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카드가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와의 단독제휴에 성공하면서 카드업계의 지각변동이 예상되고 있다. 코스트코 양평점 모습. (사진=손강훈 기자)
회원제 창고형 할인점 코스트코의 단독제휴사로 현대카드가 선정되면서 카드업계가 출렁이고 있다. ‘삼성카드-코스트코’라는 오랜 틀이 깨지면서 고착화된 카드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카드는 새로운 제휴상품과 마케팅을 통해 적극적인 활동에 나설 예정이다. 이번 사례가 ‘나비효과’를 불러올까. (CNB=손강훈 기자)
공룡 코스트코와 손잡은 현대카드
성장한계 직면한 업계 ‘지각변동’
어떤 서비스 내놓을지 ‘시선집중’
나비의 날개짓이 폭풍우를 불러온다?
현대카드가 18년간 삼성카드가 차지하고 있던 코스트코 제휴사업자 자리를 꿰찼다. 내년 5월24일부터 향후 10년 동안 코스트코에서 카드결제는 현대카드만 가능하다.
이번 제휴전(戰)의 승리가 현대카드에게 큰 기회가 될 것이란 평이 우세하다.
사실 그동안 카드사들은 성장이 제자리였다. 카드결제의 대중화로 1인당 카드발급 수 3.6장(2017년 기준)에 달하면서 새 회원 확보가 한계치에 도달했기 때문. 그마나 성장세를 기록 중인 체크카드 시장에서 현대카드는 비은행권 카드사이다 보니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현대카드는 올 1분기 기준 신용카드사의 신용판매 시장 점유율이 신한카드(22.90%), 삼성카드(18.02%), KB국민카드(16.54%)에 이은 4위(15.92%)였다.
하지만 현대카드는 코스트코라는 대형가맹점과 단독으로 거래하게 됐다. 여기서 나오는 수수료 수익은 물론, 구매력과 충성도가 높은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코스트코는 2015년 3조2000억원, 2016년 3조5004억원, 2017년 3조804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계속 성장해왔다. 이 기세라면 매출 4조원 돌파도 문제없어 보인다. 현대카드 입장에서는 상당한 금액의 결제 수수료를 얻게 된다.
또한 코스트코는 회원제로 운영된다. 일반 회원은 연 3만8500원을, 비즈니스(사업자) 회원은 연 3만3000원을 납부해야 이용가능하다. 회원수는 약 100만명에 이른다. 카드업계는 비용을 내야하는 불리함을 감수하는 이들을 우량고객으로 판단하는데 앞으로 이들 중 다수는 현대카드를 사용할 수밖에 없다.
더구나 그동안 삼성카드를 사용해온 수십만명의 코스트코 고객들이 현대카드로 갈아타게 되면 상당한 신규 회원 증가가 예상된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코스트코와의 제휴 성공을 기뻐하며 자신의 페이스북에 소감을 남겼다. (사진=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 페이스북)
2위 싸움 점입가경
반면 삼성카드는 울상이다. 업계 1위 신한카드를 거침없이 좇던 흐름이 끊겼다.
코스트코와의 제휴는 그동안 삼성카드에 큰 이익이 돼 왔다. 코스트코의 가맹점 수수료는 1.7%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한국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우리나라 카드결제 비중 71%를 적용해 따져보면, 삼성카드가 코스트코로부터 얻는 수수료 수익은 작년에 대략 459억원(2017년 매출, 가맹점 수수료 1.7% 기준)에 이른다.
삼성카드 입장에서는 지속적인 가맹점 수수료 인하 압박으로 인해 수익성 악화가 뻔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연 400억원 이상의 수수료를 허공에 날리게 된 셈이다.
게다가 기존 고객들이 현대카드로 옮기게 되는 부분도 구매력 있는 회원을 경쟁사에 뺏긴다는 점에서 치명적이다.
이와 관련 카드업계 관계자는 CNB에 “연매출 4조원에 달하는 대형가맹점을 하나의 카드사가 독점하는 것은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된다”며 “점유율 4위에 머물던 현대카드가 앞으로 치고 나오게 되면 삼성카드, KB국민카드와의 2위 싸움이 치열하게 펼쳐질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현대카드가 그동안 삼성카드가 누려왔던 코스트코 효과를 다 누릴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18년 동안 만들어진 ‘자물쇠 효과(고착화된 구매 패턴으로 인해 다른 상품으로의 이동이 어려운 현상)’를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코스트코 제휴사 변경 발표 이후 일부 소비자들이 불만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현대카드는 기존 삼성카드보다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카드가 코스트코 제휴카드를 하나만 출시했던 것과 달리, 현대카드는 고객의 성향에 맞춘 여러 형태의 제휴카드를 내놓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기존 고객들이 제휴사 변경으로 느낄 불편을 최소화할 방안을 세심하게 준비하고 있다”며 “코스트코의 기존 강점에 우리의 마케팅 역량을 더해 회원들에게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CNB=손강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