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는 2분기 나쁘지 않은 실적을 기록했다. 다만 각종 악재로 인해 하반기 전망은 불투명 하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미래에셋대우, NH투자증권, KB증권, 한국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손강훈 기자)
2분기 실적 공개가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업종별로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코스피 상장사 중 은행·증권 등 금융업과 음식료품 업계가 호실적을 보인 반면, 통신·건설·서비스 분야는 전분기에 비해 하향 곡선을 그렸다. 전반적으로는 상반기 실적이 나쁘지 않으나 2분기에 둔화 조짐이 뚜렷하다. 이에 CNB는 업종별로 주요기업들의 2분기 실적을 연재하고 있다. 이번 편은 ‘웃다’가 ‘울고’있는 증권업계 이야기다. <편집자주>
상반기 선방했지만…하반기는 안개속
‘트럼프 효과’로 랠리 끝, 거래량 급감
미국만 바라보며 글로벌 악재 끝나길
올 2분기 증권사들은 양호한 성적표를 받았다. 자기자본 4조원이 넘는 초대형 증권사들은 대부분 천억원 대의 분기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자기자본 8조1649억원(6월말 기준)으로 부동의 업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미래에셋대우는 2분기 영업이익 2130억원으로 증권사들 중 가장 많은 수익을 올렸다. 1년 전보다 21.8% 늘었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2분기보다 9.5% 감소한 1717억원의 영업이익을 냈지만 두 번째로 많은 이익을 거뒀다. NH투자증권은 12.4% 오른 1652억원의 영업이익으로 뒤를 이었다.
유령주식 배당사고를 냈던 삼성증권은 전년 동기 대비 49.8% 증가한 1319억원의 2분기 영업이익을 올렸으며, KB증권은 영업이익 983억원으로 작년보다 10%가량 증가했지만 아깝게 1000억원을 넘지 못했다.
자기자본 1조원이 넘는 중대형 증권사들 성적도 나쁘지 않다. 신한금융투자와 메리츠종금증권은 각각 2분기 영업이익 1245억원, 1090억원을 내며 분기 영업이익 1000억원을 넘겼다.
키움증권은 859억원, 하나금융투자는 724억원, 대신증권은 670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키움증권만 소폭 감소(2.3%)했을 뿐 하나금융투자(128.9%)와 대신증권(43%)은 증가했다.
이들의 2분기 성과는 올 초부터 시작해 6월 중순까지 이어진 증시 랠리의 영향이 크다. 이로 인해 증권사들의 ‘주식 브로커리지(위탁 매매) 수익’이 늘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부터 6월15일까지 코스피 지수는 2400 이상을 유지했다. 이는 주식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으로 이어졌고 2분기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량은 5억4519만주로 1분기 평균 3억8813만주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코스닥 일평균 거래대금(거래량을 금액으로 표시)은 13조9000억원으로 작년 2분기 일평균 거래대금 9조4000억원보다 무려 49.7%나 늘었다.
▲코스피 2300선이 무너지는 등 증시가 휘청거리자 7월 들어 거래량과 거래금액이 크게 감소했다. 이는 증권사의 브로커리지(위탁 매매) 수익에 악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지난 23일 오후 KEB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주식거래만 의존하다가는 ‘낭패’
하지만 당장 3분기부터 실적 전망은 불투명하다.
지난 6월말부터 미국 기준금리 인상으로 외국인 투자자 자금이 대폭 빠져나가며 주가가 급락하고, 미중(美中)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투자심리가 얼어붙으며 주식거래가 대폭 줄었다. 7월 유가증권 일평균 주식거래량은 3억4134만주, 코스닥 일평균 주식거래량은 6억2432만주로 올해 들어 가장 적었고, 이 영향으로 주식거래대금은 9조원에 그쳤다.
더구나 국내 증시의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 여겨졌던 남북 경제협력이 북미 간 대화가 지지부진해지며 진척이 없자 투자자들의 기대감이 한 풀 꺾인 점도 부정적이다.
문제는 이 같은 악재를 극복할 묘수가 우리에게 없다는데 있다. 미중 무역전쟁도, 남북 정상회담도 미국의 선택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와 관련 이남석 KB증권 연구원은 “국내 주식시장으로 자금 유입을 유인할 만한 모멘텀이 제한적인 상황”이라고 분석했고, 강승건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거래대금이 예상보다 빠르게 감소하고 있어 3분기 증권사 실적이 예상보다 더 부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이에 브로커리지에 집중되지 않고 수익 다변화를 이룬 초대형 증권사들과 중대형 증권사들과의 격차는 더욱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 중 가장 많은 영업이익을 기록한 미래에셋대우의 2분기 사업분야별 영업수익을 보면 브로커리지 1307억원, 투자금융(IB) 1011억원, 트레이딩 803억원, 자산관리 593억원으로 각 부문이 고른 성적을 거뒀다. 앞으로 예상된 브로커리지 수익 감소를 다른 사업 분야에서 만회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브로커리지 비중이 높은 키움증권의 경우 당장 타격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키움증권은 올 상반기 전체 영업이익에서 국내증권 브로커리지 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리테일총괄본부의 영업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72%에 달했다.
박혜진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사는 수익원이 다변화되어 거래대금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고, 키움증권에 대해서는 “꺾이는 거래대금에 장사없다. 3, 4분기 순이익을 600억원 내외로 예상한다”며 하반기 실적에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