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캐피탈 부회장 (사진=현대캐피탈)
정태영 현대캐피탈 부회장은 경영판단을 하기 위한 새로운 제표가 필요하다고 주장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정태영 부회장은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지금의 재무제표는 영업이익, 부채 등 큰 흐름을 파악할 수 있지만 세부항목으로 들어가면 훈련된 눈에도 경영판단을 위한 단서를 찾기가 불가능하다”며 “재무제표가 세무제표화 됐다는 점을 인정하고 경영판단을 위한 새로운 제표를 병행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18일 금융업계에 의하면 정 부회장은 기업 회계투명성과 효율적인 경영판단을 위해 파격적인 생각을 내놓은 게 처음이 아니다.
현대캐피탈 측에 의하면 정 부회장은 지난 2014년 ‘형식적인 감사가 아니라 제대로 된 감사’를 받기 위해 외부회계법인에 지급하는 보수를 자발적으로 3배 늘려주겠다고 제안했다.
당시 감사보수는 기업들의 ‘후려치기’와 ‘업체 바꾸기’로 많이 떨어졌는데, 이런 관행을 깨고 제대로 감사해달라며 먼저 감사 보수 인상을 제안한 것. 그 결과 회계법인에 지급된 감사보수가 현대캐피탈이 3억3000만원에서 9억2000만원, 현대카드가 2억2000만원에서 9억으로 인상됐다.
이후 회계법인이 사용한 총 감사시간은 전년대비 현대카드 5배, 현대캐피탈 3배 가량 늘었다. 이는 100대 기업 평균을 크게 웃도는 것으로, 회계법인은 늘어난 감사시간으로 핵심리스크에 대한 집중감사가 가능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늘어난 시간만큼 회계사들이 좀 더 면밀하게 장부를 들여다 볼 수 있었다는 것.
또 정 부회장이 이끄는 현대캐피탈은 금융위원회에서 추진 중인 선진적인 제도들을 빠르게 도입해 수행했다.
회계 이슈가 발생할 경우 즉각 경영진(CEO, CFO)에게 공유한 후 공정한 사후 조치를 통해 글로벌스탠다드에 맞는 회계거래 투명성을 확보하도록 했다.
아울러 현대캐피탈은 비상장사라 상장사 대비 외부 회계규제 수준이 높지 않지만, 자발적으로 회계감사를 강화했다. 국내 대형 상장사들보다 높은 회계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했다.
특히 최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돼 있는 국내 기업들은 미국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 Public Company Accounting Oversight Board)의 회계감독 강화에 대응해 요청 수준에 맞게 회계감사를 강화했다. 이에 비해 현대캐피탈은 국내 비상장사이지만 미국 증시에 상장된 회사 이상으로 깐깐한 회계감사를 자발적으로 수행했다는 것.
주기적으로 감사인과 내부 관계부서간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회계투명성을 유지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한 점도 특이점으로 꼽았다.
이에 대해 정 부회장은 “회계감사의 강도, 비용 등에서 미국과 한국에서 겪었던 경험이 많이 달라서 의문을 갖게 됐다”며 “회계감사 품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올리기 위해 노력한 것 뿐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