드 TV’로 생생히 보여줘
‘왕 체험’은 외국 관광객에게 인기
섬세한 붓놀림이 흙을 스친다. 붓이 훑고 간 자리에서 유물의 일부가 조금씩 모습을 드러낸다. 하나둘 찾은 조각들을 모아 맞춰보는 손길은 조심스럽다. 체를 털어 혹시 있을 티끌 같은 흔적도 찾아낸다. 인고의 작업 끝에 마침내 등장한 용두(龍頭, 용머리 장식 기와). 땅에서 솟아오른 용두는 내처 지붕에 나앉고, 이내 찬란한 궁이 빠르게 건축된다. 고려시대 첫 왕궁 만월대가 눈앞에 펼쳐지는 순간이다.
경복궁 내 경회루 앞 전시장에 길게 늘어선 15대의 ‘올레드 AI 씽큐 TV’ 중, 가운데 전시존 화면서 나온 영상이다. 북한 국보 제122호이면서 유네스코 세계유산 ‘개성역사유적지구’로도 등재된 만월대의 출토작업부터 궁이 완성되기까지의 과정을 3D로 복원해 보여준다.
한반도의 눈부신 자취를 소개하는 이번 전시에서 현재는 터만 남은 만월대가 특히 주목 받는 이유가 있다. 수 년 째 남북한이 힘을 모아 되찾고 있기 때문이다.
남북 공동발굴단은 지난 2007년부터 2015년까지 7차례 작업을 진행해 건물터 약 40동과 축대 2곳, 대형 계단 2곳, 금속활자를 비롯한 유물 1만6500여점을 찾아냈다. 2015년 이후 중단됐던 공동 발굴 작업은 지난달 22일부터 재개돼 진행되고 있다.
▲고려 왕궁 만월대를 소개하는 전시존(위)과 인공지능 기능이 탑재된 올레드 TV가 문화유산을 시연해주는 체험존. (사진=선명규 기자)
‘시청’ 가능한 문화유산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고려시대 차(茶) 문화, 조선시대 천문관측기기, 금영 측우기, 자격루, 양부일구와 조선시대 임금의 시무복 홍룡포, 훈민정음 혜례본에 대한 소개 영상이 1~2분 가량으로 함축돼 TV에서 재생된다.
그중에서도 판식, 선 파내기, 각자, 인경 등 팔만대장경의 제작 과정이 섬세하게 담긴 영상에 방문객들은 깊은 관심을 보였다.
경기도 성남에서 온 초등학생 김윤석 군은 CNB에 “책으로만 읽던 팔만대장경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볼 수 있어 신기하다”며 “글자 하나하나를 파내는 장면에서 가장 놀랐다”고 말했다.
한쪽에 마련된 ‘어좌 포토존’은 외국인 방문객에게 특히 인기다. 현장에서 빌려주는 곤룡포를 입고, 왕이 집무를 보던 어좌에 앉아 사진을 찍기 위한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현지 관계자에게 “프리(무료)?”를 거듭 확인한 끝에 반색하며 대기줄에 합류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전시장에는 올레드 TV에 탑재된 인공지능 기능으로 문화유산을 시연해 보는 ‘체험존’도 있다. 예컨대 리모콘에 대고 “고려청자가 뭐야?” “세종대왕 나온 영화 알려줘” “나는 세종대왕을 존경해요를 독일어로 번역해줘”라고 말하면 화면에서 그 답이 나온다. 관련 동영상 콘텐츠를 검색해 시청할 수도 있다. 이 모델에는 LG전자의 독자 AI 플랫폼 ‘딥씽큐(Deep ThinQ)’와 구글의 인공지능 비서 ‘구글어시스턴트(Google Assistant)’가 적용됐다.
지난 2016년부터 LG전자와 문화재청이 우리 문화유산을 알리기 위해 마련하고 있는 ‘위대한 남북 궁궐 문화 유산전’은 해마다 방문객이 늘고 있다. 첫해 6만명이 다녀갔고 작년에는 9만명이 방문했다.
손대기 LG전자 한국HE마케팅 담당은 CNB에 “생생한 화질의 올레드TV로 자랑스러운 우리 문화유산을 소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CNB=선명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