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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콘텐츠 흥행 공식 “B급 될 거면 제대로 B급 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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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nbnews 김금영기자 |  2018.06.22 17:57:02

▲SNS 게시물을 활용한 뮤지컬 ‘이블데드’의 좀스타그램 이미지.(사진=㈜쇼보트)

“누구나 애정하는 좀비가 하나쯤 있다.” 이 황당한 문구는 뮤지컬 ‘이블데드’를 홍보하는 글이다. 그나마 얌전해진 거다. 지난해 공연 때는 ‘조낸 퐝당한 뮤지컬’이라고 공연을 소개했다. 공연의 고상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문구. 그런데 여기에 사람들이 열광했다. ‘이블데드’의 B급 감성을 제대로 살린 마케팅 전략이 먹힌 것.


‘이블데드’가 올해 다시 돌아온다고 했을 때 먼저 기대가 된 건 ‘이번엔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 전략을 펼칠까?’였다. 그리고 그 기대에 부응했다. 사정없이 미스트를 뿌려주는 좀비, 라면 먹여주는 좀비 등 여러 좀비를 특색화 시켜 포스터에 등장시켰고, 인스타그램에 올라가는 게시물의 형태를 활용한 ‘좀스타그램’ 홍보 이미지를 선보였다. 관객에 피를 흩뿌리는 퍼포먼스도 여전히 공연장에 펼쳐진다.


‘이블데드’는 공연 자체가 B급 감성을 듬뿍 담고 있다. 샘 레이미 감독의 동명 영화 ‘이블데드’ 시리즈 중 1편과 2편이 원작으로, 영화 자체도 B급 저예산 공포 영화를 표방했다. 그리고 공연은 영화의 이 B급 감성을 ‘어설프게’ 끌어오지 않고 마케팅에 ‘전면적으로’ 활용했다. 앞선 홍보 문구나 이벤트 등에서 확인된다.


획일화된 주류 문화에 대한 일탈의 작용으로 일반적인 것에서 동떨어진 ‘엽기’ 코드가 2000년대 초 폭발적으로 유행했다. 이중엔 기괴하고 흉측스럽거나 때로는 혐오감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들도 포함돼 있었다. 그리고 이젠 거북스러움보다는 유머 코드를 내세운 B급 코드가 많이 활용되고 있다. 엽기 코드의 연장선상에 있는 것 같지만 이보다는 한결 부드러워졌다고 볼 수 있다.


이 B급 코드가 제대로 활용됐을 때 엄청난 파급력을 보여준다. 최근 개봉했던 영화 ‘데드풀2’는 대표적인 B급 영화 중 하나다. 영화 포스터에는 정형화돼 있는 멋진 영웅 캐릭터가 아닌 ‘거대한 파워엔 거대한 무책임이 따른다’고 세계의 위기를 나몰라라 하는 돌연변이와도 같은 주인공 캐릭터가 등장했다. 관객들은 이 포스터에 불쾌해하기보다는 한바탕 크게 웃었고, 영화는 377만 여명을 동원하며 성공했다.


하위문화, 비주류 문화로 취급받았던 B급 코드는 어느덧 고상하게 취급받았던 주류 문화를 비웃기라도 하듯 콘텐츠 시장을 빠르게 점령해 나가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사람들의 눈길을 빠른 시간 안에 끄는 데에 적격인 형태다. 사람들은 이제 책이나 TV보다 손에 든 핸드폰을 통해서 정보를 접한다. 수많은 정보를 검색할 때 조금이라도 더 특이해야 흥미를 끌 수 있다. 상식선을 아슬아슬 넘나들며 자극적, 또는 직설적인 형태가 특징인 B급 코드는 다소 질이 떨어지더라도 이런 점에서 월등하다.


또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는 특징도 있다. 하나의 광고를 만든다고 쳤을 때 기존의 광고는 여러 면을 고려해서 신경 써야겠지만, B급 코드는 질보다는 공감과 웃음을 자아낼 수 있는 면에 중점을 두기에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다. B급 코드를 바탕으로 한 1인 방송 등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이 가운데 우려도 있다. B급 문화의 병맛코드라는 이름 아래 언어 유희식으로 욕설을 사용한다거나, 점점 더 자극적으로 형태가 변해가는 콘텐츠들도 점점 늘어나고 있기 때문. 그래서 B급 코드를 더 이상 ‘하위문화’로만 바라보지 않고 제대로 연구해보려는 노력이 필요할 듯하다. 앞으로도 이어질 B급 코드 전성시대에 정말 제대로 된 B급 콘텐츠들의 생성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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