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막론하고 예술가들에 대한 이야기는 수세기에 걸쳐 다양한 방법으로 전해 내려왔다. 그들의 배경이나 예술적 사고방식, 삶의 철학 등이 작품을 구성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였기 때문에 후손이나 제자들은 일종의 사명감을 가지고 그들의 이야기를 전하는데 공을 들인 것.
그러나 한국 미술계는 그렇지 못했다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저자는 이중섭이나 장욱진, 유영국 등의 당대를 대표했던 미술인 몇에 그쳤을 뿐이라고 말한다. 독일에서 유학생활을 하며 기록에 대한 중요성을 깨닫게 된 저자는 예술계 지인들을 만날 때마다 스케치와 메모를 꼼꼼히 해뒀다. 일종의 ‘예술인으로서의 사명감’에서 기인한 습관이었다는 고백이다.
수 십 년 지속돼 온 저자의 노고를 한 데 모은 이 책은 미술인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담은 스케치 100여 컷, 그들의 필적 10여 점, 함께 나눴던 순간들을 담은 사진 50여 컷 등도 실었다. 장욱진부터 시작해 이대원, 이만익, 김흥수, 필주광, 안병소, 김영기, 이두식, 유준상 등 다양한 미술인의 이야기를 담았다. 저자는 “이 책이 한국 미술사 발전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자 하는 바람도 함께 실현시켜 주리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정 지음 / 1만 9500원 / 기파랑 펴냄 / 368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